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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별이 된 내 딸의 마지막 목격자를 찾습니다"

유가족 최선미씨 부부, 홍성 시민 간담회... 평범한 삶 살던 엄마가 카메라 앞에 나선 까닭

등록 2022.12.29 04:50수정 2023.01.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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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가영이 엄마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국정조사특위위원 간담회에서 오열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태원 압사 참사로 희생된 고 박가영씨의 엄마 최선미씨는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온다. 충남 홍성에 사는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적극 참여하며 언론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는다. "딸의 마지막 순간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 27일 홍성문화연대 연습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홍성 '세월호 촛불지기' 시민들의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정부가 찾아 주지 않아 우리 아이의 마지막을 알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앞에 나서지 말라며 걱정한다. 하지만 우리(유가족들)는 인터뷰 하나도 소중하다. 목격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인터뷰 말미에 매번 '우리 아이의 마지막을 본 사람은 제보를 부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설명했다.

고 박가영씨의 부모 박계순·최선미 부부는 홍성 내포신도시에 살고 있다. 홍성에서 나고 자란 고인은 목원대 패션디자인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최선미씨는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이와 함께 산 날이 7300일 뿐이었다. 만 스무 살 생일에 하늘의 별이 돼 부모의 가슴에 박혔다"라며 "패션디자인을 꿈꾸던 아이가 유학자금으로 마련한 돈 1000만 원은 고스란히 묫자리를 잡는 데 쓰였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참사 당일 12시간 동안 희생자 행적 확인해야"

이날 간담회는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세월호 촛불지기'로 활동하는 지역 시민들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추모 문화제와 김장 행사 등을 통해 세월호 유족들과 연대해 왔다.


최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진실규명을 재차 강조했다.

"참사 당일 용산구청과 경찰서, 용산구 다목적 체육관 등을 돌며 12시간을 헤매다 아이를 찾았다. 아이를 만나 데려오는 데까지 18시간이 걸렸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아이들이 사라진 12시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경기도 평택, 파주 등으로 흩어졌던 아이들이 어떻게 방치됐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 아이들이 방치된 이유가 궁금하다.

이태원 참사는 158개의 사건이고 죽음이다. 모든 죽음에 대해 하나하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태원에서 희생당한 아이들이라고 뭉뚱그리고 있다. 어떤 아이는 새벽까지 맥박이 뛰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아이들을 우선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 신원확인을 위해서 지문조회만 하면 됐는데 굳이 DNA 검사를 했다. 왜 그렇게 한 것인지도 진상규명해야 한다.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알고 싶다. 경찰이 가지고 있는 바디캠도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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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충남 홍성군에 있는 홍성문화연대 공간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최선미씨 부부와 홍성세월호 촛불지기들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 이재환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왔다. 최씨는 "우리 가영이는 내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인들과 이야기하면 과거형이지만 유가족들이 모이면 현재 진행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기억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들은 세월호 촛불지기들은 어느새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촛불지기 신인섭씨는 "아픔을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함께할 수는 있다"라며 "내일은 내가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희생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모인 이들은 향후 ▲이태원 참사 분향소 방문 ▲추모문화제 진행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등을 추진하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할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최선미 #이태원 참사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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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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