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10 11:33최종 업데이트 23.02.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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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휴게소는 세계의 자랑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극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휴게소장과 우리나라에서 휴게소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회사의 본사팀장, 휴게소 납품업체 등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8년간 근무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의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서해안고속도로 홍성(서울) 주유소 ⓒ K-휴게소

 
지난 11월 1일 서해안고속도로의 홍성(서울·목포) 주유소 2곳이 도로공사 직영주유소로 전환되었습니다.

홍성(서울·목포) 주유소는 2004년 11월 홍성휴게소와 함께 문을 열었는데 당시에는 민간기업이 투자해서 운영하는 민자휴게시설이었습니다. 15년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 2019년 임대휴게시설로 전환되었고 다시 2022년 11월 도로공사 직영주유소가 된 것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고속도로 휴게시설(휴게소·주유소)의 다양한 유형을 설명드리면 표와 같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시설 유형 ⓒ K-휴게소

 
고속도로는 크게 투자 주체에 따라 정부가 투자한 '재정도로'와 민간기업이 투자해서 만든 '민자도로'로 나뉘는데 휴게시설도 마찬가지로 투자를 누가 했는지에 따라 '재정휴게시설'과 '민자휴게시설'로 나뉩니다.

이 중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에는 4가지 형태의 휴게시설이 있는데요. 바로 ① 도로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 휴게시설, ② 도로공사가 건물을 다 짓고 운영만 위탁하는 임대 휴게시설, ③ 민간기업이 투자해서 운영하는 민자 휴게시설,  마지막으로 ④ 영구적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민간 휴게시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휴게시설 중 70%는 '임대계약' 형태입니다. 1995년 공기업 민영화 조치로 도로공사 자회사가 직접 관리하던 휴게시설을 민간에 위탁하면서 임대 휴게시설이 시작됐습니다. 반면 도로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휴게시설도 있는데요. 휴게소 3곳과 주유소 12곳이 직영이며 홍성(서울·목포) 주유소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렇듯 고속도로에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임대·민자주유소만 있는 게 아니라 도로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주유소도 있는데요.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주유소를 직영하는 목적은 중간 단계 운영사를 배제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가격 경쟁을 유도해 더 낮은 가격의 기름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매출 구간별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이유로 도공은 고속도로 노선별로 각 1개의 직영주유소를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대부분의 주유소가 임대와 민자이므로 이를 비교‧검증하기 위해서는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직영이라면서 모든 업무 용역업체에 넘겨

그런데 이 취지는 실제 현장에서 많이 달라지는데요. 우선 직영주유소의 직원 중 도로공사 소속은 주유소장과 관리자 1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용역입니다. 홍성주유소의 경우에도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입찰이 10월 초에 진행되었습니다.

 

홍성 주유소 용역입찰 공고 ⓒ 한국도로공사

 

홍성 주유소 용역 입찰 내역 중 도급업무의 범위 ⓒ 한국도로공사

  
그런데 입찰 내역에서 용역업체가 해야할 업무를 보면 사실상 모든 업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도로공사는 행정업무 일부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용역업체에 넘긴 셈입니다.

홍성주유소를 낙찰받은 용역업체의 구인 광고에도 주유 및 총무(마감·등록·주유원관리) 업무와 관련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고속도로 주유소·충전소처럼 안전 관리가 필요한 시설에서 도공 직원이 하는 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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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주유소 주유 관리 총무 모집 요강 ⓒ 주식회사 한국용역 관리

   
결국 도공 직영이라고 해서 기존 임대주유소와 비교해 업무상 나아진 점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간부 직원 소속만 도로공사로 바뀌었을 뿐 용역업체가 모든 업무를 하는 외주 운영이란 점에선 말입니다.

중간단계 배제한다면서 휘발유 값은 더 비싸  

비용 항목 또한 이해할 수가 없는데요. 홍성(서울·목포) 주유소의 2021년 매출은 각 60억 미만으로 고속도로 주유소에서는 적은 편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과거 임대주유소였을 때 손익 구조는 어땠을까요?

전국 고속도로 임대주유소 평균값을 적용해 분석해 추정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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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주유소 손익 구조 ⓒ K-휴게소

 
연매출 60억 원일 경우 원가는 55억 원, 매출이익은 5억 원 내외이며 여기서 반드시 나가야 할 비용인 카드수수료, 도로공사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를 제외하면 경상이익은 없거나 적자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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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주유소가 도로공사 직영으로 전환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매출과 원가(유류구입비)는 달라질 수 없으므로 매출이익은 5억 원으로 같습니다. 하지만 비용구조는 많이 달라지는데요. 우선 도로공사 직영이므로 도로공사에 납부할 임대료는 없을 것입니다.

반면 인건비는 크게 증가하는데요. 우선 용역입찰 결과 낙찰된 금액이 연 3억 7600만 원입니다(도로공사 전자조달시스템 입찰결과 참고). 그리고 도로공사 직원 2명의 인건비로 1인당 7600만 원이 추가될 것입니다(한국도로공사 2021년 정규직 평균 연봉). 그 결과 인건비만 5.3억이 발생합니다. 이는 지금까지 홍성주유소가 임대형태로 운영되었을 때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금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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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비용까지 제하면 도로공사 직영 전환시 주유소별 약 2.2억, 임대료 수입 감소까지 포함하면 3억, 결국 양방향에서 매년 6억 정도의 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로 인해 어떠한 일이 발생까요?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을 알 수 있는 '오피넷(Opinet)'에서 12월 7일 서해안고속도로 주유소 판매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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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오피넷' 서해안고속도로 주유소 판매가 ⓒ 오피넷

   
휘발유의 경우 최저가는 임대주유소인 서천과 군산주유소가 1545원, 평균가는 1597원입니다. 반면 도로공사가 직영하는 홍성주유소는 1620원으로 최저가 임대주유소보다는 75원이 더 비싸고 평균가보다는 23원이 비쌉니다.

도로공사는 직영주유소가 필요한 이유로 중간단계 운영업체를 배제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국 직영 전환 후 인건비 증가로 발생한 적자는 고스란히 판매 가격 인상으로 전환되어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도로공사가 직영중인 전국 12개 주유소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지난 1년간 매주 월요일 전국 고속도로 최저가 주유소를 조사한 결과 도공 직영 주유소가 최저가였던 경우는 1월과 8월 4주차 문막(인천) 주유소의 2번뿐이었습니다. 이론상 도공직영 주유소는 도로공사에 납부할 임대료도 없고 중간업체 이윤도 배제했으므로 가장 싸게 판매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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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도로공사가 직영주유소로 임대주유소 운영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의 문제입니다.

이는 마치 건물 주인이 세입자와 같은 가게를 같은 건물 안에 차려놓고 장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임대료를 내는 세입자와 임대료를 내지 않는 건물주가 같은 업종으로 경쟁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고 상도(商道)에 맞는 것일까요? 그것도 건물주는 다름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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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도 싸지 않고, 이익도 없고, 용역직만 늘릴 뿐 효율성도 없으며, 공정하지도 않는 도로공사 직영주유소. 왜 자꾸 늘리는 것일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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