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함민희 노사과연 사무국장 세종호텔 목요문화제에서 발언 중인 함민희 사무국장
세종호텔 노동조합
난생 처음으로 문화제에서 발언에 집중했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그때부터 매번 문화제에서 혼자 울었다. 발언들이 정말 대단했고 감동적이었고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가끔 조합원들이 다가와서 "혹시 오늘 발언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항상 못하겠다고 거절했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되었고 호텔에 관해서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거절하고 돌아오는 길엔 항상 자괴감이 들었다. 문화제에 와보니, 발언으로 그 시간이 채워지는데 내가 거절해서 조합원을 곤란하게 한 거 같았다. 그래서 목요문화제에 올 땐 항상 조금 괴로웠다. 게다가 아는 사람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니, 꿔다놓은 외로운 보릿자루가 된 거 같았다. 그래도 하기로 마음 먹은 건 끝까지 하는 성격인지라, '그래도 간다! 목요일엔 항상 가기로 했으니까 철판 깔고 간다!' 하는 마음으로 항상 갔다. 문화제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들었고, 듣다가 매번 감동해서 울었고, 돌아오는 길엔 발언을 못한 게 마음에 걸려서 자괴감을 가지는 일상이 반복됐다.
민희씨는 세종호텔에서 지금까지 세 번 발언했다. 처음은 겨울이었는데, 그날따라 노사과연 동지들이 문화제에 많이 왔다. 안 할 수가 없어서 마이크를 잡았고 발언을 시작했다. 저번에 정혜진 조합원님 발언을 들었는데 가족, 친구들이 투쟁을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 우는 걸 봤다고 했다. 만약 나였다면 희망퇴직을 받아들이거나 바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봤을 거 같다고, 집에서 힐링서적 읽으면서 '나는 괜찮다'를 반복해서 되뇌고, 카페에서 친구들한테 회사 욕이나 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치 내가 조합원님을 울리는 친구가 된 거 같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서 사흘 동안 창피해 했다. '그런 말을 왜 했지'라고 민망해 하면서 방에 혼자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남편이 "무슨 일이야!"라며 방문을 벌컥 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이청우 동지가 연락하더니 오늘 꼭 발언 해달라고 부탁했다. "선배님 저 못해요"라고 징징대기도 했으나 결국은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 후 일주일간 집에서 문득 문득 생각날 때마다 몸 둘 바를 몰라서 역시 '빽!' 소리를 질렀다. 발언할 때마다 진심을 담아서 마음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데 막상 다 보여주고 나면, 너무 오바한 거 같아서 민망하고 창피했다. 세 번째 발언했을 때는 세종노조가 지노위, 중노위를 모두 졌는데 주명건은 교육부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에서 승리했을 때였다. 그때 민희씨는 집에서 발언을 준비하면서도 속상해서 울었다. 문화제 직전, 노조 사무실에서 공대위가 회의를 했는데 그때도 민희씨는 계속 울었다. 허지희 사무장이 쉴 새 없이 우는 민희씨에게 "어? 과몰입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왜 연대하나요? 질문에 돌아온 답

▲세종호텔 정문에서 선전전 중인 함민희 사무국장 세종호텔 정문에서 선전전 중인 함민희 노사과연 사무국장
세종호텔 노동조합
민희씨는 '왜 세종호텔에게 연대하냐'는 물음에 '세종노조는 마치 오랫동안 함께 산 부부의 사랑같다'고 답한다. 오래 산 부부가 매일매일 뜨겁게 사랑이 샘솟을 순 없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어느 순간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 나 그 사람 사랑하네'라고 문득 깨닫는다.
민희씨에게 세종노조는 오랜 부부의 사랑이다. 솔직히 세종노조에 기계적으로 왔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항상 뜨겁거나 매일 샘솟는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랑한다. 마치 부부가 매일매일 뜨겁게 사랑이 샘솟는 건 아니고 그저 같이 살지만, 가끔씩, 어느 순간 '사랑하는구나' 느끼는 것처럼. 더불어, 민희씨는 시작한 건 끝까지 하는 성격이다. 일단 연대하기 시작한 노동조합은 끝까지 연대한다. 활동가의 대단한 의지 같은 게 아니다. 그저 민희씨의 성격이 원래 그런 거다. 민희씨는 자신의 성격대로 쭉 연대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민희씨는 조합원들의 모든 선택을 응원한다. 만약 조합원들이 복직할 때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하면, 그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한다. 그리고 만약 조합원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겠다고 하면, 그 또한 응원하고 지지할 것이다.
물론 아쉽겠지만, 그럼에도 그건 조합원들의 선택이고 그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화내거나 나무라고 싶지 않다. 조합원들의 투쟁하겠다는 선택도, 다른 길을 찾겠다는 선택도 항상 지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희씨에게 연대란 무한히 지지하는 든든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 투쟁사업장에 연대간 함민희 사무국장과 정혜진 세종호텔 노조 조합원 동국제강 투쟁사업장에 연대간 함민희 사무국장과 정혜진 세종호텔 노조 조합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세종호텔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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