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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전설' 이정후, 키움 우승까지 이끌까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 이정후, 아버지도 못이룬 통합 MVP-언더독 우승 도전

22.10.31 15:58최종업데이트22.10.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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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의 슈퍼스타 이정후가 정규리그-플레이오프 MVP에 이어 이제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이정후의 소속팀 키움은 정규리그 3위(80승 2무 62패, 승률 .563)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준PO에서 kt(3승2패)와 LG(3승1패)를 잇달아 제압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구단 역사상 2014년과 2019년에 이어 역대 3번째다.
 
특히 키움 돌풍의 핵심에 있는 이정후는 프로 6년 차인 올해 그야말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142경기에서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5도루 타율 .349 장타율 .575 출루율 .421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리그 타율, 타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까지 1위를 석권하며 '타격 5관왕'을 싹쓸이하며 키움을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은 일등공신이 됐다. 11월 17일 열릴 예정인 '2022 KBO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는 이미 이정후가 예약해놨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정후의 활약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본인의 스타성도 있지만, 아버지인 이종범(LG 트윈스 퓨처스팀 감독)의 뒤를 잇는 야구인 2세 출신으로 KBO리그 사상 초유의 '부자 슈퍼스타'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야구를 비롯하여 각 종목마다 운동 선수 2세는 차고 넘치지만, 선대를 뛰어넘는 경우는 정말로 찾기 힘들었다. 특히 이종범은 한국야구 40주년 기념 역대 레전드 40인에서도 상위권에 선정될 만큼 수많은 별들중에서도 손꼽히던 불세출의 슈퍼스타였다. 아버지의 그늘이 워낙 거대할수록 비교대상이 되는 아들의 그림자는 깊어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부자 MVP의 원조는 남자프로농구(KBL)의 허재-허훈 부자다. 아버지 허재는 1997-98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팀 소속임에도 MVP를 수상했다. 22년뒤에 차남인 허훈은 2019-20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다만 허재는 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적은 없고, 허훈은 챔피언결정전 MVP와 우승경험이 아직 없다는게 차이점이다.
 
이정후는 허재-허훈 부자마저 뛰어넘어 스포츠스타 2세의 전설을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프로 6년차인 이정후는 아직 24세에 불과한 나이에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MVP급 선수로까지 성장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 이종범도 현재 이정후의 나이와 똑같은 24세이던 1994년에 MVP를 수상한바 있다.
 
당시 프로 2년차였던 이종범은 해태 타이거즈(현 KIA) 소속으로 팀이 치른 126경기중 124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3할 9푼 3리, 196안타, 84도루, 출루율 .452, 113득점으로 역시 타격 5관왕을 휩쓸었다. 이종범의 1994년은 역대 KBO리그 MVP를 통틀어 단일시즌에서 한 선수가 공수주에 걸쳐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여준 '위대한 시즌'을 거론할 때 항상 빠지지 않을 정도다.
 
또한 이종범의 진가는 정규리그는 물론이고 단기전과 큰 경기에서도 매우 강했다는 점이다. 이종범은 해태-KIA에서 통산 4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특히 데뷔 첫해인 1993년과 1997년에는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아들 이정후 역시 아버지 못지않게 큰 경기에도 강하다. 이정후는 이미 프로 3년차였던 2019년 플레이오프에서 SK(현 SSG 랜더스)을 상대로 3경기 15타수 8안타 타율 .533의 맹활약을 펼치며 생애 첫 포스트시즌 MVP를 수상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비록 팀은 0-4로 스윕패를 당했으나 타율 .412에 17타수 7안타 3득점 2타점을 기록하는 등 큰 무대에서도 전혀 주눅들지않고 훌륭한 활약을 선보였다.
 
3년이 흘러 이정후는 2022년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번 맹활약하고 있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368(19타수 7안타), 3타점, 1득점을 올렸던 이정후는,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0.500(16타수 8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3년만에 다시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다.
 
이정후가 SS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MVP와 팀우승 동시 달성이라는 '트리플크라운'을 이루는 것도 꿈이 아니다. 이는 아버지 이종범조차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이종범은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던 1994년에 소속팀 해태는 준PO에서 탈락하며 통합 MVP와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이 기록을 달성한 2017년 양현종(KIA)으로 당시 소속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정규리그-한국시리즈 MVP까지 모두 석권한바 있다.
 
더구나 이정후의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는 창단 이후 준우승만 두 번 기록했을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아직 없다. 올해는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여 준PO에서 5차전까지는 혈전을 치렀고, 플레이오프에서는 2위팀 LG를 업셋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40년 프로야구 역사상 단일리그제에서 정규시즌 3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변은 1992년 롯데 자이언츠, 2001년-2015년 두산 베어스까지 단 3번 뿐이다. 이번 한국시리즈 역시 객관적인 전력이나 상대전적상에서 모두 크게 앞섰던 SSG의 절대 우위가 예상되고 있다.
 
아버지 이종범은 해태-KIA 시절 4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우승시즌에는 모두 소속팀이 정규리그에서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업셋 우승'은 한번도 없었다. 전성기 해태는 이미 이종범이 입단하기 전부터 스타 선수들이 넘쳐나며 프로야구를 지배하는 왕조였기에, 이종범이 혼자 하드캐리해야하는 팀은 아니었다.
 
그에 비하여 이정후의 키움은 우승경험이 없는 '언더독'에 가깝다. 실력이나 스타성면에서 뒤질게 없는 이정후가 그래도 아직은 아버지를 넘지못했다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누적 기록을 포함하여 우승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키움의 전력에서 이정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태 시절 5툴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쳤던 이종범을 능가한다.

박병호-강정호-앤디 밴 헤켄 등 특급 선수들의 전성기 시절에도 이루지못한 '언더독 우승'을 달성하고 이정후가 그 중심에 설수 있다면, 명실상부하게 이종범의 그림자를 뛰어넘어 '슈퍼스타 아버지보다도 더 위대한 아들'의 반열에 오를수 있다는 평가다. 

대중은 상대적으로 도전자이던 영웅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는 성장 서사를 더 좋아한다.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약체인 키움을 이끌고 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절대강자 SSG에 도전하는 선봉에 선 이정후의 모습은 마치 골리앗을 상대하는 다윗을 연상시킨다. 마치 한편의 스포츠 영화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이정후는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아버지 이종범의 전성기 시절에도 이루지못한 빅리그 진출까지 거론될 정도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불과 24세의 나이에 '살아있는 전설'의 길을 착실하게 밟아가고 있는 이정후의 기세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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