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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 웃으면, 사람들은 내가 상처받는 것을 모른다"

[TV리뷰]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그룹 이달의 소녀 멤버 츄

22.10.08 12:50최종업데이트22.10.0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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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위상이 높아지며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젊은 세대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현실 이면에는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어두운 사연과 고통들도 많다. 평소 누구보다 밝고 애교넘치는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마음 편하게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는 한 걸그룹 소녀의 고백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7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52회에는 걸그룹 '이달의 소녀' 멤버인 츄(김지우)가 의뢰인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츄는 2018년 데뷔 이래 애교가 넘치는 상큼발랄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최근에는 환경보호를 콘셉트로 한 유투브까지 진출하여 무려 113만의 구독자를 확보한 인기 유투버로 자리잡았다.

본격적인 상담에 앞서 츄는 다른 출연자들이 힘들고 무거운 사연을 가지고 방문하는데 자신의 소소한 고민이 자칫 공감을 얻지 못할까 걱정스러워했다. 패널들은 현재 츄의 나이인 24세 때 정형돈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개그맨 시험에 도전을, 박나래는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성형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그 나이때가 인생에게 고민이 가장 많을 시기'라고 격려했다.
 
츄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게 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츄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극적인 음식을 가장 매운 단계로 먹거나, 정상적인 식사량을 넘어선 과식을 하는 것으로 해소하는 습관이 있다고 고백했다. 츄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는데, 성인남성도 먹기힘든 매운 닭볶음탕 2~3인분을 주문하여 혼자 고통을 참으며 꾸역꾸역 다먹다가 토하기도 하고, 거의 한달에 한번씩 위에 탈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장기간 반복됐다고.
 
 오은영은 스트레스로 인한 식이습관 변화가 많은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고민이라면서 아이돌인 츄가 용기를 내서 솔직한 이야기를 고백한 것을 칭찬했다. 츄는 매운 음식을 찾는 이유에 대하여 "땀이 나는게 좋았다. 매운 음식을 다 먹으면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얼얼해서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매운 맛 중독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매운 음식이 정말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까. 오은영은 "자해적 기능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이 정신적인 고통에 처했을 때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하기도 하는 것처럼, 매운 자극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한다는 것.
 
그렇다면 츄는 왜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츄는 "제일 힘 안 들이고 빠른 시간에 기뻐지는 방법"이라고 답했다. 작년에 수입이 별로 없었다는 츄는 에너지 소모나 비용 부담이 적은 매운 음식을 찾게 되었다며 이를 '인스턴트 위로'라고 정의했다. 츄에게 음식은 다른 이에게 걱정이나 피해를 주지 않고도 최소시간-최소 비용의 가성비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것.
 
인간은 살아있는 한 평생에 걸쳐 누구나 스트레스를 가지고 산다. 스트레스 취약성에 대한 테스트에서 1-2개만 해당된 다른 패널들과 달리, 츄는 항목 대부분이 일치한다고 고백하여 스트레스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놀라움을 자아냈다. 츄는 주변에서 '잘한다' '귀엽다'는 칭찬을 들어도 속으로는 자꾸 의심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은 생활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급하게 비워내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트레스의 원인이나 정확히 인식하고 파악해야하는 지점에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면서 츄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강렬한 자극을 찾는다고 분석했다.

폭식으로 잠시 스트레스를 푼 것처럼 느끼지만 정작 근본적인 원인이나 문제를 해결된 것이 없기에 오래가지않아 스트레스는 다시 반복되고 만다. 오은영은 "츄는 스트레스를 잘 파악하거나 다루고 있지도 못하고 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츄가 고민을 푸는 또다른 방식은 혼자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땐 소리를 내서 울어보라는 지인의 권유에, 츄는 바쁜 스케줄 기간 동안 시간이 났을 때 울려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 끝에 1초 만에 눈물이 쏟아졌던 일화를 고백했다. 츄는 "누군가에게 고민을 떠안기는 것보다는, 혼자 풀어버린다는 느낌 때문에 훨씬 좋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게임이나 운동 등 남들이 하는 방법을 무작정 따라해보기도 했지만 츄는 그 와중에도 시간이나 계산을 하게 되면서 스트레스 해소법조차도 효율성을 따지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듣고있던 오은영은 "츄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식을 자꾸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면서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란 문제를 직면해서 그 원인을 아는 것이다. 그런데 츄는 '이게 왜 스트레스지?'라는 원인파악보다는 해결에만 집중한다"라고 문제점을 분석했다.
 
그렇다면 츄의 스트레스는 과연 무엇일까. 츄는 대답을 망설이며 선뜻 말을 잇지못했다. 츄는 구체적으로 힘들었던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대신 "힘든 모습을 들키면 안된다.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밝은 츄'의 이미지를 지켜야한다는 강박이 있음을 드러냈다.
 
츄는 밖에서는 늘 웃고 활달한 모습이었지만 "집에서는 마음이 외롭다"고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바쁜 스케줄 ㅅ속 모처럼 휴일이 생겼지만 오히려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갈수록 우울해지기만 했다고.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받다보니 이제는 예전만한 오래 웃으면서 천진난만한 모습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고도 밝혔다.
 
오은영은 불편한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츄를 위한 감정 상황극을 진행했다. 퇴근을 앞두고 갑자기 야근을 요구하는 직장상사의 제안에 츄는 당황하여 머뭇거렸으나 결국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에 오은영은 "불편한 감정이 드러나도 괜찮다. 우리는 투덜거리는 것을 못견디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하며,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마음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대안을 제시해보는 등의 방법을 권했다
 
츄는 어릴때부터 주변에 불편한 상황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견디지못하고 빨리 해결법을 찾으려는 성향이 있었다. 츄는 "분위기를 파악해서 피해를 안 주는게 중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오은영은 "누군가 불편함을 표현하면 그것은 누구의 감정인가? 상대방의 감정이다. 그런데 츄는 본인이 안절부절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공감'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나와 상대방의 마음이 똑같아야한다고 오해한다. 공감은 그저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불편함이나 문제를 내가 나서서 해결까지 해주려는 것은 '협동'"이라고 차이를 설명하면서 "츄는 상대의 감정까지 해결하려고 한다. 상대의 감정까지 흡수하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분석했다. 츄는 "그래서 제가 단체 모임을 잘 안 나간다. 눈치를 볼 게 뻔하니까, 벌써 피곤해서"라고 공감했다.
 
오은영은 "사람은 어떨 땐 나의 마음도 알 길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츄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감정까지 신경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츄는 "스트레스를 '해결'로 이겨내는게 습관이 된 것 같다"고 인정했다.
 
츄는 왜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었을까. 츄는 집안의 장녀였고 어릴 때부터 동생을 챙겨야한다는 이야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자라왔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츄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스스로 불평을 하지않으려는 게 습관이 됐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책임감이 강해졌다.
 
오은영의 츄의 고민이 그녀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느끼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회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줘야하고 힘든 모습은 애써 숨기려는 경향을 가리켜 바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고 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밝은 모습만 애써보이려고 했던 츄 역시 증후군의 범위 안에 놓여있었다.
 
츄와 비슷하게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개그맨으로 데뷔하여 활동했던 박나래는 자신의 아픈 경험담을 솔직하게 전했다. 박나래는 "잘하고 싶었고 욕심도 많았다. 그래서 너무 잘하려고만 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힘들다는건 어리광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박나래는 종종 상처를 주거나 막말을 하는 사람을 마주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더 밝게 대응했다고. 자신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견디기 어려울 만큼 너무 힘들어졌다고. 스트레스는 심각한 '신체화 증상'까지 이어지며 한동안 고생을 겪기도 했다.
 
박나래는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불쾌한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야하는구나. '내가 계속 웃으니까 사람들이 내가 상처받는 것을 모르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후로는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본인의 감정을 분명한 말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박나래는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웃고있는 츄의 모습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며 안쓰러워했다.
 
츄는 부모님께도 고민을 어렵게 상담한 적이 있으나 그저 "참고 견뎌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운함을 느껴서 몇 달씩 연락을 끊은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겉보기에 밝은 모습과 달리 가까운 친구도 그리 많지않다고 밝혔다. 한동안 세상에 내 편이 하나도 없는듯한 느낌에 괴로워하던 츄는 견디다 못해 결국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츄는 그때를 회상하며 결국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물을 보였다.
 
오은영 "힘든 상황을 힘들어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힘든 티를 낸다고 아무도 츄를 뭐라하지 않는다"며 따뜻하게 위로했다. 이어 오은영은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회적 가면(상대나 사회적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외적 인격)' 혹은 '멀티 페르소나'가 필요하다. 다양한 상황과 인간관계속에서 나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설명하면서 "그런데 츄는 사회적 가면이 '밝은 모습' 단 1개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밝은 모습만 보여줄수는 없다. 그 가면이 무너지면 사람들이 언제든 나를 떠날 것만 같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스티븐스는 사람이 힘든 순간에 '욕을 시원하게 내뱉는 것'이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정형돈은 욕쟁이 할머니들을 언급하며 장수의 비결이라고 해석하여 폭소를 자아냈다. 오은영은 이를 '셀프불편극장'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며 화, 슬픔, 불안, 우울함 다양하고 당연한 '부정적 감정'들을 거부하지말고 혼자서 표현해보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어른의 입장에서 딸같은 츄에게 전하는 위로를 건넸다. "네 나이는 많은 걸 경험하게 된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힘들땐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 힘들어해도, 잘해도, 눈물을 흘려도, 언제나 너는 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팬들이 떠날까봐 걱정하지 마라. 팬들은 너의 인간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거니까." 진심 어린 오은영의 위로에 츄는 다시 한번 눈시울을 글썽였다.
 
마지막으로 오은영은 '지우를 지켜츄'라는 솔루션을 전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본인을 가장 잘 표현한다. 지나치게 애쓸 필요없고 본인의 최선을 믿어보라"고 당부했다. 츄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듬어주시고 사랑하라고 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저로서 더 행복하게 지내겠다"고 다짐하며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금쪽상담소 박나래 스마일마스크증후군 이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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