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연준 따라가기만 할 거면 한국은행 왜 존재하나

[주장] 정부의 적극 재정 없는 계속된 금리 인상, 명분 없다

등록 2022.10.13 18:55수정 2022.10.13 18:56
9
원고료로 응원
a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추운 겨울이 올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이 12일 '빅스텝'을 단행했습니다. 기준금리 2.5%에서 3%로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렸습니다. 기준금리가 이처럼 빨리 오르면 이자 부담은 급증하고 체감 경기는 얼어붙습니다.

한은은 "국민 고통을 알지만" 환율을 방어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미 연준이 연이은 '자이언트스텝'을 밟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연준의 조치를 기계적으로 뒤따르는 게 전부라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라는 한은의 금융통화 전문가들은 무얼 하는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을 아예 안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꼭 짚고 싶습니다. 첫째, 지금의 금리 인상은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취할 금과옥조가 아니며, 패권국가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쫄리면 뒈지시든가" 하며 강행하는 수법이란 점입니다.

미국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킹(King) 달러'를 능가하는 '갓(God) 달러'로 수입물가를 낮추지만, 신흥국과 개도국은 외환이 유출되고 고환율로 물가가 오르고 경기 위축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지난 4일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에 타격을 줄 뿐이라며 다른 수단을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현실에서 금리 인상은 과감한 재정정책과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인플레이션처럼 공급 요인, 곧 전쟁과 고유가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서 비롯한 경우에 통화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투자 위축과 소비 둔화에 따른 소득 감소, 실업의 고통은 응달의 이끼처럼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집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이란 정책 수단을 쓰려면 정부는 고용 유지, 복지 확대, 최소소득 보장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해야 합니다. 매트를 깔아놓고 장대를 뛰라고 해야 합니다. 한국처럼 재정정책 없는 통화정책, 사회안전망 없는 기계적 금리 인상은 매트 없이 장대를 뛰라는 셈입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는 그저 견뎌야 할 운명인가 
 
a

돌봄, 의료, 교육 등 복지 민영화 선언 윤석열 정부 규탄 긴급기자회견이 지난 9월 19일 오후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참여연대, 한국노총, 민주노총, 여성단체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노동복지시민단체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공공주도의 사회보장정책 강화는 커녕 이를 민간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은 공공성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부자에 대한 감세를 대대적으로 펴면서,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복지예산은 민간에 맡기거나 각자도생하라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 권우성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만 고장난 레코드처럼 외울 게 아닙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자신의 책무에 '고용안정'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한은은 계속 외면할 건가요?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은 매트를 펴기는커녕 있는 것마저 접었습니다. 대기업·부동산은 감세하고 취약계층 복지는 줄였습니다. 노동자 보곤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라 하고, 노인 일자리사업과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은 삭감했습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는 그저 견뎌야 할 운명이 아닙니다. 새로운 경제의 판을 짜고 재편한다면 위기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고물가·고금리 국면에 초과이득을 올린 화석연료기업과 은행에게 횡재세를 걷고, 시민에게 얻은 빅데이터로 급성장한 플랫폼기업에게 데이터세를 걷어,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전환에 과감히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물가를 잡습니까? 긴축의 맷돌에 사람을 갈아넣고 물가만 잡으면 된다는 금리 인상이라면, 명분도 소용도 더는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기본소득당 공동대표입니다. 페이스북,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기준금리인상 #한국은행 #기본소득 #횡재세 #인플레이션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작가.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세월호를 기록하다> 등을 썼다. 20대 대선 기본소득당 후보로 출마했다. 국회 비서관으로 일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