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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수록 감칠 맛, 가을 밤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

[강윤희의 아주 사적인 식탁] 밤찰밥

등록 2022.09.24 11:47수정 2022.09.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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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껍질을 잔뜩 까고 나면 손 끝이 아리다. 아침에 일어나 가을 볕이 좋아 창 앞에 밤을 널고 앉아 밤 껍질을 까기 시작했을 때의 실내 온도는 22도, 연노랑 밤의 속살이 그릇에 가득 쌓인 뒤 온도를 확인하자 어느새 해는 중천에 올라 실내 온도는 25도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가을의 햇밤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지만 몇 년 전 우연히 들른 밤 농장에서 산 밤 자루에서 나온 벌레들이 주방을 점거한 사건 이후 한동안은 충격으로 밤을 사지 못했다. 밤을 잔뜩 사고 껍질을 까는 그 지루한 과정, 부담스러움에 미루다 보면 어느새 밤의 속살보다 더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밤벌레들이 창궐하고 마니까.


하지만 요즘 삶의 모토, '매일 매일 아주 조금씩만 나아지자'를 외다 보니 밤 껍질 까는 일도 부담스럽지 않다. 깨끗하게 씻은 밤 한 소쿠리를 부엌에 두고 지나다니다 생각이 날 때, 심심할 때 몇 개씩 까다 보면 이삼일이면 다 깔 수 있다. '두 세 개만 까야지'라고 생각하다가 오늘처럼 한자리에 앉아 끝까지 까게 되기도 한다.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대대적인 청소로 집을 몰라보게 탈바꿈시켜야지'라는 생각은 그 자체로 부담스럽기에 '그냥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집을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애매하게 남은, 이제는 쓰지 않지만 아까워 방치해둔 로션 통을 버린다. 이걸로 오늘의 나아짐은 끝이다. 이렇게 조금씩 티도 안 나게 나아지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가만히 있다 보면 조금씩 더 나빠질 뿐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즐거운 오늘의 식탁에 오른 것은 밤찰밥, 차르르 윤기가 나는 미색의 투명한 찰밥을 입에 넣으면 쫀득하고 짭짤하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돈다. 거기에 달콤한 밤이 악센트가 되어 밥 한 공기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삭아삭한 식감의 태추단감을 잘라 들기름을 베이스로 만든 드레싱에 가볍게 섞어 곁들이면 가을 하늘처럼 기분도 맑아진다. 조금 시간을 들인 가을의 밥상 덕에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한 오늘이다.
  
 밤찰밥
밤찰밥 강윤희

밤찰밥

재료



찹쌀 2컵, 물 2컵, 소금 2작은술, 밤 10개

1. 찹쌀은 물에 서너 시간 충분히 불린다.
2. 물 2컵에 소금 2작은 술을 넣고 녹인다.
3. 밤은 속껍질까지 깨끗하게 제거한 뒤 2등분 혹은 4등분한다.
4. 찜통에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찜기에 면보를 깐 뒤 불린 찹쌀을 얹어 뚜껑을 닫고 10분가량 찐다.
5. 만들어 둔 소금물의 반 분량, 1컵을 찹쌀에 고루 붓고 밤을 올린 뒤 다시 뚜껑을 닫고 10분가량 찐다. 10분이 지나면 나머지 소금물을 부어 20분가량 더 찐 뒤 불을 끄고 10분가량 뜸을 들인 뒤 먹는다.
   
 밤찰밥과 태추단감 샐러드
밤찰밥과 태추단감 샐러드 강윤희
 
태추단감 감태 샐러드


재료

태추단감 1개, 감태 약간, 통들깨 약간(생략 가능)

샐러드 드레싱

들기름 1큰술, 액상조미료 1작은술(간장으로 대체 가능), 식초 1작은술

1. 드레싱 재료를 잘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2. 태추단감은 껍질을 벗겨 얇게 채썬다.
3. 단감을 드레싱에 버무린 뒤 그릇에 담고 감태와 통들깨를 보기 좋게 올려낸다.
#가을음식 #밤찰밥 #밤요리 #찰밥 #태추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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