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만 올리는 건 유치한 수법이죠"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현재도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서울 서대문구 주민들이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구 사람들'을 꾸리고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유, 대통령 선거 당시 쏟아진 발언들에 대한 의견 등을 자세히 듣고자 1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기사로 소개합니다. - 기자 말

-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대문구 창천동에 살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름은 강소라(가명)입니다."

-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서명에 함께한 이유는?

"사실 여성가족부라고 하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거든요. 오히려 이번 폐지 이슈가 생기면서 더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 그중에 청소년 지원이 많더라고요.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정책도 있고요.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을 많이 지원하는 부처가 사라지거나 무용지물이 될까봐 걱정되는 마음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했고 서명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인구가족부'로 개편할 거라는 방향에 대해서도 들었는데, 이게 말이 개편이지 부서가 바뀌는 것과 다름이 없잖아요. 부서 이동에 드는 인력이나 재정 지원도 중단되었다 다시 시작할 텐데.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보호하고 있던 최저층의 사람들, 여성 청소년이나 보호 청소년들이 많은 타격을 입을까 걱정돼요.

또 인구가족부라는 이름이 보여주는 건 여성을 인구 재생산 용도로 취급하겠다는 거라서, 저출산 문제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요. 경제적인 문제도 영향이 클 테고요. 출산율이 낮은 게 전체적인 사회 문제가 다 혼합된 결과인데, 오히려 구조적인 차별을 없애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올린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굉장히 유치한 수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정당한 이유나 방향을 설명한 것도 아니고, 딱 그 7글자만 낸다는 게요."

- 그렇다면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고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개인의 책임으로만 물어가려고 하는 일종의 프레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가난한 거에도 구조적인 책임이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여성이 차별당하는 것에도 구조의 책임이 있는 거죠. 그런데 '네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거잖아요.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겠다는 거죠."

- 대통령 선거 기간, 이준석 전 대표가 '여성들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발언을 했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궁금해요.

"요즘 세대에서 통용되는 말일까요?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보여주는 게 있잖아요. 20대 여성들의 정치 참여라는 게 무시할 만한 게 아니거든요. 제 주변에서도 그렇고요. 시대를 못 읽는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 오히려 여성가족부에서 못하고 있던 것, 더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소수자 가족과 같이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형태의 가족들을 보호해 줘야 한다고 봐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거죠.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지만 너무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호시설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지원이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일정 나이가 되면 보호시설에서도 나가야 해서 자립지원금을 받고 나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조금 아쉬워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 지원이 더 커져야 하는데 여성가족부가 사라져 버리면 안 되죠."

-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성차별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고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문제일 것 같아요. 임금 차별이나 고용 문제가 어쨌든 경제적인 거랑 직결되기도 하니까요. 특히나 30대 청년들에게는 눈앞에 있는 문제이고요. 먹고사는 문제에도 성차별이 뿌리 깊게 있는데, 이거를 구조적 성차별이 아니라고 하니까 답답하죠.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해도 10년 뒤에 잘리거나 결혼 등의 문제로 경력이 끊길 수 있다는 걸 가정하고 살아야 하는 게 20대 여성들의 현실이잖아요. 이런 데서 오는 우울감도 크고요. 당장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가 막막해지는 거는 너무 슬픈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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