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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기시다의 '위험한 꼼수' 지지하나

[주장] 평화헌법 뒤흔드는 일본의 안보전략 개정... 반대입장 분명히 해야

등록 2022.12.21 16:57수정 2022.12.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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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손을 잡은 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지난 16일 일본 기시다 내각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2차 대전 이후 유지돼 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즉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켰다.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모호한 입장만을 취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일본의 속이 보이는 전수방위 무력화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평화헌법 뒤흔드는 3대 안보문서 꼼수 개정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임시 각의(閣議, 국무회의)를 통해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는 내용을 포함한 3대 안보문서를 개정했다. 이번에 개정된 3대 안보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그리고 <방위력정비계획>이다. 이들 문서는 일본의 외교안보 기본 지침과 자위대의 역할 및 방위력 건설, 그리고 방위 장비 조달을 규정한 핵심 문서들이다.

3대 안보문서의 핵심적인 개정 내용은, 적이 일본에 대해 "공격에 착수한 것이 확인되면" 선제적으로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준으로 '공격 착수'를 판단할 것인지 모호하다. 판단 기준에 따라 '전수방위' 원칙이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일본의 군사적 공격 의지와 그 능력을 스스로 부정한다. 평화헌법 제9조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함을 명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베 전 총리는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국내외의 반대로 헌법개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시다 내각이 3대 안보문서 개정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기시다 내각의 후속조치도 발빠르게 진행됐다.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2023년 방위 예산을 올해보다 약 25%나 증가한 6조8000억 엔(약 65조 원)으로 증액했다.


윤석열 정부, 일본의 '전수방위' 무력화 지지하나 

전수방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시도는 아베 내각이 등장한 이후 끈질기게 추진돼 왔다. 일본이 식민지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수방위 원칙을 흔드는 것은, 식민지 당사국인 우리나라로서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달리 한일 군사협력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한일간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일본이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협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지난 11월 6일 진행된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서 우리 해군이 욱일기에 경례한 것과 관련해 우리 국민의 60.7%가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답한 바 있다('미디어토마토' 60차 정기 여론조사).

일본의 안보전략 개정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반격 능력을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치 않으면서 엄격한 요건 내에서 행사"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근거 없이 비호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 대상 반격 능력 행사와 같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 일본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한국, 일본의 '선제적 반격' 통제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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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1월 6일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제트 전투기 조종석에 앉고 있다. ⓒ 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의 새로운 안보전략에 대응한 미국과 중국의 대응도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일본의 새전략이 인도·태평양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증진하고 질서에 기반한 규칙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 동맹의 능력을 재구성"했다며 환영(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했다. 반면 중국은 오키나와 근해에 랴오닝함 등 6척의 항모 전단을 파견해 무력 시위에 나섰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거점으로 일본을 재건하기 위해 '전수방위'라는 일본의 결계를 걷어내려 하고 있다.

일본의 '선제적 반격'은 단기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것으로 이해된다. 종국적으로 그 범위는 중국을 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선제적 반격'을 우리 정부는 통제할 수 있는가? 현재 일본의 입장을 봤을 때, 우리 정부가 일본의 대북 선제 반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최근 일본 방위성 인사는 외신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일본의 선제적 반격은 "일본의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며,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 영토로 규정된 북한에 대한 '선제적 반격'도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일본이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한국은 일본 정부에 "NO"라고 말해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이번 안보전략 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이 한반도, 특히 북한을 목표로 한 '선제적 반격'을 가한다는 것은 또 다른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지난 2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한의 "자위권 행사를 핑계삼아 재침 군사력 증강이라는 검은 배 속을 채우려는 일본의 행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다"며 "부당하고 과욕적인 야망 실현 기도에 대해 실제적인 행동으로 계속해서 보여줄 것"이라 엄포를 놨다.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선이 그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군사 행동, 최소한 한반도에 관한 행동은 한미연합의 한반도 안전보장의 틀 내에서 통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반도는 북일간 무력 충돌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도 우리의 반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해야 할 것이다.

한일이 국가 주도로 양국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자세는 매우 우려스럽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부는 한일간 역사문제를 온전히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 또한 스스로 평화헌법을 부정함으로써 평화헌법을 지지하는 일본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 문제에 관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모든 관련국에서 침해받고 있다. 한일 양국의 시민사회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평양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일본 #3대 안보문서 #윤석열 #선제적 반격 #평화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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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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