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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BA 출신' 삼성생명 스미스, 이름값 하네

[여자프로농구] 시즌 초반부터 득점-어시스트에서 돋보이는 활약으로 주전가드 차지

22.11.09 11:14최종업데이트22.11.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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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을 즐겨보는 스포츠 팬이라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4개 팀을 오가며 활약했던 혼혈선수 문태종을 기억할 것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 문태종은 LG세이커스 시절 팀을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고양 오리온스에서는 KBL 무대에서 첫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문태종은 국가대표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한국의 금메달을 견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구팬들은 문태종이라는 선수를 떠올릴 때 항상 아쉬움을 먼저 이야기한다. 문태종이 KBL의 문을 두드렸던 2010년엔 이미 그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태종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터키, 러시아 리그를 거치며 유럽무대에서 정상급 슈터로 군림했다. 만약 문태종이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전성기 구간을 KBL에서 보냈다면 한국에서 쌓은 그의 업적은 훨씬 화려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여자프로농구의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아주 든든한 마음을 가지고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여름 WNBA에서 활약했고 향후 대표팀 활약이 기대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만 23세의 젊은 혼혈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초반 3경기에서 16.33득점 5.3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삼성생명의 혼혈 선수 키아나 스미스가 그 주인공이다.

성공확률 그리 높지 않았던 혼혈선수들
 

WNBA 출신 스미스는 지난 9월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여자프로농구는 리그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6년부터 귀화혼혈선수제도를 도입했다. 부모나 조부모 중 한국인이 있다면 국내 선수와 같은 조건으로 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BL의 혼혈선수들이 국내 선수도, 외국인 선수도 아닌 '제3의 신분'으로 특별관리를 받았던 것과 달리 WKBL에서는 혼혈선수를 따로 차별(?)하지 않았다. 당연히 각 구단에서는 전력강화를 위해 한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WKBL 무대를 밟은 혼혈 선수는 2006년 금호생명 레드윙스에 입단한 마리아 브라운이었다. 마리아는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혼혈 선수라는 점 외에도 출중한 미모로 많은 화제를 모았고 공식 데뷔 전 여자농구 잡지의 표지모델이 됐을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마리아는 세 시즌 동안 26경기에서 1.85득점 1.04리바운드 0.38어시스트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한국생활을 마감했다.

지난 2009년 킴벌리 로벌슨이라는 이름으로 삼성생명에 입단했던 김한별(BNK 썸)은 혼혈선수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입단 초기에는 잦은 부상으로 고전했던 김한별은 서른을 훌쩍 넘은 2017-2018 시즌부터 뒤늦은 전성기가 찾아왔다. 2020-2021 시즌 삼성생명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프전 MVP에 선정된 김한별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지난 2020년 같은 혼혈선수인 남자친구 이승준과 혼인신고를 한 김소니아(신한은행 에스버드)는 김한별의 뒤를 이어 WKBL의 혼혈선수 성공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우리은행 우리WON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김소니아는 2020-2021 시즌부터 기량이 급상승하며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서 가장 높은 득점력(16.82점)을 자랑했던 김소니아는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이번 시즌에도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다소 허술했던 WKBL 혼혈선수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리그와 농구팬들을 우롱했던 사건도 있었다. 2015년 공문서를 위조해 혼혈선수 자격으로 부천 하나은행에 입단해 신인왕과 BEST5,득점상,야투상,리바운드상 등 6관왕을 휩쓸었던 첼시 리였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첼시 리가 제출했던 서류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하나은행은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5-2016 시즌 기록이 모두 말소됐다.

최초의 WNBA 출신 혼혈선수, 공수 맹활약
 

스미스는 뛰어난 외곽슛과 패싱감각을 겸비한 활용가치가 상당히 높은 가드자원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농구선수로 꾸준히 성장했다. 루이빌 대학에 진학한 스미스는 주전가드로 활약하면서 대학리그에서 12득점 3.4리바운드 2.5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6.7%라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스미스는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W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LA스팍스에 지명되며 역대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WNBA리거가 됐다.

하지만 WNBA에서 스미스의 활약은 대학시절 만큼 뛰어나진 못했다. 정규리그 11경기에서 평균 10분을 소화한 스미스는 2.6득점 0.8리바운드 0.5어시스트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장기인 3점슛 성공률이 27.8%에 그치며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어필하지 못했다. 그렇게 여름 동안 아버지의 나라에서 활약한 스미스는 이번엔 어머니의 나라를 선택했다. 지난 9월 혼혈선수 자격으로 WKBL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삼성생명은 망설임 없이 스미스를 지명했다. 작년의 이해란 같은 확실한 대어급 신인이 없는 상황에서 WNBA까지 경험했던 검증된 선수인 스미스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물론 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만 해도 WNBA에서 뚜렷한 실적을 만들지 못한 스미스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농구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스미스는 개막 후 단 3경기 만에 농구팬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3경기에서 평균 33분을 소화하며 삼성생명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자리 잡은 스미스는 득점(16.33점)과 3점슛 성공률(36.8%) 6위, 3점슛 성공 2위(7개), 어시스트 4위(5.33개)를 달리고 있다. 신인들 중에서는 당연히 적수를 찾기 힘들고 리그 전체에서도 박혜진(우리은행),신지현(하나원큐),이소희(BNK) 등과 함께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해주고 있는 가드가 바로 스미스다. 특히 뛰어난 개인기를 활용한 '스텝백 3점슛'은 단연 일품이다.

혼혈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선수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료들을 살려주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스미스는 5.33개의 평균 어시스트 숫자가 말해주듯 이타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가드다. 실제로 슈터 강유림과는 벌써부터 뛰어난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뛰어난 득점력은 물론이고 이타적인 마인드까지 겸비한 스미스라는 좋은 가드가 가세한 삼성생명이 이번 시즌 부쩍 강해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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