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다간"의 용기있는 믿음,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창과 방패 없이도 누군가를 향해 무조건적인 믿음과 지지를 보내는 당신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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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yumi05)등록 2022.11.29 18:10
 

그 시절 동생의 영웅,정의의 용사 다간 ⓒ 이유미

  최근 한 연예인의 스태프 갑질 논란이 도마위에 올랐다.  나는 얼마전 봤던티비 프로그램에서 그녀가 보인 안타까운 눈물이 떠올라 더욱이 그 사실을받아들이기 힘겨웠다.  또한 밝은 이미지덕에 광고 예능계를 조용히 두루섭렵하는 중이었기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이를 두고 본인과 소속사의 이렇다 할 정확한 입장이나 증거가 없기에 사실공방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그 연예인에 대한 따뜻한 지지글들이 하나 둘 올라오고 있다. 나는 그 연예인이 평소 얼마나 사람들에게 잘했으면 이라는 생각보다 ,증거도 정황도 없는 상황에서 맨몸으로 누군가를 향해 지지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게느껴졌다. 그를 향한 믿음과 사랑이 얼마나 깊은걸까?
 내게도 그런 지지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 문득 기억의 저편에 고이 접어둔 그 날의 기억이 일순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옆집에 살아 자주 왕래하던 같은 반 남자아이가 있었다. 한 번은 그 아이 집에 놀러가 보드게임을 했었다. 신나게놀고 난 다음 날 학교에 갔는데 그 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대뜸" 내 동전 내놔, 니가 가져간거 다알아" 라고 영문모를 소리를 했다. 아마도 보드게임때 사용했던 백원짜리 동전 몇개를 내가 가져갔다고 의심하는 모양이었다. 범인이 아니었던 나는 아니라고 바락바락 그를 향해 외쳤지만, 그 소리는 힘없이 허공에만 퍼질 뿐이었다. 작은 소동에 갑자기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반장인 그에겐 하나둘 지지자들의 발언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얘가 그랬다면 그런거야","어서 빨리 돌려줘" 여러개의 화살들이 일제히 나의 가슴을 향해 내리꽂혔다. 난처해진 나는 친한 친구에게 조심스레 눈짓을보냈으나 친구는 창을 향해 홱 시선을 돌려버렸다.
 집을 향해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그당시 유치원생이었던 막내동생이 나를 향해" 누나"하며 해맑게 달려왔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참았던 울음이 새어나왔다. 젖은 눈으로 동생의 손을 잡고 갈길을 재촉하는데 멀리서 그 아이와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를 향해 달려온 그 무리들은 "동전 도둑이다, 빨리 돌려줘라"라며 동네가 들썩이게 고함을 쳐댔다. 고사리 같은 동생의 손을 꼭 잡고 뛰어가려는 찰나, 작고 힘있는 외침이 동네 한 구석을 더 크게 울렸다. "우리 누나도둑아니야,내가 알아.우리 누난 나한테 먹을거도 안숨기도 잘나눠준단말야. 그렇게 하지마!" 조그만게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나는 속으로 놀랐고 단호하고도 힘있는 목소리에 그 아이들은 피식 웃으며 돌연 사라졌다. 
 그 순간, 동생의 작고 보드라운 얼굴에서 언뜻 기품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동생이 늘 주제가 처럼 부르고 다니던"정의의 용사 다간"이 별안간 나타났다. 그 유치원생 "다간"은 이후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그들을대적해 몇차례의 끈질긴 저항을 했고, 마침내 나는 그 지독한 의심에서 놓여날 수 있었다. 그 사실이 한동안 나를 뭉클하게 만들었고 ,남은 학교생활도 잘 버틸 수 있게 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건데 누나의 유일한 지지자를 자처하며,자기키의 두배나 되는 형들에게 저항을 한 댓가로 홀로 감당했을 설움과 공포는 어느정도 였을까? 나는 감히 그 당시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할것 같다.
 세월의 터널을 통과한 나는, 현재 그 당시의 동생나이인 유치원생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얼마전, 우리 아들에게도 그 시절 내가 겪었던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하원버스에서 내리며 평소 첫째와 친한 7살아이가 "00이가 할머니 뚱뚱하다고 했어요"라고 고해바친것. 첫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아니라고 외쳤다. 나는 두 아이를 불러세운 후 사실을 추궁했다. 7살아이는 동그란 눈으로 또박또박 "진짜 그랬어요"라고 단단히 못박았고 첫째는 급기야 울먹이며 아니야 라는 말만 수없이 반박했다. 
 증인도 증거도 없는 오직 그둘만이 아는 난해한 사건의 진실공방 속, 결국 나는 아들보다 또박한 목소리로 말하는 7살아이의 손을 들어주고야 말았다. "00이 그런 나쁜 말 하면 안돼, 듣는 사람이 속상한거야, 앞으로는 조심하자"라며 아이를다독였다. 
 첫째는 "엄마 나 진짜 안그랬어, 엄마미워"라는 말과 함께 광광 울어버렸다. 몇번을 아니라고 하기에,나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답답한 마음에 유치원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말했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다정한 선생님의 목소리.
 "어머니,저는 담임이니까 누구보다 00이 말을 믿어요, 우리 00이 그런 나쁜 말 하는 아이 아니라는 거 알지만,혹시 모르니 유치원에 오면 그 아이와 함께 얘기나눠볼게요"
 엄마인 나보다 아이에 대한 강한 믿음을 내비치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고,이내 눈시울이붉어졌다. 통화를 마치고 젖은 눈으로 아이에게 달려가 토해내듯 말했다 
"엄마가, 미안해. 00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건데 엄마가 생각이 짧았어. 엄만 누구보다도 00이를 믿어" 그말에 얼어붙었던 아이의 얼굴에 봄햇살이 내리쬔듯 해사해졌다.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아이에게 한없는 믿음과 사랑을 품은 단단한 우주가 되어주마라고 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무기 없이도 나를 위해 당당히 맞서 싸워주던 유치원생 다간처럼...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몰라도, 내가 그대 곁에 있음을 기억해요"라는 한 노래가사가 불현듯 떠오른다. 비난의 화살을 받을지, 진실의 수호자로 박수갈채를 받을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냉혹한 세상사에서, 어떤 무기와 방패없이도 사랑하는"그대"를 향해 단단한 믿음과 지지를 보내는 수많은 "나"들의 용기에 뜨거운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당신은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낼 용기가 있나요? 혹은 당신에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는 사람이 있나요? 무기와 방패없이도 사랑이라는 힘으로 누군가를 믿어주는 지금 이순간의 수많은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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