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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 없는 경기장이라니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자원봉사를 하면서...

22.10.25 11:22최종업데이트22.10.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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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2022.10.19.~24.) 유도경기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페이스메이커 1명을 중심으로 봉사자 18명이 유도경기에 투입되었다. 봉사 신청을 했다가 당일에 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에 비해 인원을 넉넉히 배정했다는 페이스메이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맡은 업무는 18명 전원이 '체육회 경기 운영지원'이었다. 말은 거창하지만 안내소에서 안내, 주차 안내, 체육관 입구 방역 업무가 전부였다. 가장 먼저 방역 업무에 투입된 2명은 체육관 입구에서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을 격려하는 일을 했다. 이후 주차를 안내할 인원이 이동했다. 차량을 어디로 어떻게 안내하라는 지시가 없어 주차장 입구에서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봉사자가 있는 반면 주차장 모퉁이에 멀뚱히 서 있는 봉사자도 있었다.

업무에 비해 인력이 과다하여 교대 전 안내소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인력도 있었다. 페이스메이커는 2시간마다 교대로 투입하면 된다, 쉬는 시간에는 경기도 관람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편하게 있으라고 했지만 조직화된 단체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구체화된 업무 지시조차 없는 시간이 난감하기만 했다.
 
유도경기는 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주차장이 협소해 늦게 도착한 차량은 인근 청소년수련관과 육아종합지원센터, 또는 주변 아파트 도로가에 주차를 해야 했다. 유도경기 특성상 지체장애인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유도 경기 장면 ⓒ 최윤애

 
경기가 이루어지는 1층 강당은 널찍했으나 관람석이 적어 일부 선수와 관계자만 겨우 앉을 수 있었다. 강당 바깥쪽에는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마련된 매트가 있었지만 경기 중에는 많은 선수와 코치, 관계자들이 내내 서 있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경기를 보러온 몇몇 관람객은 이런 경기장 상황에 결국 발길을 돌렸다. 한 중년의 봉사자는 관람석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경기장을 보고 "너무하다. 선수들을 응원할 관람석조차 없다. 전국체전이었으면 유도에 이런 경기장을 배치했겠나. 관람객이 없어 선수들 힘이 빠질 것 같다, 보람찬 봉사를 기대했는데 속상한 마음만 안고 간다"며 울분을 토했다.
 

▲ 관람석이 부족한 경기장 선수와 관계자들이 앉을 곳이 부족하다 ⓒ 최윤애

 
이에 한 대학생 봉사자는 얼마 전 시각장애인 축구대회에서 겪은 일을 언급했다. "공 안에 구슬을 넣어 소리를 듣고 하는 축구인 만큼 정숙이 필수인데 주변에서 갑자기 커다란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결승전이라 선수들과 코치들은 평소보다 더 예민한 상태였다. 운영진이 상황을 설명하고 항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도 허가를 받고 하는 거라며 끝까지 음악을 끄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회에 나 또한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을 특별 대우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같은 종목이라면 전국체전과 같거나 비슷한 경기장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내부사정이 있겠지만 외부에서는 이런 상황도 충분히 차별이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유도경기는 유도회 운영지원단의 분주한 움직임을 기반으로 신속히 이루어져 예상보다 1시간 정도 당겨진 시간에 종료되었다. 경기장에는 자원봉사센터의 자원봉사자 외에도 지자체 운영지원단, 울산과학대 물리치료학과 테이핑 지원단 등이 경기의 운영을 보조했고 의료지원 인력 외 응급이송단도 대기했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이 참여하는 경기인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안내견, 수어, 수어 통역사, 보청기 등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전국장애인체전은 6일간의 경기를 끝으로 10월 24일 막을 내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 가까이에서 전국장애인체전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다만 선수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자리에 더 많은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 안내견 사람들 틈에 서 있는 안내견 ⓒ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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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주간지 서산시대 동시 기고합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전국장애인체전 전국체전 유도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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