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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보다 적어서" "열심히 해서" 수당 100만원 올린 지방의회 '말말말'

대전 5개구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 살펴보니... "인구 많아 일도 많다" "중간은 해야" 발언도

등록 2022.10.19 16:58수정 2022.10.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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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의정비 월수당을 최대 100만원까지 올린 대전 5개 구의회 보도에 반응이 뜨거웠다. 실제 대전은 5대 광역시 중 의원 보수가 인구 대비 가장 높은 편이다. 때문에 올해 의정비 인상안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구의회들은 며칠 만에 이를 번복하고 보란듯이 광폭의 인상안을 결정했다. 대체 어떤 이유로 인상을 결정했을까? 회의록을 통해 살펴봤다. 

[관련기사] "한번 욕 먹으면 4년이 행복?" 월수당 100만원씩 올리는 지방의회 http://omn.kr/217m1

[대덕구] 월 80만원 인상... 0.98% 인상안에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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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구의회

 
"(지방의원 보수가) 5대 광역시 중 대전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인구 비례로 보면 대전 중에서도 대덕구가 제일 높습니다."

지난 6일 대전 대덕구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한 심의위원이 한 말이다. 이 심의위원은 대전구의회에서 의원 보수를 월 100만 원 올려달라고 하자 전국 광역시 중 대전지역이 가장 높고, 그중 대덕구가 인구비례로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심의의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 저는 구민의 입장으로 여기에 왔는데. (지방의원들이) 건의안도 없고, 구정 질의도 없고, 조례안건에 5분 발언이 다였고, 집행부에서 원하는 대로 추경 예산 원안 가결 다 해주고, 그 와중에 의원이 직업이신 분은 단 한 분이고. 월 100만 원은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분들은 다 겸직하고 계신 분들이고... (보수는) 열심히 하는지 안 하는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심의위 회의록 중)


이날 심의위원회는 전체 심의위원 9명 중 6명의 찬성으로 내년 의원 보수를 0.98%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덕구는 지난 12일 심의위원회를 다시 열고 파격적으로 월 80만 원 인상을 결정했다. 

"다른 구 동향을 살펴보면 동구는 100만원, 유성구는 60만원, 중구 53만원 인상으로 10월 20일 이후 3개구는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다른 구의 평균적인 수준과 우리 구 재정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월 80만원 정도 인상을 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의위 회의록 중)


[서구] 70만원 인상... 사유는 "다른 구 '중간'은 돼야"

대전 서구는 대전에서도 현재 지방의원 보수가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서구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공무원 보수인상률인 1.4%를 인상하기로 했다.

회의록을 보면 한 심의위원이 "지방 세수도 좋지 않은 상황에 (서구의회의) 월 100만 원 인상은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서구의회의 100만원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지난 13일 심의위원회가 재소집됐고 결정은 반복됐다. 내년 월정수당을 월 70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번복 사유로 의회의 강한 요청 외에는 별 다른 이유를 찾이 어려웠다.

"저는 (서구의회의) 월 100만 원 인상에 대하여 찬성입니다.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했으면 합니다."

지방의원 보수는 주민 수, 재정 능력,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의정활동 실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서구의회가 인상 폭을 결정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의회의 요청 사유를 보니, 인구수도 많고 일의 양도 많다고 해서 다시 재심의를 요청한 것 같은데, 동구, 대덕구, 중구, 유성구 모두 공청회 한다고 나와 있네요. 이를 기준으로 서구도 중간 수준쯤에서 조율하는 것이 어떨까요?" (A 위원)

대전 동구, 대덕구, 중구, 유성구 등 인근 자치구의 중간 수준으로 하자는 안이다. 이렇게 해서 월 70만 원 인상안이 결정됐다.

[유성구] 월 60만원 인상... "동구와 연 500만원 차이"

지난 5일 열린 유성구심의위원회는 의원 월정수당을 현재보다 월 60만 원(인상률 27%)을 인상하기로 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유성구심의위원회도 의원 보수를 올린 인근 자치구의 결정을 기준으로 했다.

"동구가 월 100만 원 인상안과 공청회로 결정이 났고, 중구가 지난번에 공무원 보수인상률만큼 인상한다고 했다가 재심의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5개 구 비교해보면 서구하고 유성구가 연 500만 원 차이가 나고 나머지 구도 비슷한 차이가 납니다." (유성구 기획실장)

"동구에서는 월 100만 원씩 인상하겠다고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했고 ...(중략) 우리 유성구가 서구하고 인구수라던가 비교적 비슷한 걸로 알고 있는데..."(위원장) 


[중구] 지방자립도 낮다더니 월 53만원 인상... 회의록 공개안해

대전 중구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 8월 29일 회의를 통해 월정수당 1.3% 인상안을 의결했다. 아래는 당시 회의록이다. 

"지금 중구의 사정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에요. 우리 5개 구 중에서도 중구가 의외로 동구 빼고는 지방 자립도가 굉장히 낮은 편이어서요. 인구 증감도 3년 전에 비해서 만 4천 명이나 줄고 있고요. 그 다음에 의원 1인당 인구수도 당연히 줄고 있고요. 그리고 예산도 현재 지방 자립도가 떨어지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공무원 보수 이상의 임금 인상을 주장한다면 과연 주민들한테 무슨 말을 들을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중구심의위원회는 돌연 이달 초 2차 회의를 열고 월정수당을 월 53만 원(인상률 26%) 하기로 결정했다. 결정 사항 외 2차 회의록은 누리집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공청회를 안내하며 "중구의회 의원은 지난 10년간 우리 지역의 어려운 경제위기 극복과 고통 분담을 위해 의정비를 동결해 전국 최저 수준인 연간 3799만 원(월 316만 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고 일방적 주장만을 소개하고 있다.

[동구] 월 100만원 인상 근거는 "열심히 일한 자에게 대가를"

대전 동구는 지방의원 월정수당을 100만 원(인상률 45.4%) 인상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일 열심히 한 사람이 많은 대가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능력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구의원 할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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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동구의회 전경.

 
지역단체들 "공청회 직접 참여해 터무니없는 인상 막을 것"

지역 주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대전 5개 구가 까닭 없이 많게는 월 100만 원에서 적게는 월 53만 원까지 터무니없이 의원 보수를 올린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현재 각 구의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검토했고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청회 때는 자치구 주민단체 등과 직접 참여해 터무니없는 의정비 인상을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정비 #대전 동구 #대전 서구 #대전 유성구 #대전 대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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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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