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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독립적 지위 확보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 47] 한승헌 "법에 의한 신분보장을 존중하는 것뿐입니다."

등록 2022.11.29 15:33수정 2022.11.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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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원 ⓒ 자료사진

 
한국사회의 특장의 하나는 다이내믹이다.

식민지ㆍ분단ㆍ전쟁ㆍ군사독재를 겪고도 19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헌정사 최초의 여야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1960년 8월 장면 정부가 수립되었지만 4.19혁명의 산물이었다. 이 터전에서 1997년의 정권교체는 그동안 학생ㆍ시민들의 치열한 민주화투쟁이 일궈낸 결실이다. 

한승헌은 두 차례의 투옥과 8년 동안 변호사직 박탈 등 심한 고난을 겪었다. 40~50대가 온통 고난의 연대기였다. 그런 과정에서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좌고우면하지 않으면서 시대적 소임에 열정을 바쳤다. 

6월항쟁 이후 정계(야권)에서는 그를 주목하여 영입을 시도하였다. 그 사회에서 '별 두 개'는 민주투사로 대접받는 경력이다. 게다가 달변에 문장력까지 갖춰 상위급 영입인사로 꼽혔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노른자 지역구, 국회의 비례대표, 전북지사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었다. "전북지사보다 서울본사가 되겠다"는 위트로 이를 거절했다. 

'옥고 동지'이기도 하는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부터 새 정부의 조각을 둘러싼 추측(예상) 기사에 그는 감사원장 내정자로 이름이 떠올랐다. 김대통령과의 관계나 법조인으로서의 행적으로 보아 개연성이 따르는 기사였다. 

1998년 3월 3일 청와대에서 감사원장 임명장을 받았다. 재조(검사)에서→재야(변호사)로→다시 황야(수감)로 그리고 다시 재조(감사원장)가 되었다. 기구한 회전이다. 

김대중 정부는 독자적인 정권교체가 아니라 5.16군부세력의 일각인 김종필 세력과 합작품이었다. 이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종필에 대한 보복심리에서 임명동의를 해주지 않았다. 엉뚱하게 감사원장 한승헌과 한 묶음으로 서리의 꼬리를 달게 되었다. 

그해 초여름, 정치인들이 모인 어느 자리에서 JP(김종필-필자)는 내 손을 잡으면서

"나 때문에 한 원장까지 아직도 서리를 못 떼고 있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웬 서리가 오뉴월이 되었는데도 그대로 남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때 내가 듣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서리는 아무리 길어봤자 7~8월이면 녹아 없어지겠지요." (주석 1)

실제로 8월 17일 국회는 두 사람의 임명동의안을 가결함으로써 7~8월 삼복을 다 넘기지 못하고 서리의 꼬리를 떼게 되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몇 가지 사안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어렵게 자리잡은 감사원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이다. 서해 공무원피살 사건과 관련 돌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시도한 것이다. 

감사원은 문재인정부 때의 서해사건 수사 결과를 뒤집는 해경 발표 바로 다음날인 6월 17일 전격적으로 감사 착수를 발표했다. 얼마 뒤인 7월 6일에는 국가정보원이 서해 사건과 북한 어민 북송 사건 등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박지원ㆍ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전 정권을 겨냥한 '기획 사정'의 일환으로 감사원이 무리하게 감사를 밀어붙인게 아니냐는 의문을 지우기 힘들다. 이밖에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 용 '표적 감사'로 비판받아온 국민권익위원회 특별감사도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석 2)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 지위를 갖는 국가기관이다. 한승헌은 이같은 원칙에 충실하였다.

나는 취임 후 대통령께 첫 번째 업무보고를 하는 날, 감사인력의 부족에 관련된 말씀을 드렸다. 감사대상기관의 수나 업무량의 증가에 비하여 감사요원이 너무 모자라니 정부의 10% 감원기준은 적용치 않도록 해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렸고, 이 건의는 그 자리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감사위원도 정부가 바뀌면 몇 사람씩 내보내는 관례를 답습하지 말고 법의 임기를 존중하는 것이 옳다는 내 의견에도 찬동을 하셨다.

이렇게 해서 감사원은 단 한 사람의 인원감축도 없이 공직사회의 찬바람을 비껴갈 수 있었다. 나는 수석감사위원에게 "위원 여러분의 임기는 보장합니다. 이것은 대통령이나 원장이 유임시키는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한 신분보장을 존중하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주석 3)


주석
1> <자서전>, 326쪽.
2> <감사원 내부서도 '위법' 지적 나온 '서해사건' 감사>, <한겨레>, 2022년 10월 4일.
3> 한승헌, <나의 감사원 시절>, <역사의 길목에서>, 425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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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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