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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간 터진 세 골, 손흥민의 입지 굳히기

레스터시티 전 교체 출전해 해트트릭 기록

22.09.18 10:33최종업데이트22.09.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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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이 마침내 기나긴 골가뭄에서 벗어났다. 한번 골망이 열리기 시작하자 봇물처럼 터진 득점은 해트트릭까지 이어졌다. 시즌 첫 선발 제외의 아픔까지 날려버린 완벽한 부활쇼는 단 13분만으로 충분했다.
 
9월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레스터 시티와 2022~23 EPL 8라운드에서 토트넘은 3골을 몰아친 손흥민의 맹활약을 앞세워 6-2로 대승했다. 손흥민은 후반 교체투입되어 28분부터 단 13분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이로서 토트넘은 EPL 7경기에서 5승 2무(승점 17)의 무패행진을 달리며 맨체스터 시티(5승 2무, 승점 17)에 골득실(6골차)에서만 뒤진 2위에 올랐다. 지난 유럽 챔피언스리그(UEFA) 조별리그 스포르팅(0-2)전 충격패의 아픔을 덜어내고 리그에서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토트넘에 대승 이상으로 반가운 것은 역시 손흥민의 부활이었다. 지난 시즌 23골로 아시아 선수로는 EPL 최초이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골든부츠)에 올랐던 손흥민은, 2022-23시즌들어 EPL과 챔스 등 7경기에서 도움 1개를 제외하고 무득점에 그치는 뜻밖의 부진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손흥민의 침묵이 길어지자 영국 현지 언론 일각에서는 그의 하락세를 비판하며 선발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올시즌 토트넘의 새로운 이적생이자 경쟁자로 부상한 히샬리송이 초반 좋은 활약을 보이며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손흥민에게 압박으로 작용했다.
 
레스터시티전을 앞두고 토트넘의 선발명단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최전방 스리톱에 기존의 주전인 해리 케인과 데얀 쿨루셉스키에 이어 히샬리송을 선발로 투입했다. 손흥민은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이 올시즌 선발멤버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콘테 감독은 스포르팅전 이후 이미 로테이션의 가능성을 시사했고, 많은 언론들은 손흥민을 로테이션의 우선 순위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물론 최근 경기에서 기복이 심하고 부진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휴식이 필요해보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특별한 부상없이 손흥민이 선발에서 제외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토트넘에서 보기 드물었던 장면이다.
 
만일 이 경기에서 토트넘이 손흥민을 선발에서 빼고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손흥민 위기설은 더 심화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서 강한 손흥민은 첫 선발 제외의 아픔을 오히려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토트넘은 경기 중반까지 레스터시티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토트넘은 케인과 에릭 다이어의 득점으로 전반을 2-2로 마쳤다. 후반 2분에는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콘테 감독은 후반 14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히샬리송을 교체하고 손흥민을 투입했다.
 
놀랍게도 손흥민이 투입되자마자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후반 28분에 나왔다. 벤탄쿠르가 탈취하여 연결해준 공을 잡은 손흥민은, 드리블로 상대 수비 2명을 교란하다가 아크 오른쪽에서 때린 오른발 중거리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개막 이후 약 한달반, 지난 시즌 최종전이었던 노리치시티전부터 감안하면 무려 4개월만에 맛보는 공식전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곧바로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잠시 침묵했고, 손흥민의 마음고생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팀동료들은 모두 일제히 그를 둘러싸고 진심어린 축하를 전했다.
 
한번 막힌 혈이 뜷리자 손흥민의 득점포는 거침이 없었다. 후반 39분에는 '영혼의 단짝' 케인이 전달한 패스를 이어받아 왼발 감아차기로 스터의 골망을 흔들며 멀티골을 작렬했다. 불과 2분 뒤에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의 돌파에 이은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 대니 워드의 손을 맞고 골문이 열리며 헤트트릭을 달성했다. 부심은 처음에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렸지만 VAR 판독 결과 손흥민의 골이 인정됐다. 손흥민이 헤트트릭을 완성한데 걸린 시간은 그라운드를 밟은지 27분, 첫 골을 넣은 시점에서부터는 단 13분이면 충분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토트넘 입단 이후 4번째다. 손흥민은 2017년 3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밀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EPL에서는 2020년 9월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넣은 4골, 지난 시즌인 올해 4월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뽑아낸 3골을 뽑아낸데 이어 레스터시티전이 세 번째였다.
 
한번 터지면 몰아치기에 강한 모습을 증명한 손흥민은 케인(6골)에 이어 단숨에 올 시즌 팀내 득점 2위로 올라섰다. EPL 득점순위권에 진입한 손흥민은 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 라힘 스털링(첼시), 가브리엘 제주스(아스날) 등과 함께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 통산으로는 EPL 94-96호골이었고, 토트넘 통산 134골을 넣었다. 독일분데스리가 시절까지 포함한 통산 183골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모처럼 미소를 되찾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손흥민은 "힘들고 실망스러운 시작이었다. 스스로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실망스러웠다. 팀성적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보면서 "그래도 언젠가 골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걱정하지는 않았다. 최고의 서포터와 팀 동료들,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처럼 프리미어리그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다행히 골도 터졌고 팀승리에 도움을 줄수 있어서 기뻤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로 손흥민은 자신이 경쟁자로 꼽히는 히샬리송이나 쿨루루셉스키에 비하여 아직은 한 수위라는 것을 과시하며 '선발의 자격'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손흥민을 대신하여 선발로 나섰던 히샬리송은 이날 활발한 전방압박을 보였으나 위협적인 슈팅이나 공격 기여도는 적었다. 애초에 히샬리송은 발기술과 운동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지만 손흥민처럼 골결정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후스코어닷컴 등 영국 언론들도 손흥민에게 일제히 최고평점을 부여한 반면, 히샬리송에게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또한 손흥민의 골가뭄 탈출에 누구보다 안도한 것은 콘테 감독이었다. 토트넘은 올시즌 리그에서는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특히 손흥민의 부진을 두고 선수기용법에서 훈련방식, 전술까지 콘테 감독에게 원인이 있다는 책임론도 적지않았다. 콘테 감독은 고심 끝에 손흥민을 선발에서 처음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오히려 손흥민이 교체출전에도 헤트트릭을 기록하는 전화위복을 이뤄내면서 콘테 감독도 모처럼 활짝 미소를 지었다.
 
다만 로테이션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시즌 케인-손흥민-쿨루셉스키라는 확실한 삼각편대를 중심으로 공격진을 구성했던 토트넘은, 올시즌 히샬리송-이브 비수마-이반 페리시치 등 이적생들의 가세로 스쿼드는 두터워졌지만, 그 댓가로 내부 경쟁과 비주전 선수들의 동기부여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됐다. 
 
히샬리송은 다른 팀이었다면 충분히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선수이고, 루카스 모우라는 새 시즌 개막 이후 출전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케인이나 손흥민은 주전 경쟁보다는 안정적인 출전시간이 보장된 환경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는 선수들이다. 누굴 넣거나 빼도 불만이 생기는 선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손흥민까지 레스터시티전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부활하면서 이제 콘테 감독은, 좋게 말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나쁘게 말하면 앞으로 로테이션을 어떻게 운용해야할지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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