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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성큼 들어섰는데... 여전히 녹색빛 띠는 낙동강

[현장]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겨울에도 녹조 지속

등록 2022.12.13 11:16수정 2022.12.1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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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함안보 상류 경남 창원군 유어면 낙동강 선착장에 녹조 빛이 선명하다. 이 겨울에도 말이다. 지난 12월 6일 촬영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12월에 접어든 지 열흘이 훨씬 지났음에도 낙동강에선 녹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강물은 여전히 녹색을 띠고 있다. 물 색을 봤을 때, 녹조 독성물질 또한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에도 수돗물에서 이 독성물질이 나올까 걱정해야만 하는 이유다.

실제로 2016년 2월 창원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겨울임에도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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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창원의 한 아파트단지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현황. 겨울에도 수돗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됐다. ⓒ 카이스트

   
겨울 녹조의 심각함은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

지난 5일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보 상류 500m 지점에서 조사한 남조류 세포수 조사결과를 보면 강정고령보가 1138셀, 달성보가 519셀, 합천창녕보가 1218셀, 창녕함안보가 2429셀이다. 합천창녕보의 경우 11월 28일엔 3만9504셀, 그 전 주인 11월 21일엔 8만165셀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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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남조류 세포수. 놀라운 수치다. ⓒ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조류경보제상 조사지점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칠서와 물금·매리는 이 겨울에도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동된 상태다. 이 정도면 재앙이다. 사계절 모두 녹조 독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는 녹조 독이 든 농산물에, 겨울에도 녹조 에어로졸 걱정에 강변에 나갈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어쩌다가 낙동강이 이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낙동강 보 상시개방이 필요한 이유

이것은 바로 2012년 들어선 보 때문이다. 물론 비점오염원들로 인한 부영양화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보 때문에 강물이 정체돼 매년 심각한 녹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보가 없을 때 부영양화가 더 심했음에도 녹조 현상이 없었던 이유는 낙동강이 흘렀기 때문이다. 흐르면서 강이 스스로 정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자연정화시템이 보로 인해 망가졌기 때문에 녹조 현상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녹조 현상이 이제 겨울까지 지속되고 있고 말이다. 하루빨리 낙동강 보를 상시 개방해야 하는 이유다. 보를 열어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되돌리지 않는 한 녹조로 인한 공포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낙동강 보를 상시 개방하기 위해선 취·양수장의 구조개선사업을 하루빨리 완공해야 한다. 현재의 관리수위에 맞춰놓은 취·양수장의 취수구를 저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해줘야 보 수문을 열었을 때도 안정적으로 취수와 양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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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상시 개방을 하려면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양수장 취수구를 더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낙동강에만 그 예산이 8000억 원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엄청난 금액이다. 그런데 올해 환경부가 신청한 취양수장 개선 예산은 고작 536억 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취·양수장 구조개선사업을 벌이겠다는 이야기인가? 도대체 언제 이 일을 마무리지을 생각인지 묻고 싶다.


환경부가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취·양수장 구조개선사업을 마무리하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도대체 어떻하겠다는 말인가? 

지금 적지 않은 영남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수돗물을 마음대로 못 마시는 이들도 있다. 쌀을 비롯한 낙동강 주변 농산물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불안한 사태를 도대체 언제까지 견디란 말인가? 국가가 국민의 불안을 잠재워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려고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영남인들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제발 윤석열 정부는 영남인의 불안과 공포를 깊이 헤아려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5년간 낙동강에서 일어난 변화를 기록하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녹조 #겨울 녹조 #마이크로시스틴 #수문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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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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