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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파괴 우려 금호강 산책길... '모범적으로' 결론 났다

[주장] 금호강 산책길 준공... 환경시민사회와 수성구청의 빛나는 거버넌스 사례

등록 2022.12.16 12:17수정 2022.12.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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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준공검사를 한 금호강 산책길. 내년에 예산을 추가 확보해서 오른쪽에 멀억새 식재까지 끝이 나면 최종 완성된다. ⓒ 수성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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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준공검사를 마친 금호강 산책길. 포장하지 않은 흙길 산택길이 완공됐다. ⓒ 수성구청

   
여러 차례 <오마이뉴스> 보도로 공론화된, 대구 수성구청이 벌인 금호강 산책길 조성공사가 결국 마무리됐다. 12월 15일 준공검사를 끝으로 일단 올해 공사가 끝났다.

공사 결과, 이미 이용해본 일부 시민들은 '명품 산책길이 조성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는 환경단체와 수성구청이 함께 이뤄낸 결과로 모범적 거버넌스로 평가받을 만하다.
 
애초에 이 사업은 '금호강 사색이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의 1단계 사업으로 매호천 합수부부터 범안대교까지 약 2.3km 구간에 폭 2미터의 포장 자전거길을 하천 안쪽 제방에 붙여 조성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조명등까지 설치해 야간 산책도 가능케 한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공사 도중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금호강 모니터링 과정에서 포착돼 거센 반발을 불렀다(관련 기사 - 자생 버드나무 뽑아내고 콘크리트 ...사색의 길이라구요?). 국가하천 금호강의 야생 생태계를 심각히 교란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방길로 이미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데 굳이 하천쪽으로 새로운 길을 낼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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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이 놓이기 전. 하늘에서 본 공사 구간. ⓒ 정수근

   
폭 2미터의 포장 산책길은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거기에 야간에도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해놓으면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야생동물의 특성상 생태환경이 심각하게 교란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구환경운동연동연합은 대구시민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해 대구시민사회 17단체가 참여하는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금호강 공대위)를 결성, 수성구청에 기자회견과 구청장 항의 방문 등을 통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강한 문제제기에 수성구청은 화답을 해왔다. 대책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금호강 공대위'와 수성구청의 합의 ... 모범적 거버넌스
 
야생 생태계 교란 등 공대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면서 수성구청이 금호강 공대위에 처음 제시한 것은 산책길에 포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조명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러다 지난 11월 중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금호강 공대위와 수성구청의 합의 사항>
 
1. 매호천 합수부부터 가천잠수교까지는 폭 2미터 산책로 조성한다. 폭 2미터 이외 나머지 구간은 물억새 식재한다.
2. 가천잠수교부터 가천배수장 300미터 구간에는 제방쪽에 붙여 폭 1미터 오솔길 산책로 조성한다. 폭 1미터를 제외하고는 물억새를 전부 식재한다.
3. 자전거도로 구간인 가천배수장에서부터 범안대교까지 약 1킬로미터 구간은 자전거도로에 붙여 폭 1미터 오솔길 산책로 조성한다. 나머지 구간은 전부 물억새 식재한다.
4. 올해 예산이 부족하면 내년까지라도 물억새를 식재하도록 한다.
5. 물억새를 식재할 공간은 물억새 식재하기 전까지는 사람이 출입할 수 없도록 식생매트를 까는 등의 조치를 한다.
6. 산책로 양 입구 쪽에 입간판을 설치한다. "이곳은 야생동물 보호구역 구간으로 삵과 수달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등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구간으로 일체 소란행위 금지합니다."
7. 공사 준공시 공대위 함께 준공검사를 한다.
8. 협의 사항을 또다시 위반할 경우 공사 현장 원상복구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길'
 
합의의 결과로 금호강 산책길은 결국 준공됐다. 애초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환경단체와 수성구청이 한발씩 양보해서 얻어낸 결과다. 인간과 자연이 한발씩 양보해서 이뤄낸 성과라 평가할 수 있다.
 
인간도 자연을 누릴 권리가 있다. 더불어 야생동식물들도 그들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로운 공존을 택해야 한다. 바로 낮 시간은 인간의 길이 되고, 밤 시간은 야생의 길이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합의 사항에 있는 조항인 "산책로 양 입구 쪽에 입간판을 설치한다. '이곳은 야생동물 보호구역 구간으로 삵과 수달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등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구간으로 일체 소란행위 금지합니다'"라는 내용이 이 길이 공존의 길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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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 인근에서 목격된 금호강 수달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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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목격된 삵의 배설물. ⓒ 정수근

   
준공 후 들리는 이야기는 '포장하지 않은 흙길 산책길'은 맨발 걷기 길로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다고 한다. 현장을 확인해 보니 사람 발자국뿐 아니라 고라니와 삵의 발자국들도 눈에 들어왔다. '공존'이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모범적인 거버넌스로 평가받을 만하다. 구청과 환경단체가 한 발씩 양보해서 성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모든 분쟁 사항이 이와 같이만 풀어진다면 어떨까. 서로 얼굴을 붉히며 모르쇠를 일관하면서 다투는 강경 대치의 상황은 없을 것이다.
 
모범적 거버넌스는 계속 돼야 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공동의장은 다음과 같이 금호강 산책길의 사례를 평가하면서도 금호강에 지금 불고 있는 개발 광풍에 대해 우려했다.
 
"금호강에는 수성구청이 벌인 이 산책길뿐만 아니라, 북구청이 금호강 둔치에 벌이는 파크골프장 건설 현장도 있고, 대구시가 벌이는 금호강 르네상스 계획도 있고, 심지어 환경부가 벌이는 무제부 구간의 자전거길 건설계획과 제방 확대 계획도 있다.

이들 개발계획은 경중의 차이가 있지만 현재와 같은 계획으로 이뤄진다면 심각한 생태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들 사안에서도 모범적인 거버넌스의 길이 이뤄져 인간과 자연이 그야말로 공존할 수 있는 지혜로운 결과가 도출됐으면 좋겠다."

 
이승렬 의장의 우려대로 이들 현장에서도 모범적인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 자연은 한번 망가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구 북구청이 금호강 둔치에서 강행하고 있는 파크골프장 조성공사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본다. 그 공사 또한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존의 길을 수립한 다음 결정돼도 늦지 않다. 북구청은 수성구청의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자신들의 행위를 돌아봐야만 한다. 그것이야말로 바른 행정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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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청이 수달의 서식처를 파괴하면서까지 파크골프장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 정수근

#금호강 산책길 #수성구청 #거버넌스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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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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