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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장관에게 집요하게 묻습니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154명 죽은 이태원 참사... '정치 엮지 말자 해도' 명백한 행정 문제

등록 2022.10.31 18:11수정 2022.10.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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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을 방문, 통화하고 있다. 2022.10.30 ⓒ 연합뉴스

 
어제(29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

논란을 부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다.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다. 이 장관이 "여러 사람이 모여 폭행이나 협박 또는 파괴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문란하거나 그런 행위"란 '소요'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 29일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그런 행위들이 벌어졌다는 보도는 1건도 없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력이 부족했거나 부재했다는 지적에도 이 장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거나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라 답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진짜 그럴까.

3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지난 29일 토요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 131명이었다. 금요일이던 전날(28일)의 2배였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영향으로 13만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 5만 9220명이 이용했지만 3년 전인 2019년 9만 6463명과 비교하면 무려 3만 명이 많았다.

앞서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축제의 절정인 토요일(29일) 1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이태원에 집결하리라고 이미 예상했었다. 이 같은 '사실' 앞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얼마나 나이브하고 무책임한가. 이태원에 몰린 인원은 개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을 세우고 조치를 취할 의무는 바로 정부 당국에 있다. 

믿지 못할 참사 소식을 접한 국민 다수도 이 장관의 해명에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엉뚱한 곳에 초점을 맞춘 적지 않은 언론과 달리 말이다.

경찰 수사, 개인의 책임, 이게 최선일까

'술이나 전단 때문에 사고가 난 골목이 미끄러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첫 핼러윈이라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렸다.'


다수 언론이 거론한 사고 원인들이다. 여기에 목격자들 중심으로 참사 현장에서 "누가 밀었다"거나 "뒤로"란 목소리를 들었다는 증언들도 주요하게 조명됐다.
 
이번 사고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 경찰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 앞에 있던 사람들이 넘어지고 깔려 있는데 뒤쪽에 있던 사람이 밀어, 밀어 소리치고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 이런 이야기가 지금 증언이 나온단 말이죠. 현장에서 혹시 그런 소리를 직접 들으셨어요? -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의 질문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당한 질문의 일환일 수 있다.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나 목격자들 역시 엇비슷한 목격담을 내놓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30일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일대 업소들을 대상으로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등 사고 경위를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사고 현장에서 누가 밀쳤는지 알아내고,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는 게 우선일까. 그게 최선일까.
 
누가 먼저 쓰러졌다, 누가 소리를 질렀다, 이런 부분들은 그 문제의 어떤 원인이 될 수 없는 거고요(...). (그 자체가 이미) 사고 단계에 들어간 거고요. 역시 또 그 매뉴얼에 보면 그 언급이 나옵니다. 이상 군중이 되면 이상 행동을 하게 되는데요.
-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31일 TBS 라디오 인터뷰 중

백 교수의 설명처럼 이태원 참사 현장은 공연장, 행사 안전 매뉴얼 상 "가로세로 1㎡ 정도 되면 서 있는 군중이 3명 정도가 적정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현장이 문제가 아니라 그 현장 상황에 도달하기까지 통제가 없었던 것 자체가 핵심 문제란 이야기다. 

생존자와 목격자 모두 부지불식간에 그리고 참사 순간 이전에 이러한 위험 상황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심정지 상태의 희생자들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 운운에 앞서 이러한 현장 상황의 선제 조건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제해야 했을 경찰력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건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이상민 장관의 설명이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건 그래서다. 30일 <한겨레>에 따르면 29일 밤 이태원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은 애초 알려진 200명이 아니라 137명이었다. 그나마도 대부분 사복 경찰로, 정복을 입은 경찰관은 58명뿐이었다고 한다. 2020년 정복 경찰 38명과 기동대 1중대, 2021년 85명과 기동대 3중대와 비교해 차이가 난다. 통상 기동대 1개 중대는 60~65명이 배치된다.  

2020년과 2021년 기동대 인력 배치에 대해 30일 서울경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 방역 예방을 위한 목적"이라거나 "이태원 사고 당시 경찰 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란 해명을 내놨다. 이를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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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0월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당국의 책임

미 앞선 언론 보도를 통해 용산경찰서 인력이 윤석열 대통령 경호에 집중 배치됐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자택을 관할하는 서초 경찰서 및 대통령실을 관할하는 용산 경찰서 직원들의 초과 근무 시간은 약 5000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 경호·경비 등에만 경찰 700명 이상이 매일 동원된다는 추산까지 나왔다(9월 2일 <중앙일보>, <[단독] 용산 대통령 이후…"살려달라" 경찰 5000시간 초과근무>). 

야근과 초과 근무가 일상이요, 이는 경찰 지휘부의 과잉 경호에 따른 것이란 불만이 폭주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상민 장관 해명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참사 당일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 인력에 왜 공백이 생겼는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왜 축소됐는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소셜미디어에 나오는 지적들도 마찬가지다. 인파가 몰릴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 그럼에도 정부와 경찰, 서울시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대한 경찰 통제는 2017년은 물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올해와 달리 예년에 참사가 안 일어난 이유다. 참사가 난 골목에 대한 일방 통행이나 통제도 마찬가지였다.
 
백번 양보해 정치랑 안 엮는다 치더라도 이건 행정 이슈 맞고 그 행정 책임자는 적어도 구청장, 서울시장, 결국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까지 직결되는 문제죠.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백번 양보해서 정치랑 엮지 말자고 칩시다, 근데'란 글의 결론이다. 근 10년간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지켜봤다는 해당 용산구 주민의 글은 안전을 위해 이태원에 투입한 경찰 인력도 사전 조치도 미흡했을 뿐더러 도로 개방이나 폴리스 라인, 지하철 무정차 등 행정력 미흡을 경험에서 우러나온 시선으로 꼬집고 있었다.

결론은 물론 이태원 압사 참사가 행정의 문제였고 그 행정이 바로 정치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다시, 사망자가 154명까지 늘어난 이 참사에 대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집요하게 물을 수밖에 없다. 과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막을 수 있는 참사가 아니었나. 정부 당국의 책임이 없는가.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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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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