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토닥여 주는 이야기

동화 <홈스테이는 지구에서>를 읽고

등록 2022.12.29 08:19수정 2022.12.29 18:06
0
원고료로 응원
재미있는 발상의 동화이다. 우주의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홈스테이를 한다는. 지난 유럽여행 시 머물렀던 민박집들이 떠올랐고, 나와 다른 사람에게 나는 얼마나 마음을 열고 어울렸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와 같은 성별, 나와 같은 한국인 아니면 동양인, 비슷한 나이의 여행자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열었던 듯하다. 낯선 이에게는 방어태세를 두르고 겁을 먹고 조심하면서... 여행에서만 그럴까? 일상에서는 더욱 심하다.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마저 사라지고, 닮은 면보다 이질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면 상대에게 하염없이 야박해지기 쉬운 게 우리의 일상인 것 같다. 작가도 어린 시절, 외계인 취급을 받았던 자신을 떠올리며 비슷한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 이 동화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목적에 부합할 만큼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으니까. 게다가 재미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a

'홈스테이는 지구에서' 책 표지 ⓒ 웅진주니어

 
이 동화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홈스테이 사장의 아들인 공유수, 그의 집에 머무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좋은 떡님, 말을 내뱉은 대로 씨앗이 자라는 말이 씨님, 세상 근심을 모두 다 가진 가랑비님, 물건 훔치기를 즐겨하는 바늘도둑 님 등. 그리고 별난 매력을 지닌 공유수의 엄마와 핑크 유니버스를 좋아하는 준수까지. 서로가 가진 개성이 너무 강해 좀처럼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이들이 색색깔의 비빔밥처럼 조화롭게 어울리고 화합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사실 보면서 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진짜로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이 가닿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동화의 이야기 전개상 당연히 해피엔딩이겠거니 하며 읽었지만, 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까 궁금해하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다. 과거에 내가 맡았던 학생들도 떠올리면서... 선생님들이 모두 다 '따로국밥'이라고 놀릴 정도로 개성 강한 학생이 모인 반이었고, 결국 오해와 다툼 끝에 학생 한 명은 전학을 가버렸다. 그 학생들이 이 동화를 읽으면 뭐라고 이야기할까?

시대는 다양성을 추구하라고 이야기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도처에는 다름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나와 다르면 배척하고 공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나 또한 그런 경우를 겪어봤다. 그래서 더 이 이야기에 몰입하며 읽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깐 위축되고 자신감 없었던 나의 지난날이 안타까우면서 좀 더 당당해지라고 토닥여주고 싶다. 내가 누군가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깐. 또한 더불어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도 되돌아보았다. 어쩌면 치기 어린 시절, 나도 섣불리 남을 편견으로 대하고 낙인찍고 배척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그때 우리 반 학생들을 다시 만나면 꼭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다르기에 이해할 수 없었고 상처가 되었지만, 그렇기에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지난날은 과거로 흘러 보내고, 한 살 한 살 어른이 되어갈수록 우리 좀 더 이해의 품을 넓혀보는 건 어떨까?"


국어사전에서 홈스테이는 '외국으로 유학 따위를 떠났을 때 해당 지역의 외국인 가정집에서 지내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홈스테이를 하는 것도, 집을 내어주는 것도 요즘 같은 사회에 마냥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결국엔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주는 최적의 지원군이 되어준 <홈스테이는 지구에서>의 주인공들처럼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간다면 이해할 수 없었던 상대방이 이해되기도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뾰족하게 세우 가시는 집어넣고 향기 가득한 손길을 내밀어봐야겠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상처가 되는 관계가 아닌 더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이 참 사무치면서도 따스하게 다가온다.
 
사실은 나도 우주에서 온 여행자가 아니었을까요?
어른이 되면서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을지도…….
……
나와 다르다고 편을 가르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빌어요.
 
정말로, 모두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오기를...!
덧붙이는 글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451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홈스테이는 지구에서

장한애 (지은이), sujan (그림),
웅진주니어, 2022


#홈스테이는 지구에서 #장한애 #동화 #어린이 #외계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꿈을 심어주고 싶은 선생님★ https://brunch.co.kr/@lizzie0220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