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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키아나 스미스, 삼성생명 리빌딩 이룰까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 제 2의 김한별-문태종 될 수도

22.09.17 10:15최종업데이트22.09.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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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아나 스미스 '활약 기대해주세요' 16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된 키아나 스미스가(오른쪽)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이 '최대어' 키아나 스미스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9월 16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WKBL) 신입선수선발회(신인 드래프트)에서 스미스가 전체 1번으로 삼성생명에 지명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번 신입선수 선발회에서는 총 25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15명의 선수들이 프로행의 꿈을 이뤘다. 전체 지명 확률 60%를 기록해 지난해 24명 참가 12명 지명보다 높은 지명률을 보였다.
 
올해 선발회는 사실상 '키아나 스미스 드래프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녀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생인 스미스는 미국인 부친과 한국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이다. 특히 부친이 미국에서 선수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스미스의 '농구 유전자'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WKBL은 '외국 국적을 가진 해외 활동자로서 부모 중 최소 1인이 현재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 한국 국적을 가졌고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등록된 적이 없는 선수'라면 드래프트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이 조항에 부합하는 스미스는 이번 WKBL 신인드래프트에 '외국국적 동포선수' 자격으로 참가를 신청했고 사실상 일찌감치 1순위를 예약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리그 5위를 기록하며 최하위 하나원큐와 전체 1순위 지명권 확률을 동등하게 50%씩 가지고 있었지만, 2020년의 삼각 트레이드(삼성생명-하나원큐-부산 BNK)를 통하여 합의된 데로 삼성생명이 1순위, 하나원큐가 2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됐다. 삼성생명은 이미 공공연하게 스미스의 지명을 예고한 상태였다.
 
삼성생명이 전체 1순위를 지명하게 된 건 구단 역대 4번째이자, 지난해에 이어 2년연속이다. 2021년에는 포워드 이해란을 1순위로 지명했던 삼성생명은 스미스까지 영입하며 리빌딩의 확고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차원이 다른 키아나 스미스의 경력
 

▲ 소감 밝히는 키아나 스미스 16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된 키아나 스미스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키아나 스미스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밝은 표정으로 등장하여 한국어로 미리 준비해온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 온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부모님과 삼성생명 구단에게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조금은 서툴지만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각오를 전했다.
 
스미스가 주목받는 것은 역대 신인 중 손꼽힐 만큼 차원이 다른 그녀의 경력 때문이다. 스미스는 고교 시절 미국 최고 유망주의 상징인 '맥도날드 올 아메리칸'에 선정됐고, 미국 루이빌대를 NCAA(미국대학농구) 4강으로 이끌기도 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여자농구 프로리그로 꼽히는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도 올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6순위로 LA 스파크스에 지명됐다. 데뷔 첫해인 올시즌에는 11경기 평균 2.6점, 3점 슛 성공률 27.8%를 기록한 바 있다. 커리어만 놓고보면 현재 WKBL 최고의 스타인 박지수(KB스타즈) 이후 가장 화려한 신인이다.
 
WKBL은 해외에 있는 우수한 선수를 발굴, 리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동포선수 제도를 시행해왔고, 2007년 금호생명에 입단한 마리아 브라운을 시작으로 제네바 터커-임정희(삼성생명), 린다 월링턴(우리은행), 김한빛(하나원큐), 수잔나 올슨-크리스틴 조(KB스타즈) 등이 이 제도를 통하여 한국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혼혈선수를 비롯하여 재미교포-재일교포 등도 있었다.
 
다만 성공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해외파라는 기대감 때문에 신체능력이나 잠재력을 믿고 선발했지만 정작 기본기가 수준 이하였거나, 한국문화-한국농구 스타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2016년에는 '국적 사기'로 물의를 일으키며 영구제명된 첼시 리라는 흑역사로 인하여 외국동포 선수 제도 자체가 한때 폐지되었다가 2019년에야 규정을 보완하여 제도가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가장 성공한 해외파 출신 선수로 꼽히는 김한별(킴벌리 로벌슨, BNK 썸)은 한국 진출 이후 법무부의 체육 우수인재 특별귀화 절차를 거쳐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2020~2021시즌에는 삼성생명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루마니아 국적의 김소니아는 2018~2019시즌 식스우먼상 2019~2020시즌 기량발전상 등을 수상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들도 한 차례 한국을 떠났다가 다시 복귀하는 우여곡절을 겪는 등, WKBL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무려 5~6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부상이 많았던 김애나(하나원큐, 2020년 1라운드 2순위)와, 나이가 어린 유망주 최서연(삼성생명, 2020년 1라운드 6순위) 등도 WKBL에서 아직 확실하게 입지를 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자농구의 경우, 2010년대 귀화혼혈 선수 영입이 한동안 붐을 일으켰다. 문태종과 문태영 형제, 이승준-이동준 형제, 전태풍 등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혼혈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귀화 이후 정규리그 MVP와 챔프전 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문태종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한국무대에 진출했음에도 지금까지도 역대 KBL 해외파 선수 중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새로운 성공사례 될까

 

▲ 기량 선보이는 키아나 스미스 16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신입선수 선발회 트라이아웃에서 WNBA(미국 여자 프로농구) 출신 키아나 스미스가 패스할 동료를 찾고 있다. 키아나 스미스는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연합뉴스

 
현역 WNBA 선수인 스미스는 경력 면에서는 이미 김한별이나 김소니아를 뛰어넘고, 남자선수들의 사례와 비교해도 문태종 이후 가장 위상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문태종은 한국으로 오기 전 유럽무대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지만 NBA 경험은 없다.
 
스미스는 선발회에 앞서 진행된 콤바인에선 점프와 스프린트 부문에서 WKBL 신기록을 세울 만큼 차원이 다른 운동능력을 과시했다. 선발회 참가자들끼리 5대 5경기로 진행된 트라이아웃에서도 다른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실제 프로 리그에서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프로필상 183cm의 장신가드로 알려졌지만 WKBL 측정결과는 175cm 정도로 알려지며 신체조건이 과장된 것도 드러났다. 하지만 최소한 장점으로 꼽히던 슛과 볼핸들링, 돌파 등 공격적인 측면에서의 기량은 신인들끼리의 트라이아웃 경기였음을 감안해도 '찐'이었다는 평가다. 스미스를 지명한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도 그녀를 당장 프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이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스미스가 만일 귀화할 경우 한국 국가대표로도 뛸 수 있다. 스미스가 태극마크를 달고 박지수-강이슬같은 주축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면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전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과연 스미스가 김한별이나 문태종을 뛰어넘는 '코리안 드림'의 새로운 성공사례로 등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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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나스미스 WKBL 용인삼성생명 외국동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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