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가장 인간적인 '신의 여정' 완성한 리오넬 메시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메시의 특별한 라스트 댄스

22.12.19 16:19최종업데이트22.12.19 16:19
원고료로 응원

▲ '라스트 댄스'로 월드컵 트로피 손에 쥔 아르헨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트로피를 손에 쥔 채 기뻐하고 있다. 메시는 이번 카타르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연장전까지 3-3으로 프랑스에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 AFP /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의 승자는 결국 아르헨티나였다. 이 경기와 함께 리오넬 메시는 펠레, 마라도나와 나란히 '축구 신전'에 오르게 되었다. 물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오랜 라이벌 관계 역시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이제 그를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역사상 최고)라고 부르는 찬사가 줄을 잇는다.

수많은 축구 팬들이 리오넬 메시의 대관식에 관심을 쏟았지만, 경기는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발단과 전개, 위기, 결말이 매우 뚜렷한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는 '많이 뛰는 축구'로 프랑스를 압박했다. 프랑스는 약 70분 동안 이렇다 할 공격 자체를 하지 못할 만큼 최악의 경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올리비에 지루와 앙투안 그리즈만 등 핵심 선수들을 벤치로 내리는 과감한 용병술과 함께 프랑스는 자신들의 템포를 찾기 시작했다. 70분 동안 경기를 주도하던 아르헨티나가 오히려 달라진 프랑스의 패스 플레이에 당황했다. 2대 0에서 2대 2, 2대 2에서 3대 2, 3대 2에서 3대 3. 흐름은 끊임없이 바뀌었다.

현대 축구에서 다득점 결승전은 보기 쉽지 않다. 양팀이 서로 조심스럽게 경기에 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무려 6골이 터졌다. 이 다사다난한 결승전을 요약하자면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 두 사람의 이름을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구(新舊)의 영웅이 맞부딪혔다. 지난 15년간 축구 역사를 견인해 온 메시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리고 앞으로 15년의 축구를 견인할 음바페가 보란듯이 세 골을 넣었다. 역사에 기록될 명승부는 음바페가 있기에 가능했다. 메시의 우승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음바페는 자연재해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음바페는 특유의 자신만만한 세레머니와 함께, 자신이 만들어갈 역사를 예고했다.

메시만이 우승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메시와 한 세대를 함께 장식한 앙헬 디마리아는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한 골을 넣으면서 한 획을 새겼다. '메시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외쳤던 로드리고 데 파울, 10대 시절이었던 2016년 메시에게 국가대표 은퇴를 만류하는 편지를 썼던 엔조 페르난데스, 여러 선방으로 아르헨을 구원한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등 조력자들의 투혼도 빛났다. 대부분 메시를 보면서 꿈을 키운 선수들이라는 것도 의미가 컸다.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패배를 당해 흔들리기도 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한편 심장병으로 일찍 은퇴한 절친 세르히오 아구에로도 우승 확정 이후 경기장에 난입해 트로피를 들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감동

메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바라본 메시는 비현실적인 일인자였다. 인간적인 흠이 보이지 않았다. 게임에서나 가능할법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세계 최강'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비웃듯이 붕괴시키며 골을 넣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3대1로 유린했다. 속수무책으로 맨유의 패배를 지켜보았던 퍼거슨 감독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메시에 대한 비호감은 천천히 경외심으로 바뀌어갔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지금도 차원이 다른 패스와 플레이메이킹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수비수로 뽑힌 크로아티아의 그바르디올도 메시의 움직임에 압도당했다. 이제는 그의 아름답고 정교한 축구를 생중계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메시는 모든 것을 이룬 선수다.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고, 7개의 발롱도르상, 6개의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으며,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라리가 우승, 올림픽 금메달 등 모든 것을 석권했다. 그러나 그 역시 눈물을 흘리는 인간이었다. 늘 월드컵 트로피는 그를 빗겨 갔다.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 축구팬들의 기대가 그에게 쏠려 있었다. 월드컵 트로피만은 그에게 없는 것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결승전에 오르며 분투했지만, 메시가 만든 기회들은 모두 골문을 빗겨 갔다. 독일에 밀려 우승자가 되지 못한 그는 공허한 눈빛으로 월드컵 트로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선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다섯 번째 월드컵, 그는 마침내 웃으며 월드컵 무대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월드컵은 내가 지금까지 목격한 최고의 월드컵이다. 잊을 수 없는 이변이 즐비했고, 영화 각본보다 극적인 서사가 가득했다. 그 서사의 방점은 역시 메시의 우승이다. 한때 비인간적이라고 느꼈던 그에게서, 한없이 인간적인 감동을 느낀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리오넬 메시 메시 카타르 월드컵 월드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