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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사건 동료들의 울분 "피해자는 늘 노출, 가해자는..."

[현장] 서교공 노조 22일 '신당역 사건' 특별교섭 돌입 "말 잔치로 끝나선 안 돼"

등록 2022.09.20 12:19수정 2022.09.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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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신당역 사고 피해자 추모,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이은주 비대위원장, 강은미 의원 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 정의당

 
"어떤 역에선 어떤 시민이 한 여직원에게 시비를 걸고 쫓아 다닌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여직원의 출퇴근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신상은) 항상 노출돼있고, (가해) 시민은 그 주변을 배회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여성 역무원을 상대로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위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젠더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근무환경을 방치한 상황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는 토로였다. 노조 측은 ▲승객 접점 부서 현장 안전 확보 대책 ▲근무재배치 등 사망사고 관련 조합원 보호 대책 ▲성평등 직장문화 조성 등 노사 공동 조직문화 개선 대책 등을 긴급 특별 교섭을 통해 사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명 위원장은 20일 서울시청 앞 신당역 피해자 추모 기자회견 이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는 22일 오전 10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사측과의 특별 교섭 일정을 전했다. 원래 임금단체협약 관련 논의가 예정된 날이었지만, 사건 발생 후 긴급히 논의 주제를 보완했다고 했다. 그는 "22일에도 하고, 그 다음 날에도 또 할 거다. (교섭이) 안 된다면 임금단체협약 안에 포함해 투쟁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썼다 지운 '2인 1조 근무 규정'... 노조 측 "책임 회피"

노조의 문제 의식은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데 있었다. 

2인1조 근무 규정이 대표적이다. 공사 측은 순찰 시 2인 1조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공사 관계자는 지난 15일 신당역 사건 현장 브리핑에서 "2인 1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터널 내 작업이나 공사장 내 위험구간은 2인 1조로 하지만, (역사 내 공간은) 자유롭게 다니는 공간으로, 인력이 부족해 생긴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노조 측은 이 같은 판단이 현장의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 인식이라는 입장이다. 명 위원장은 "민원인에 노출된 업무의 경우, 인력이 없어 한 사람이 (역무실 업무 시) 다른 한 명이 역사 전체를 다 콘트롤 해야 한다"면서 "(사건 발생 시) 혼자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신당역의 경우, 2호선과 5호선 등 2개 노선 환승역이 있는 역사에 역무원 3명이 배치돼 근무하는 '3인역'이었다. 


사실 오세훈 시장은 사건 발생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인 1조 근무 시스템 매뉴얼을 대책으로 제시했으나, 곧바로 삭제한 바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이제야 너나 없이 말잔치에 말을 얹고, 책임을 피하려고만 하고 있다"면서 "시장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대해 SNS로 몇 시간만에 썼다가 지웠다"고 지적했다.

"가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 가족까지 접촉해 오는 사례도"

노조 측은 공사가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하지 못한 책임을 함께 제기했다. 성폭력이 드러나 직위 해제된 상태에서도 내부망 접속 권한이 남아있어 피해자에 접근하기 용이했던 환경도 문제 삼았다. 

김정섭 교육선전실장은 "회사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내부 성폭력 방지 프로세스를 점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가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에 의해 (피해자 정보에) 접근하는 사례를 많이 확인하고 있다"면서 "접촉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위반 시 가중처벌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후대책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참담한 죽음을 끝낼 수 없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출신인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 위원장은 "27년을 서울지하철 역무원으로 일하며 직장내 차별과 싸워왔다"면서 "그러나 또 우리는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잃었다. 직장 내 실질적 젠더교육과 2인 1조 근무를 위한 사측의 적극적 노력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오는 30일까지를 신당역 사건 피해자에 대한 추모 기간으로 정하기로 했다. 명 위원장은 "2주 지나면 말잔치로만 끝나는 일은 그만 해야한다"면서 "법 제도를 포함해 노동자 안전대책과 젠더폭력의 구조적 해결을 위해 싸우는 노조가 되겠다"고 밝혔다. 
#신당역 #서울교통공사 #스토킹 #살인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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