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조선이 중국 속국이라 용 문양 대신 봉황 사용했다?

조선시대부터 용 문양 왕실이 독점... 봉황, 일본 황실과 관련 깊어

등록 2022.12.08 10:55수정 2022.12.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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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우리나라 대통령실의 봉황 문양에 관심을 가지고 이와 관련된 글도 발표해왔다([주장] 대통령 봉황 문양은 일본 황실의 상징이다 http://omn.kr/20oij). 대통령실 봉황 문양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정작 그것이 어디로부터 연원되어 만들어졌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구나 이 봉황 문양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용비어천가부터 조선 왕실의 독점적 상징이었던 용

그러한 주장 중 대표적인 내용은 우리 나라 과거에 용 문양이 중국의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조선의 왕은 용을 상징적 문양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봉황을 대신 사용했다고 것이다("국가상징과 대통령실 문장(紋章)", 법률신문).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조선 왕조의 창업을 칭송하는 '용비어천가'를 익히 알고 있다. 또 우리가 조선 왕조 사극에서 볼 수 있는 임금이 입는 옷은 바로 왕의 상징인 용 문양 '곤룡포(袞龍袍)'이다. 뿐만 아니라 임금이 앉는 '용상(龍床)'이나 임금의 얼굴을 지칭하는 '용안(龍顔)', 임금의 눈물 '용루(龍淚) 등 용과 관련된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물론 조선 궁궐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품이나 장식에 용 문양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조선시대 왕의 상징이 용이었음을 분명히 증명한다.

우리나라에서 고려시대까지는 용 문양이 민간에서도 제한 없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이르러 용 문양은 왕실에 의해 독점되었다. 특히 조선 전기에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중의 하나로써 왕실의 상징인 용 문양에 대한 금제(禁制)를 여러 차례 발표하였다. 이렇게 왕실 외에는 용무늬 장식문양 사용을 금지되었고, 용 문양은 왕실에 독점되었다.

창덕궁과 경복궁에 그려진 봉황이 중국 속국임을 상징한다?

문제의 해당 주장에는 창덕궁 인정전과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 그려진 봉황도가 조선이 중국의 속국임을 증명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먼저, 경복궁 근정전 천정에는 황룡(黃龍)의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봉황은 임금이 가마를 타고 근정전으로 가는 답도(踏道)에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 봉황은 요순시대와 같은 태평성세를 뜻하며 조선 왕의 덕성과 지위를 하늘이 인정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창덕궁 인정전에 봉황이 그려진 것은 한일합방 직전인 1908년이다. 물론 일본에 의해서다. 더구나 본래 있었던 해와 달과 봉우리 다섯 개를 그린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대신 봉황도가 걸리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바로 봉황 문양이 일본, 더 구체적으로는 일본 황실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봉황은 본래 중국 전설상의 상서로운 새이다. 중국 고대 은나라와 주나라 시대에 봉황은 '신조(神鳥)'로 존숭되면서 '천명(天命)'의 상징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봉황 문양은 시간이 흐르면서 민간화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당나라 시대에 봉황문양은 민간에 크게 유행하여 결혼이나 애정의 상징으로 각종 장식물에 사용되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이 봉황 문양이 일본 황실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 즉, 봉황 문양은 8세기의 일본 헤이안(平安) 시대부터 일본 황실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예를 들어, 오늘날 일본에서 일왕 즉위 혹은 재위 20주년이나 30주년 기념 물품들의 장식에는 봉황 문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의 쇼와(昭和) 시대, 즉 히로히토 일왕 시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 즉 마주 보는 두 마리 봉황이 좌우 양쪽에서 길게 깃을 내리고 있는 형태의 문양이 많이 사용되었다. 일본에서 이 봉황 문양은 일왕의 하사품에도 사용되었다.
#대통령실 봉황 #중국 속국 #일본 황실 #창덕궁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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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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