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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조롱감 된 윤 대통령, 끝이 어딜지 두렵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BBC와 고등학생까지 나선 '윤석열 풍자'

등록 2022.10.04 14:03수정 2022.10.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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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영국 BBC의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인 '해브 아이 갓 뉴스 포 유(Have I got news for you)'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을 소재로 삼았다. ⓒ BBC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을) BBC는 '멍청이들'(idiots)로, <타임스>는 'X들'(bastards)로 해석했다. 그리고 <가디언>의 해석은 'XX들'(fXXXers)이었다."

객석에서 웃음과 조롱이 터졌다. 영국 BBC의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을 소재로 삼았다. 이런 프로그램에 일국의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비록 2분여 짧은 분량이지만 한국 대통령을 향한 조소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됐다.

더 큰 웃음은 그다음에 터졌다. "욕설에 대한 변명은 무엇이었을까요?"라고 물은 진행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자국 국회를 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놓고 비교적 건조했던 외신 보도와는 또 다른 양상일 수밖에 없다. 대놓고 풍자하는 영국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 자체가 이제 전 세계인의 조롱 대상이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집권 내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인의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었던 것을 떠올려 보라.

외국 정상인 윤 대통령을 항해 이례적으로 "기본부터 배우라"던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칼럼과 삽화도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외신의 눈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진영 논리도, 편파 보도도 없다. 더군다나 한국계 특파원들의 시각은 훨씬 더 냉정하고 매몰차다.

고등학생까지 가담한 '윤석열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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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 인터넷 커뮤니티


"현실을 풍자한 그림은 예전부터 있었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품이 금상으로 선정된 만큼 박물관에 많은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 3일 <뉴스1> '검사 칼 든 윤석열차 카툰에 금상 준 부천만화축제' 기사 중에서

올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최한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하는 카툰 작품이 전시됐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분 금상 수상작으로 고등학생이 그렸다.


마치 <설국열차>를 연상시키는 열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데 열차 앞머리가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뒤로 김건희 여사가 연상되는 여성이 조종하고 있고, 또 그 뒤로 법복을 입고 긴 칼을 빼든 검사들이 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 앞 열차 레일에 선 사람들은 혼비백산 도망치는 중이다. 고등학생이 바라본 현 검찰공화국의 현재라 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차'를 조종 중이라는 해석이 인상적이다. 심사위원들은 문제 제기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했고 만국만화영상진흥원은 작품을 게시했다. 

외국인들부터 우리 고등학생까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풍자에 나서는 사이, 한국의 보수들은 현직 대통령을 향한 직언 중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 김 주필은 윤 대통령을 향해 '윤 대통령, 총선 승리 전까지는 임시 대통령'이란 직설적인 칼럼을 썼다. '비속어 논란은 좌파 언론과 좌파 세력의 윤석열 타도 총공세 합작품이니 국민의힘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실수하지 않는 것이 임시 대통령인 윤 대통령의 할 일'이란 내용이었다. 보기에 따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굴욕감을 느낄 만한 주장이다.

<동아일보> 또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꾸준히 윤 대통령의 사과와 결자해지를 촉구한 바 있다. 어디 이뿐인가.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하루가 멀다고 윤 대통령을 질타 중이다.

국민의힘 내홍의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 '직설'을 앞세운 이들에게 풍자조차 사치로 보일 정도다. 이처럼 보수 세력 내에서도 윤 대통령을 대한 심도 깊은 우려와 '묻지마' 지지가 뚜렷이 갈린다. 문제는 윤 대통령에겐 이런 풍자나 직설 모두 '마이동풍'일 뿐이요, '마이웨이' 또한 여전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국민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대목도 바로 여기 있다.

귀 닫는 대통령과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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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내 한 은행 환전 창구에 실제 거래되는 외화 가격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블룸버그>는 한국발 기사에서 "글로벌 수요 악화로 인해 한국의 제조 대기업의 재고가 쌓이면서 수출 주도 경제의 잠재적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 외교부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모법인 더 나은 재건 법안(BBB)을 인수위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IRA 미 의회 통과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윤석열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 정부'론에 힘을 싣는 정황이 또 나온 셈이다.

환율은 1400원대를 돌파했다. 외환 보유고는 바닥을 뚫고 들어갈 기세다. 코스피는 하락세이고 대중 무역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적자로 돌아섰다.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경고가 여기저기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전문가 중심의 국정 운영"을 천명한 바 있다. 책임은 본인이 지고 국정 운영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는 취지였다. 최근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주요 요직은 관료 및 검찰 출신이 대다수 꿰찼다고 한다. 이들 전문가들의 수준이 현 윤석열 정부의 수준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취임 6개월 넘도록 윤석열 정부의 인상적인 정책은 '부자 감세'와 '여성가족부 폐지' 뿐이었다. 전자는 실행했고, 후자는 실행을 준비 중이다. 지지율이 폭락해도, 외신의 조롱과 풍자 대상에 올라도 아랑곳없다. 대신 후보 시절 '1일 1망언'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1일 1논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확인시켜 준 '부대 열중쉬어' 누락도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이제 외신이나 학생들이 어떤 조롱과 풍자를 내놓는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듯 싶다. 풍자는커녕 직설이나 충언에도 귀를 닫는 대통령과 대통령실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만 배가되는 중이다. 윤석열 정권의 끝이 어디일지 이제는 두렵기까지 하다.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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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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