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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의 욕설, 국격의 추락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아마추어 외교 스스로 입증한 윤 대통령

등록 2022.09.22 16:07수정 2022.09.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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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 의회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불이익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 22일 <조선일보>, '尹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과 뉴욕서 약식 회동' 중에서

약식 회동부터 풀 어사이드(pull aside)란 약식 회담까지. 동원될 수 있는 용어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카메라에 잡힌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조우 시간은 딱 48초가량이었다. 통상적으로 이런 잠시 잠깐의 인사 시간은 '마주쳤다'거나 '스쳐 지나갔다'고 표현한다. 21일(현지 시각) 오후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풍경이다.

이 찰나의 만남이 약식 회동, 약식 회담으로 포장됐다. (대통령실 설명을 그대로 실은) <조선일보>가 제기한 가능성처럼 통역을 포함해 1분도 안 되는 순간에 윤 대통령이 "미 의회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불이익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반면 실제 영상 속 윤 대통령은 웃으며 인사하기에 가까워 보였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을 포함해 21일까지 바이든 대통령과 총 세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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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공약회의서 만난 한- 미 정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애초 대통령실은 유엔 총회 기간 한미 정상회담 및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발표했다가 "조율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조차 국민에게는 현 정부의 외교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밖에 없었다. '조문 취소' 논란 또한 그 연장선상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및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윤 대통령의 일정은 외신 및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포착되는 중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언행 하나하나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나온 '48초 회동'을 둘러싼 과도한 포장은 고스란히 현 정부 외교력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윤 대통령 본인이 대형 사고를 낸 장본인으로 거듭났다. 앞서 소개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서 그 어느 외교 현장에서도 볼 수 없는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국회(미 의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21일 오전 MBC가 최초로 영상을 공개해 온 국민에게 공개된 윤 대통령의 막말이다.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박진 외교부 장관 및 보좌진과 나눈 대화 속 윤 대통령은  조금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산 전기차 불이익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하고 관심을 요청한 이가 맞는지 의아할 언행을 선보였다. 

MBC 보도 이후 소셜 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영상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일부 한국 주재 외신 기자들도 이를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이 강하게 비판했다. AFP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렇듯 역대급 외교 참사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대통령 본인이 돼버렸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 의회를 향해 욕설을 내뱉은 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된 것 자체가 전무후무다. 영상까지 공개된 마당에 미 의회가 공식 항의에 나서고 외신들 보도가 이어진다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다는 듯 국민의 눈을 대신한 방송 카메라 앞에서 욕설을 내뱉은 윤 대통령의 모습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참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의 평소 언론 및 대국민 인식, 대통령의 평소 말버릇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중이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이 자신을 "이XX, 저XX"로 불렀다는 과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폭로도 회자되고 있다.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주요 의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감염병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이고 그 예산안이 미 의회를 통과할지가 관심사였다. "천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같은 윤 대통령의 언행은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추진 정책을 향해 마치 찬물을 끼얹는 듯한 조소와 조롱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 본인이 그렇게도 강조하던 한미동맹 및 국익에 악역향을 미치는 건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격의 추락

이번 욕설 파문으로 윤 대통령은 아마추어 외교 논란의 실체를 스스로 입증한 꼴이 됐다. '48초 회동'과 욕설이 전부가 아니었다. 여당의 비호와 달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조문부터 유엔 총회 참석까지 논란과 잡음이 무성했다.

한일 정상회담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2년 10개월 만의 한일 정상 간 만남을 위해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참석 중이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가 열린 뉴욕 맨해튼의 한 빌딩으로 총리를 찾아갔다. 윤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는 의지를 보였는데도 일본은 회담 장소에 테이블과 국기 등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날 기시다 총리는 튀르키예 정상과는 양국 국기를 갖추고 회담했고, 영국 총리와는 뉴욕의 한 식당에서 식사 회담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만남을 '간담회'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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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한일 정상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2022.9.22 ⓒ 연합뉴스

 
2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관련기사: '윤 대통령 순방 얼마나 기대?' 묻자... "성과 없을 것" 55% http://omn.kr/20tgc)에서 알 수 있듯, 유엔 총회 연설을 포함해 5박 7일간 이어진 영미권 순방에 큰 기대를 거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마추어 외교 논란의 정점을 윤 대통령 본인이 찍고 말았다. 욕설 파문 결과 남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쪽팔림'이 아닌 국민의 '쪽팔림'이요, 대한민국 국격의 추락일 것이다. 
#윤석열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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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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