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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올라도, 노동자는 임금보장 요구 말라는 건가

[주장] 화물연대 파업 과정과 종료를 지켜보며... 윤 정부 '노동관' 우려되는 이유

등록 2022.12.12 13:58수정 2022.12.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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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2일 현재, CGV 공식홈페이지 가격표. ⓒ CGV

 
2020년 10월 CGV는 평일 관람료를 1만 원에서 1만 2천 원으로 인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객 급감, 영업시간 제한, 기대작 개봉 연기 등 영화업계의 어려움에 따른 처사였다. 2021년 4월에는 또 1천 원을 올려 1만 3천 원이 됐고, 올해 4월에도 가격 인상을 발표하며 평일 관람료가 1만 4천 원에 이르렀다. CGV 측은 코로나19로 적자가 누적됨에 따라 영화업계가 생존하기 위한 피치 못한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현재는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영화관 영업시간이 해제됐고, 실내 취식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영화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모았고, 영화 '한산'과 '헌트'가 각각 7백만, 4백만을 돌파했다는 등 영화업계의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영화 흥행에 CGV는 지난 2분기에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이처럼 영화업계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요금 인하 소식은 통 들리질 않는다.

작년 7월 은행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를 조치로 영업시간을 앞뒤로 30분씩 총 1시간을 단축했다. 기존 영업시간이었던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는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3시 30분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제한조치가 대부분 해제된 지금, 정부는 내년 초 실내 마스크 해제까지 검토 중이지만 은행업계의 영업시간 단축은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는 늘어가고 있다. 직장인들은 평일에 은행 업무를 보려면 점심시간을 내놔야 할 판이다.

영화업, 은행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작년 12월 대비 7.7% 올랐고, 김밥, 떡볶이, 라면 등 서민 외식 메뉴 6종은 10%가 넘게 가격이 올랐다. 또 30조 원의 적자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은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내용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내년 전기값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계속 오르는데, 임금 보장은 왜... 화물업계가 '안전운임제' 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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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윤석열 정부 규탄, 노동자 참여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ㆍ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걸고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비용이 오르고, 적자가 누적되면 기업은 가격을 올릴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별도 조치도 없는 듯한 정부가 노동자 임금 보장에는 '엄중 처벌'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지난 9일 화물연대의 파업이 종료됐다. 화물연대가 이번 파업에서 요구한 것은 '안전운임제 보장'과 '품목 확대'였다. 화물차 기사는 월급이 아닌 건당 운임을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최저임금 보장이나 노동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화물차 기사가 돈을 더 벌고자 한다면, 쉬는 날을 줄이고 과속해 한 건이라도 더 운반해야 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는 곧 위험한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하루 1.8건꼴로 화물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올해 상반기에 일어난 고속도로 사망 교통사고 가운데 64.8%가 화물차에 의해 발생했다고 한다.


'안전운임제'는 국토교통부가 화물차 기사의 최소 운임을 정해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와 운송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이 제도는 화주와 운송사업자의 반발로 3년 뒤 종료되게끔 했는데 그게 올 12월이었다. 또 안전운임제 적용대상도 컨테이너와 시멘트로만 한정되어 있었다.

이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 보장과 적용대상을 위험 물질, 철강재, 자동차,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과 물가가 올라 화물차 기사들의 비용이 늘어나면서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은 더 증가됐지만, 결국 파업이 종료됐다(관련 기사: 화물연대, 파업 종료 결정... 정부의 '노조혐오'로 얼룩진 16일 http://omn.kr/21xl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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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2022.12.9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거칠게 비난했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비난했고,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조폭"이라고 칭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정부가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라는 것이었다. 또 윤 대통령은 파업을 불법행위로 보고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헌법이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안전운임제 영구 보장', '품목 확대'라는 파업의 정당한 명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불법행위로 판단했다. 화물연대는 정당한 파업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을 토대로 국제노동기구(ILO)에 노동권 침해 의혹으로 개입해줄 것을 요구했고, 국제노동기구 인사들은 12일 방한해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기로 했다.

기업은 코로나19, 원자재값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을 쉽게 올리며, 소위 '엔데믹'이 찾아왔음에도 그전으로 쉬이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관련해 마땅한 정부의 제재도 없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 즉 국민들의 몫이다. 반면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도,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정치인들에 의해 '북핵 위협', '조폭' 등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것은 정당한가.

거칠게 말하면,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가격 인상은 괜찮으나 노동자의 임금 보장 요구에는 그저 처벌 등 강경대응하겠다는 건가. 앞으로가 더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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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 이성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청년정치와 미래산업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 #화물연대파업 #미래당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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