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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억에 팔린 금값 포수들, 앞으로도 나올 수 있을까

[KBO리그] 양의지-유강남-박동원-박세혁, FA 시장 일주일 만에 계약 완료

22.11.25 11:24최종업데이트22.11.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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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양의지 ⓒ 두산 베어스

 
2022년 프로야구 FA 시장의 최대 키워드는 포수였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A등급(3년간 비FA 연봉 팀 내 3위/전체 30위 이내) FA 선수 6명 중 절반에 이르는 3명이 포수였다. 여기에 두 번째 FA라 무늬만 B등급이었던 양의지도 사실상 공수 겸장의 기량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최고대우가 예고되었기에 올해의 포수는 전부 최대어나 마찬가지였다.
 
예상대로 FA 포수들은 하나같이 대박 계약을 터뜨렸다. 21일에 먼저 유강남(LG→롯데)이 4년 총액 80억 원, 박동원(KIA→LG)이 4년 65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23일에는 양의지(NC→두산)가 4+2년 총액 152억 원에 친정팀으로 컴백했다. 또한 24일에는 마지막 남은 포수 최대어인 박세혁(두산→NC)이 양의지가 떠난 NC에 과 4년 총액 46억 원의 조건으로 계약하면서 묘하게 주전포수를 맞바꾸는 트레이드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올해 포수 4명의 몸값만 총합 343억 원에 이르렀다. 다음 시즌 10개 팀 중 4개 팀의 주전 안방마님 자리가 단숨에 바뀌게 됐다. 17일에 FA 시장이 열렸는데 대형 포수 4인의 계약이 모두 완료되기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각 구단들의 주전급 포수 수요가 절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수 포지션인 포수의 특성상, 주전급 포수는 어디서나 귀한 대접을 받는다. 포수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조짐은 이미 몇 년전부터 뚜렷했다. 지난해 한화는 꼴찌를 기록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주전 포수 최재훈과 5년 54억 원에 계약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kt도 장성우와 4년 42억 원에 계약한 바 있다. 심지어 올해 계약한 포수 '빅4'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박세혁도 계약규모에서 이들과 차이가 크지는 않다. 그만큼 현재 KBO리그 시장에서 '포수님'들의 몸값은 '금값'이 됐다.
 
누적으로 따지면 수익 규모는 더 어마어마하다. 현재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는 지난 2018년 12월 NC와 4년 125억 원으로 첫 번째 FA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에 두산으로 컴백하며 두 번의 FA 계약을 통해 총 277억을 벌어들이며 'KBO리그 역대 개인 통산 FA 수입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베테랑 강민호(삼성)는 한번도 어렵다는 FA 대박을 무려 3번이나 터뜨린 행운의 사나이다. 강민호는 2014년 롯데와 4년 75억, 2018년 삼성과 4년 80억, 그리고 지난해 삼성과 다시 4년 36억에 계약하며 총액 191억으로 양의지에 이은 포수 2위, 전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양의지와 강민호의 장기집권은 오랜 시간 꾸준한 기량을 유지한 '모범 FA' 때문이기도 하다.
 
포수 대이동이 다음 시즌 이후 KBO리그 판도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일단 올시즌 9위에 그쳤던 두산은 이승엽 신임감독의 부임과 함께 양의지라는 대형포수를 영입하면서 수비와 중심타선, 리더십에서 무게를 더하며 사실상 이번 포수 FA시장의 최대 승자가 됐다. 또한 그동안 FA가 된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홀대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두산은 한때 아쉽게 팀을 떠난 양의지를 금의환향하는 모양새로 재회하며 팬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롯데는 유강남의 영입으로 2017년 강민호의 삼성 이적 이후 5년간 확실한 주인을 찾지못했던 포수 갈증을 마침내 풀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지난 10월 투수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의 비FA 장기계약을 맺으며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주목받고 있다.
 
반면 LG-KIA-NC 등은 표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시즌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키움 히어로즈에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실패했던 LG는 주전포수 유강남을 비롯하여 채은성(한화)-이형종(키움) 등을 잇달아 잃으며 염경엽 체제를 시작하기도 전에 줄줄이 전력누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박동원을 영입하며 포수 공백을 발빠르게 메웠고, 몇 년간 축적해놓은 두터운 유망주 선수층이 있다는 게 위안이다.
 
NC는 양의지를 잃고 박세혁을 잡았지만 아무리 봐도 '꿩대신 닭'이라는 인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극도의 부진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마땅한 대체자가 없었던 두산에서는 꾸준히 붙박이 주전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NC에서는 평가가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시즌 내내 도마에 올랐던 박세혁의 자기 관리,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NC의 계약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가장 난처해진 것은 역시 박동원을 잃은 KIA다. 당연히 계약을 확신하고 있었던 박동원의 잔류가 최악의 방식으로 틀어지면서 KIA는 전력보강에도 실패하고 팬들로부터도 뭇매를 맞고 있다. 그나마 포수 자원이 유출된 LG와 NC는 각각 박동원과 박세혁이라는 차선책이라도 있었지만 KIA는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키움으로부터 포수 주효상을 영입했지만 아직 확실한 주전급 자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포수 자원이 부족한 몇몇 팀들이라면 향후 추가 트레이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테랑 강민호를 비롯하여 김태군, 김재성 포수 자원이 그나마 풍족한 삼성같은 팀들이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포수들의 FA 대박과 맞물려 지나친 '몸값 거품'과 '차세대 포수 육성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프로 10개 구단 중 포수자원이 안정적인 팀은 손에 꼽는다. 벌써 몇 년째 포수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면서도 대안을 찾지못한 팀도 있고, 팀 성적이 좋은 팀들조차 포수 포지션은 약점으로 거론되는 경우도 있다.
 
냉정히 말해 올해 FA 포수 빅4 중에서 양의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의 실제 가치 이상의 후한 대우를 받은 것에 가깝다. KBO리그 FA 시장의 거품이 심한 것을 감안해도 1선발이나 4번 타자급도 아닌 주전급 포수 1명의 몸값이 평균 85억원에 이른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만큼 KBO리그 전체에 검증된 포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원하는 구단은 많으니 금액이 자꾸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올해 이후 앞으로 2~3년간은 FA 시장에 올해에 비견될만큼 좋은 포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각 구단들의 조급증을 유발하며 포수 몸값 거품 현상을 부추겼다.
 
양의지나 강민호는 20대 때부터 소속팀의 주전을 차지하며 국가대표까지 활약했다. 현재 KBO리그에서 20대로 이들만큼의 활약을 펼치는 주전 포수는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투자'는 FA로 비싼 돈을 들여 외부에서 검증된 선수를 사오는 것만이 아니라, 시간을 들이더라도 좋은 선수를 발굴-육성하는 노력이다. 양의지-강민호의 다음 FA계약기간이 끝날 무렵이 되고, 이들이 노장의 반열에 접어든 이후, 다음 세대를 육성하지 못한다면 KBO리그 전체가 심각한 포수난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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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양의지 박동원 유강남 박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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