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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받은 차별, 죽어서도 마찬가지... 더 이상은 안 된다

[2022홈리스추모제 ⑤] 무연고사망자도 생전 인연 있어... 정부 차원의 통계 구축 시급

등록 2022.12.22 13:23수정 2022.12.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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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도부터 매해 동짓날(12.22.), 서울역 광장에는 '홈리스추모제'가 열립니다. 밤이 가장 긴 동지가 거리, 시설, 쪽방과 고시원 등지에서 살아가는 홈리스의 삶과 닮았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회 단체들로 구성되는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하, 기획단)은 그해에 돌아가신 홈리스분들을 추모하고, 사망으로 드러나는 홈리스 인권, 복지의 현실을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들을 진행해 왔습니다. 올해 역시 기획단 내 <여성팀>, <인권팀>, <주거팀>, <추모팀>을 꾸려 각 의제별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각 팀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기사로 전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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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2022홈리스추모제 선포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 참여자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 홈리스행동

 
'죽음'이란 단어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단어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그것이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막연함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상례(喪禮)'는 장례를 말하는 것으로 예부터 '관혼상제' 중 하나로 중요한 의례였다. 초등사회 개념사전에 "조선 시대 사람들은 가정의 행사 중 '관혼상제' 네 가지 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오늘날까지도 '상례'는 돌아가신 고인을 추모,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가족을 비롯해 친인척과 고인이나 유족이 인연을 맺었던 단체, 사람 등에게 부고를 보내고 장례식을 알리는 중요한 의례다.

살면서 겪은 차별, 사망 뒤에도... '애도 받을 권리'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투명인간인 듯 삶을 살아가며 어느 누구와도 인연이 없었던 사람인 듯 장례식이 치러지는 이들이 있다. 무연고사망자들은 공영장례조례가 있다면 공영장례식을 할 수 있지만, 장례식 조차 없이 그렇게 '무연고'란 이름으로 '처리'되는 사람들이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주어지는 장례복지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장례급여'가 유일하다. 앞서 '공영장례'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국가 차원이 아니란 말인가? 맞다. 공영장례는 지방자치단체 소관 업무다. 지방자치단체의 '공영장례 조례' 제정 여부에 따라 작게나마 빈소를 차리고 장례식을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빈소,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곳이 있다. 어느 곳에서 사망하느냐에 따라 애도 받을 권리와 애도할 권리에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홈리스 등 무연고사망자들은 대부분 삶을 살아가며 차별을 받았다. 그 차별이 죽음에 이르러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차별 없이 존엄한 삶의 마무리, 애도 받을 권리와 애도할 권리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공영장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고무적인 건 지난 2021년 12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가 개정되면서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의 행정 책임을 국가 차원까지 확대했고, 실질적 지원을 위해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을 장사지원센터 업무 내용으로 명시했다는 부분이다. 이제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애도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구체적인 제도 정비와 정책 수립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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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기억의 계단 2022년 홈리스·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홈리스 기억의 계단’ ⓒ 홈리스행동

 
공영장례 부고 게시 필요... 국가통계 구축으로 무연고사망 문제 관리해야

중앙정부가 제도 정비와 정책 수립을 하며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로 지금까지 무연고사망자의 공영장례에서 고인의 사망 소식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달하는 '부고'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영장례 조차 못하고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지방자치단체도 공영장례를 하는 지방자체단체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무연고사망자 시신 처리 후 지체 없이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기에 부고를 하지 않는다.

'무연고'라고 해서 고인이 생전에 친구나 지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친했던 지인들이 뒤늦게 고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애통해 하지만 공영장례가 이뤄지는 장소와 시간 등을 알 수 없고 심지어 공영장례가 끝난 후에 알게 되기도 해 애도를 표할 곳은 없다.

더불어 무연고사망자 중 연고자가 있으나 재정적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장례를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 역시 '부고'를 받지 못한다. 빈소에서 향 하나, 잔 하나 올리기도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애도하고 싶지만 애도할 수 없는 이들에게 애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두 번째는 무연고사망자에 대한 국가통계 구축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무연고사망자 통계를 국회의원이 요청할 때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발표한 수치도 오류가 있을 때도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국회의 요청이 있을 때, 각 기초자치단체에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수기로 취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IT선도국이다. 전자정부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다. 2020년 7월, 국제연합(UN)이 발표한 '2020년 UN 전자정부 조사'에서 한국은 193개 회원국 중 전자정부 발전지수 2위, 온라인참여지수 공동 1위(한국, 미국, 에스토니아)를 기록했다. 

이런 대한민국의 보건복지부가, 4000명도 채 되지 않는 현황을 집계하기 위해 한 달을 소요하는 것은 물론 수기로 취합을 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국가통계로 구축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정책 수립과 대책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구축이 가능하다고 본다. 고독사 통계도 국가통계로 관리된다고 하는데, 무연고사망자 통계도 국가통계로 구축해 관리해야 할 것이다.

무연고사망자 증가, 중앙정부에 대책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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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를 위한 공개좌담회 <내뜻대로 장례, 가족대신 장례를 위한 몇 가지 쟁점-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를 위한 공개좌담회 행사>가 지난 20일에 아랫마을에서 진행되었다. ⓒ 홈리스행동


국가통계로 구축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연고사망자 증가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제도 정비와 정책 수립을 하며 고려해야 할 세 번째는 무연고사망자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무연고사망자 증가 추세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최혜영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전국 무연고사망자는 3600여 명으로 3년 전보다 1.4배 증가했고 10년 전인 2012년보다 3.5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 7월 기준 무연고사망자는 2578명으로 이미 2019년 2656명 수준에 접근한 상황이다. 이 수치대로 가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무연고사망자가 4000명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무연고사망자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에서의 무연고사망자 시신 처리 또는 공영장례 지원 정도다. 국가 통계가 없으니 무연고사망자의 증가 원인, 무연고사망자의 가족 관계 분석 등 다양한 분석이 어렵고 분석이 없으니 대책 마련이 부재하다.

무연고사망자 증가의 원인으로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1인 가구 증가와 법률혼이 아닌 가족구조의 변화 등이 꼽히고 있다. 무연고사망자 중 70% 이상은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로, 그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연고자들이 가족의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고 위임하는 이유는 높은 병원비와 장례비용 등이다. '무연고'라는 말 그대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죽음은 전체 무연고사망자의 30%가 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연고자의 죽음과 장례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의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법과 제도가 차츰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정부가 책임져야 함에도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연고자가 장례를 포기해야 하는 현재의 체계로는 안 된다.

2020년 보건복지부는 '장사업무안내'라는 지침을 통해 '장사법 제2조 제16호 아목'을 근거로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가족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 발생 등 사회적 변화 반영' '사망자 의사를 존중하고 사망 후 장례 절차·방법 등에 대한 생전 자기 결정권 보장' 등의 차원에서 '개인적 친분이나 사회적 연대에 따라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침이 아니라 법률로써 더 구체화해 '내 뜻대로 장례' 제도를 도입해 '가족 대신 장례'가 보장돼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고인의 존엄한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유족과 지인들이 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사무국장입니다.
#홈리스 #홈리스추모제 #쪽방 #노숙 #주거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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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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