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주가조작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이희훈
이제까지 검찰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손씨의 혐의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주목된다. 김 여사 역시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주식을 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을 뿐"이라는 손씨 측 변론 역시 김 여사의 입장과 유사하다.
지난 1년여 이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공판에서 김 여사의 이름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백미는 지난 12월 2일 열린 공판이다. 이날은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아무개씨를 상대로 한 검찰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30여 차례 이상 나왔다.
민씨는 지난해 검찰 수사 도중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1년 만인 지난 11월 29일 돌연 귀국한 인물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2차 작전 기간 김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 거래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래는 공판 당일 있었던 검사와 민씨의 대화 중 일부다.
검사 : "2010년 11월 1일 문자메시지다. (주가조작 선수) 김OO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하니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매도하라하셈'이라고 김○○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OO : "네."
검사 : "그리고 7초 있다가 김건희 명의 계좌에서 3300원에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왔다. 매수 성명은 민OO 등. 그럼 여기서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한 대상자는 누구냐?"
민OO : "추정밖에 할 수 없다. 이○○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검사 : "하나만 추가로 더 묻자. 당시에 김건희 명의 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했다. 그럼 저 문자를 봤을 때 누군가가 김건희한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거다. 증인은 이OO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이OO이 김건희한테 직접 연락해서 주문 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
민OO : "그건 잘 모른다. 이OO 대표하고 김건희는 제가 알기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와는 다른 채널로 알게 된 걸로 안다."
검사 : "내가 묻는 건, 저 상대방이 이OO이라고 하는데 이OO이 권오수한테 연락해서 권오수가 김건희한테 연락하는 건가? 이OO이 김건희한테 바로 연락하는 건가? 관계가."
민OO : "전자가 맞는 것 같다."
검사 : "이OO→권오수→김건희 연락 구조라는 것인가?"
민OO : "네. 근데 그게 제가 추정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검사 : "이때 사실 관계를 가장 잘 아는 게 증인이다."
위 대화를 종합하면 검사는 '민씨→이○○(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권오수(도이치모터스 전 회장)→김건희' 순으로 연락이 이뤄지는 구조를 짚어냈다. 그러면서 2차 작전 기간에도 김 여사의 주식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해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해명과 배치되는 검찰 수사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트리 점등식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1차(2009년 12월~2010년 8월) 시기와 2차(2010년 9월~2011년 4월) 시기로 구분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당시 홍준표 후보의 질문에 김 여사가 1차 작전 시기인 "2010년 이○○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돈을 위탁관리시켰다.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 도이치모터스 외 10여 개를 투자했고 손실이 나서 돈을 빼고 절연을 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일 민씨의 증인 신문에서 드러나듯, 검찰은 2차 작전 시기인 2010년 11월 1일 김 여사가 본인 계좌를 통해 8만 주를 매도하는 주문을 직접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1년여의 공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의혹에 연관됐다는 증거는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다.
특히 앞서 4월 공판 때는 주가조작 공범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건희.xlsx'라는 이름의 파일도 나왔다. 2011년 1월 작성된 이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됐다. 이 파일이 발견된 게 바로 민씨가 임원으로 있던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노트북이었다.
검찰은 지난 16일 결심공판에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8년, 벌금 150억 원, 추징금 81억3000여만 원을 구형했다. 주가조작 1차 시기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주가조작선수' 이씨에 대해서는 징역 7년과 벌금 100억 원, 추징금 9억4850만 원을 구형했다. 2차 시기 '전주'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손씨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주가조작이라고 판단한 거래 금액 646억 원 중 7.7%(약 50억 원, 146만 주)가 김건희 여사 계좌에서 거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이○○에게 네 달 정도 맡겼다'는 윤 대통령의 앞서 해명과는 배치되는 새로운 정황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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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해명 어그러뜨리는 '도이치' 문자, 검찰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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