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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석 이번엔 음주운전... 한화 이대론 답이 없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78% 면허 정지 처분... '하주석 사태' 근본적인 성찰 기회로 삼아야

22.11.21 11:18최종업데이트22.11.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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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적발로 2023시즌 준비에 제동이 걸린 한화 하주석 ⓒ 한화 이글스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또다른 악재가 터졌다. 팀의 주전급 선수이던 하주석이 음주운전을 저지르며 야구계 퇴출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주석은 지난 11월 19일 대전 동구 모처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하주석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8%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주석이 음주 단속에 적발된 사실을 인지한 한화 구단은 20일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하주석은 중징계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KBO 규약에는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를 당한 선수에게 7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정해져 있다. 여기에 구단에서 별도의 자체 징계를 추가적으로 내릴 것이 유력하다. 하주석은 2023시즌을 아예 날리게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정호 사건 등으로 야구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보다 훨씬 엄중해졌다. NC는 지난달 숙취 운전으로 접촉사고를 낸 외야수 김기환을 방출한 바 있다. 삼성에서 16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친 박한이는 숙취 운전으로 적발돼 은퇴로 내몰렸다.
 
여기에 그 대상이 하필 하주석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여론이 더욱 곱지 않다. 하주석은 그동안 과격한 언행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올시즌에는 덕아웃에서 심판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다가 '헬멧 투척 사건'이라는 희대의 해프닝을 일으켜 KBO로부터 10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 원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하주석이 분풀이로 덕아웃에 투척한 헬멧은 벽을 맞고 튀어나와 그대로 클레멘츠 한화 수석코치의 뒤통수에 명중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주석은 코치가 헬멧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분명히 목격하고도 그대로 지나치며 인성논란에 휩싸였다.
 
설상가상 이번에는 팀 마무리 훈련 기간에 음주운전 사건까지 저지르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하주석은 헬멧투척 사건 당시 자숙하며 변화를 약속했으나, 몇 달 가지 못해 또다시 사고를 치며 반성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붙고 있다. 무엇보다 음주운전은 엄연한 범죄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은 차원이 다르다. 분노한 팬들은 아예 하주석의 퇴출을 주장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하주석 사태가 불러올 파장

한편으로 하주석 사태가 초래한 파장은, 한화의 2023시즌을 비롯한 향후 팀운영 방향에도 적지 않은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2020시즌부터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리빌딩을 선언했고, 하주석은 그 프로젝트의 핵심 자원 중 한 명이었다.
 
하주석은 2012년 전체 1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한 가운데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전폭적인 기회를 얻었다. 한화는 10년 이상 팀 내야를 책임질 선수로 판단하고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육성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한화는 매년 드래프트나 트레이드에서 유격수 포지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하주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하주석은 유망주에서 고참급 선수로 성장했고 팀 주장까지 맡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도 하주석은 부동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하주석은 결과적으로 '선수'로서도 '리더'로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량은 정체되었고 오히려 본인의 멘탈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팀 분위기를 자주 흐렸다. 하주석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에피소드가 2021년 5월 KT와 경기였다. 당시 하주석은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임에도 본인이 삼진을 당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덕아웃에서 배트를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결국 수베로 감독이 직접 나서서 "개인보다 팀을 생각하라"고 강하게 호통을 치며 주의를 줬다. 당시 수베로 감독이 하주석을 질타하던 발언에서는, 그가 이미 이전에도 비슷한 행동을 수차례 저질렀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바로 한화 이글스가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불과 1년 뒤 하주석은 헬멧 투척 논란과 음주운전을 잇달아 저질렀다. 이는 하주석이 감독의 경고와 수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 한화 선수단 내에서 하주석의 행동을 제대로 제지해줄 만한 인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주장이자 고참 선수가 오히려 앞장서서 민폐의 주동자가 되어버릴 만큼 기강과 질서가 무너진 한화 선수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씁쓸하다.
 
아마 이번 사고가 아니었다면 하주석은 2023시즌에도 정은원, 노시환 등과 함께 한화 타선과 내야진의 핵심선수로 활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야구인생의 기로에 놓인 하주석은 징계수위의 문제만 남아있을뿐 이제 사실상 한화에 '없는 선수'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가오는 2023시즌은 수베로 감독의 3년 차로 계약 마지막해이자, 한화의 리빌딩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즌이었다. 그런데 주전 유격수의 공백으로 한화는 시즌 구상을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미 지난해 외부 영입을 한 명도 이루지 못 하고 빈손으로 조기철수했던 한화는 가뜩이나 최약체 전력에 하주석이 빠진 내야 공백까지 걱정해야 한다. 올해 FA시장에서 한화가 지난 몇 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화, 진정한 의미의 '리빌딩'해야

한편으로 '하주석 리스크'는 한화에 있어서 '리빌딩'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한화에서 세대교체나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사실 10여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만 거듭했을뿐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진정한 리빌딩은 성적을 희생한 인위적인 세대교체나 특정 유망주 밀어주기가 아니다. 검증된 주전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꾸준한 내부 경쟁을 통하여 차근차근 육성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화수분 야구'를 통하여 2010년대의 왕조로 군림한 두산 베어스, 재벌 모기업 없이도 매년 가을야구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팀들도 한때 어려웠던 시기는 있었지만 한화처럼 리빌딩에 몇 년씩이나 시간을 허비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는 않았다.

한화는 체계적인 선수육성 시스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유망주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하주석처럼 당장 쓸 만한 몇몇 선수에게 의존하게 되지만, 내부 경쟁이 부족해져서 이들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문제를 일으킬 경우에는 대안이 없다. 고만고만한 젊은 선수들로 가득한 선수단에는, 기량은 좀 떨어져도 유망주들의 모범이 되고 분위기를 이끌어줄 베테랑도 없었다. 결국 이러한 불안요소들이 맞물려 일어난 참사가 바로 하주석 리스크였던 것이다.
 
리빌딩은 그저 야구 좀 잘한다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경험치만 몰빵해준다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같은 경기수라도 '이기는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어야하고, 개인의 야구성적 못지않게 그 팀만의 고유한 규율, 기강, 문화, 분위기를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의 성적과 리빌딩이 왜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인지, 하주석 사태를 통하여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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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석 한화이글스 음주운전 리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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