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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 센터백의 탄생, 전설은 시작됐다

김민재, 이탈리아 세리에A 데뷔와 동시에 '이달의 선수'로 선정

22.10.01 10:00최종업데이트22.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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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배출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나폴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데뷔와 동시에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세리에A는 지난 9월 30일(한국시간) 공식발표를 통하여 "김민재가 '9월의 선수'로 선정됐다"고 알렸다. 김민재는 호드리구 베캉(우디네세), 메리흐 데미랄(아탈란타), 테오 에르난데스(AC 밀란), 세르게이 밀린코비치(라치오) 등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김민재는 올여름 터키의 FK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토트넘(잉글랜드), 스타드 렌-마르세유(이상 프랑스) 등 여러 빅리그 명문팀의 관심을 받았지만 김민재의 최종선택은 이탈리아였다.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나폴리와 김민재의 계약은 2025년까지이며 연봉은 250만유로(약 33억5000만원) 수준이다. 마지막 시즌에는 2년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리에A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로는 안정환-이승우에 이어 역대 3번째였고, 수비수로는 최초였다.
 
유럽 5대리그로 꼽히는 세리에A는 그동안 한국인 선수들과는 인연이 적었다. 안정환과 이승우도 결과적으로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특히 한국과 아시아 출신 중앙수비수들은 이제껏 살아남은 사례가 없었기에 김민재의 이탈리아행은 그 자체로 큰 화제를 모았다. 나폴리는 지난해 리그 3위를 비롯하여 세리에A에서도 손꼽히는 강호였고, 김민재는 최정상급 수비수였던 칼리두 쿨리발리(첼시)의 대체자로 지목된 영입이었기에 더 뜨거운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민재가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입단과 동시에 주전 자리를 꿰차며 나폴리가 치른 9경기 중 8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본업인 수비에서 탄탄한 모습을 보이며 치로 임모빌레(라치오)-모하메드 살라(리버풀)-올리비에 지루(AC 밀란)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은 것은 물론 2골(2라운드 몬차-5라운드 라치오전)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재능을 뽐냈다. 특히 지난 19일 디펜딩챔피언인 AC밀란과 경기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브라힘 디아스의 결정적 헤딩슛을 발을 막아내며 나폴리의 극적인 승리를 지켜낸 장면은 백미였다.
 
김민재의 활약에 힘입어 나폴리는 세리에A(5승2무)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2승)에서 모두 무패행진을 달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제는 쿨리발리의 대체자 수준을 넘어 '쿨리발리 이상의 영입'이라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김민재의 최대 장점은 뛰어난 체격조건을 보유한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임에도 기동력과 빌드업 능력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위치선정, 라인조율, 패스, 몸싸움 등 하나하나의 능력만 놓고보면 김민재보다 더 뛰어난 수비수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김민재보다 고른 능력치를 보유한 '육각형 수비수'는 유럽무대에서도 쉽게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김민재의 활약상이 더 괴물같이 다가오는 것은 '적응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라고 해도 낯선 리그,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면 언어-문화-팀분위기-축구스타일 등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뛰어난 재능에도 환경 적응에 실패하며 무너지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불과 1년 2개월전만 해도 김민재는 유럽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선수였고, 그 이전에는 아시아 무대에서도 수준이 그리 높지않은 중국에서 뛰고 있었기에 유럽에서 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지니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으로 적응력은 김민재가 축구선수로서 성장하는 과정 내내 보여준 일관된 특성이자 그만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불과 5년전만 해도 3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현 K3리그)에서 성인무대 경력을 시작했으나 2017년 K리그1 최다우승팀 전북 현대에 입단하자마자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차며 2년연속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되었고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다.
 
2018년에는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에 입단하며 처음 해외무대로 진출했고, 역시 곧바로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핵심 선수로 맹활약했다. 당시 국가대표 수비수들이 중국에 진출한 이후 기량이 정체하거나 퇴보한다는 '중국화' 논란의 피해 사례가 속출했기에 김민재 역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2021년 터키의 강호 페네르바체에 입단하며 단 1시즌만 뛰었음에도 당당히 쉬페르리그 21-22 시즌 베스트11에 선정되며 자신이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비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터키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5대리그중 하나인 세리에A에 진출했고, 심지어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도 나가게 되었다. 짧은 기간에 계속해서 뛰는 무대가 바뀌었고 수준이 점점 높아졌음에도 김민재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세계적인 스타들을 상대로 위축되는 법 없이 마치 수년간 그 무대에서 뛰어온 선수처럼 든든하고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폴리는 지난 8월 윙어인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8월의 선수'를 수상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이달의 선수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민재와 흐비차 모두 올시즌 나폴리에 새롭게 합류한 이적생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폴리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최고의 선택을 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유럽진출 약 1년, 나폴리 이적 불과 두 달만에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 센터백'으로 거듭난 김민재가 이룬 눈부신 성과들이다. 그가 유럽무대에서 성공사례가 드물었던 아시아출신 중앙수비수임에도 왜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는지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김민재는 국가대표팀에서도 벤투호의 확고부동한 베스트11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부상으로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이 아쉽게 좌절됐지만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수비진의 핵으로 중용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축구는 오랫동안 대형수비수 탄생에 목말랐다. 한국축구 최초의 '스타 수비수'였던 홍명보는 뛰어난 축구지능에 비하여 피지컬에 약점이 있었고 시대적 한계상 유럽무대를 밟아볼 기회가 없었다. 유럽에서도 수준급 측면 풀백이었던 이영표는 꾸준함과 안정감에 강점이 있었지만 빅리그에서도 월드클래스로 꼽힐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김민재는 수비수로서 유럽무대에서 톱클래스로 인정받은 사실상 최초의 선수라고 할 수 있기에 한국축구계가 그의 성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제 한국축구는 최전방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골든부츠(득점왕) 경력의 손흥민에 이어, 후방의 김민재로 이어지는 '손흥민재'라는 황금 조합을 보유하게 있다. 이들은 다가오는 카타르월드컵에서 대표팀의 가장 확실한 '창과 방패'로 꼽힌다.1990년대 황선홍-홍명보, 2000년대 박지성-이영표, 2010년대 기성용-손흥민 등을 뛰어넘는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의 '월클 콤비'의 탄생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민재가 유럽축구와 월드컵에서 써내려갈 전설은 이제 갓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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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세리에A 이달의선수 월드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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