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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수달 가족의 간절한 외침... 홍 시장님, 그냥 놔두세요

[현장] 금호강 르네상스 수중보 예정 구간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수달

등록 2022.10.09 11:34수정 2022.10.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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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금호강에서 다시 만난 수달 가족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간절하면 통한다 했던가. 금호강에서 수달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가족이다. 새끼 두 마리와 어미 모두 세 마리의 수달을 한꺼번에 만났다. 행운이다. 2018년 여름에도 한번 만난 적이 있지만 그건 수놈 한 마리고 조우한 시간도 채 5분 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수달 가족과는 무려 30여 분을 함께 한 공간에서 녀석들을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다. 그들은 건강해 보였다. 처음 녀석들의 존재를 발견한 건 새끼 두 마리의 자맥질 때문이었다.

금호강서 다시 만난 수달 가족

7일 이른 새벽부터 금호강 물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물 튀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임이 포착됐다. 잉어가 낮은 물길에서 꼬리를 치면서 유영하는 모습인가 했더니 자세히 보니 수달이었다. 두 마리의 애기 수달이 열심히 놀고 있었다. 마치 씨름이라도 하듯 서로 엉겨붙어 자맥질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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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수달 두 마리가 열심히 자맥질하면서 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한참을 놀더니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졌다. 혹여 발각될 새라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녀석들의 행방을 쫓았다. 그러자 쓰러진 버드나무들로 뒤덮인 작은 섬 사이를 통해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녀석들이 다시 포착됐다.

그러다 이내 다시 한 녀석은 섬 위로 사라지고 한 녀석은 물가 덤불 안에서 가만히 앉아 뭔가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덤불 사이로 보였다.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는지 물고기를 뜯어먹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섬에서 인기척이 났다.

사라진 애기 수달이 나타나더니 이내 어미 수달이 그 뒤를 따라왔다. 어미 수달의 입에는 큼지막한 물고기 한 마리가 물려 있었다. 사냥에 성공한 어미가 새끼들 먹이려고 물고기를 물고온 것이다. 이내 한 녀석이 물고기를 낚아챘다.
 

바로 그 순간 어미가 필자를 발견했다. 카메라를 든 채 미동도 않고 서 있는 필자를 어미를 멀리서 유심히 살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어미는 다시 섬 위로 몸을 숨겼다. 그 뒤를 물고기를 낚아챈 녀석이 따라갔다.

애기 수달의 간절한 호소

그런데 나머지 한 녀석은 그냥 남아있었다. 그러면서 삑삑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필자 쪽으로는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좌우로 유영하면서 계속해서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한번 필자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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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수달의 강력한 눈빛을 마주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잠시지만 그 강렬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뭔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눈빛. 마치 왜 우리 집에 왔는냐고 묻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랬다. 그곳은 그들의 보금자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 작은 하중도가 그들의 서식처인 것이었다.

그들의 집을 방문한 낯선 손님을 어린 녀석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반겨주는 듯도 했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유영까지 한다. 건너편에 있는 또 다른 작은 섬으로 가서 또 삑삑 소리를 낸다. 뭔가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제발 우리를 내버려 달라. 우리는 이곳에서 평화롭게 잘 살고 있으니 우리를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듯했다. 그 간절한 외침을 인간들에게 좀 전달해주라고 요구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 애기 수달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바로 이곳은 홍준표 시장의 금호강 개발계획인 '금호강 르네상스'의 핵심 구간으로 바로 이곳에 수중보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는 바로 그 현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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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보 건설 예정 구간 앞에서 만난 수달 가족. 예정대로 수중보가 건설되면 수달의 집은 수장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예정대로 이 일대에 수중보가 건설되면 이들의 집은 수장된다. 그러면 강제로 이곳을 쫓겨나게 된다. 말하자면 수몰민 신세가 되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수달은 자신들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다른 수달이 자리잡은 곳으론 가질 못한다.

금호강에 몇 개체의 수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니 수몰민 신세가 된 이들은 어쩌면 금호강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못 찾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인근 지천이나 저수지 같은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러나 과연 수달이 살 정도로 생태 환경이 건강한 하천이 남아있는 곳이 있을까? 금호강의 지천들은 이미 인간의 손을 너무 타 개발된 곳이 대부분인데 이들을 받아줄 하천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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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숨기지 않고 계속해서 필자 주변을 맴도는 애기 수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금호강은 이래서 중요하다. 도심과 떨어진 아직 개발의 손길이 많이 미치지 않아서 수달이 서식하기에 적당한 공간들이 그나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달이 금호강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곳을 쫓겨나게 되면 다른 수달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곳 수달과 서식지 경쟁을 하다가 경쟁에서 밀린 녀석들은 도태되어 이러저리 해매다 결국 로드킬까지 당하는 비극을 맞게 되는 것이다.

제2의 4대강 삽질 금호강 르네상스는 철회되어야

끝내 몸을 피하지 않고 필자에게 다가선 애기 수달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곳에서 잘 살고 있으니 우리를 평화롭게 살게 내버려 두라는 간절한 호소를 하기 위해 삑삑 소리를 내면서 필자에게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던 게 아닐지.

제2의 4대강 사업일 수밖에 없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이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오늘 이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호강은 거대도시 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공간이자 인간 개발을 피해 야생동물들이 깃들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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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수달이 간절한 눈빛으로 말하고 있다 제발 우리 집을 수장시키지 말아 달라고. 우리를 이곳에서 이대로만 살 수 있게 제발 내버려두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마지막 야생의 공간마저 내어놓으란 건 지나친 탐욕이 아닐까? 이것이 어린 수달이 필자에게 전한 메시지이고 이것은 다시 홍준표 시장에게 그대로 전해져야 할 야생의 메시지다.

부디 이 애기 수달의 간절한 호소를 홍준표 시장이 외면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강의 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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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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