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세계서 32번째로 동성결혼 법제화 국가 되다

국민투표 결과, 2/3 이상이 동성결혼 법제화 등 내용 포함된 새 가족법 찬성

등록 2022.09.27 15:20수정 2022.09.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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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를 노동수용소에 보냈었던 쿠바가 세계에서 32번째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알리나 발세이로 쿠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새 가족법 개정을 둘러싼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66.87%, 반대가 33.13%로 집계되었다고 발표했다. ⓒ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트위터

 
과거 동성애자를 노동수용소에 보냈었던 쿠바가 세계에서 32번째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알리나 발세이로 쿠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새 가족법 개정을 둘러싼 국민투표 결과, 찬성 66.87%, 반대 33.1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쿠바의 새 가족법을 통해 결혼의 법적 정의는 기존의 '남녀 간의 자발적 결합'에서 '두 사람 간의 자발적 결합'으로 바뀌게 되었다. 2021년 12월 쿠바 의회는 이번 가족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후 세 달 동안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협의를 거쳤고, 이번에 국민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400여 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이번 가족법 개정에는 동성결혼 법제화뿐만 아니라 동성커플의 자녀 입양과 대리임신을 허용하고 손주에 대한 조부모의 더 넓은 권리와 노인 보호 및 성폭력에 대한 법적 조치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정의가 이루어졌다"며 축하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수년 동안 이 법을 학수고대한 쿠바인들에게 여러 세대를 거쳐온 빚을 갚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부터 쿠바는 더 나은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탄압국에서 동성결혼 법제화에 이르기까지... 60년 투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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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 전 위원장의 딸, 마리엘라 카스트로 쿠바 국립성교육센터 소장은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 박차를 가했다. 사진은 2017년 쿠바 퀴어퍼레이드 참가한 카스트로 소장의 모습. ⓒ AFP News Agency Youtube

 
사실 쿠바는 성소수자를 강하게 탄압해 온 역사를 지닌 국가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이사회 위원장이 공산혁명을 일으키면서 동성애는 미국 팝송, 성매매와 함께 미국의 반혁명적 퇴폐의식으로 규정됐다. 이에 쿠바 보건부는 동성애는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성애에 따를 수 있도록 소년들에게 군사 훈련과 호신술을 배우도록 조치했다.

카스트로 전 위원장도 "어떤 동성애자도 진정한 혁명가나 공산주의 무장세력이 될 수 없다"며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핍박했다. 이에 1965년, 남성 동성애자를 포함해 여호와의 증인 신도, 병역거부자 등이 군대를 대신해 복무하는 형태의 노동수용소(UMAP)가 설립되었다. 해당 수용소에 입소한 이들은 남성 동성애자가 가장 많았으며 그들은 하루 11시간씩 중노동을 해야만 했다. 수용소는 3년 만에 폐지됐다.

이후 80년대 들어 쿠바에서도 동성애를 하나의 성적 지향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1986년 국가성교육위원회는 동성애는 성적 지향이며 동성애 혐오에는 교육으로 맞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1993년에는 성소수자들의 군 복무 금지가 해제되었고 카스트로 전 위원장도 "동성애자에 대한 모든 형태의 억압과 경멸, 차별에 절대 반대한다"며 입장을 180도 선회했다.


카스트로 전 위원장은 2010년 멕시코 유력 일간지인 <라 호르나다(La Jornada)>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임기 동안 이루어진 동성애 박해에 대해 "큰 불의였다"였다며 "누군가 책임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본인의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21세기 이후에는 피델 카스트로 전 위원장의 동생이자 마찬가지로 형의 뒤를 이어 쿠바 국가이사회 위원장을 맡은 라울 카스트로 전 위원장의 딸, 마리엘라 카스트로 쿠바 국립성교육센터 소장이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 박차를 가했다. 카스트로 소장은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 권리와 무료 성전환 수술 보장에 나섰고 이에 2008년 쿠바는 트랜스젠더의 성전환 수술을 무료로 허용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카스트로 소장은 동성결혼 법제화에도 앞장섰다. 그는 결혼을 '남녀 간의 자발적 결합'으로 정의한 쿠바 헌법 36조를 개정하기 위한 헌법 개헌에 나섰고 이는 2018년, 결혼의 정의 자체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의회를 통과해 국민투표 결과 90.6%의 찬성으로 2019년부터 발효되었다. 이후 카스트로 소장은 동성결혼이 완전히 법제화되지 않은 만큼 가족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를 이루어내겠다고 선언했다.
#쿠바 #성소수자 권리 #동성결혼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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