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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 '경제외교' 통했다... "2조 원 투자유치"

[취임 6개월 분석 ①] 반도체, 재생플라스틱 등 미래 먹거리 확보 위한 '세일즈 외교' 광폭 행보

등록 2022.12.29 10:32수정 2022.12.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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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분리된 외교는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평소 즐겨하는 말이다.

경기도지사 취임 6개월, 김동연 지사는 공직 생활 34년 동안 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과 주한 대사들을 잇달아 만나 투자유치, 경제 교류 확대를 위한 공격적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미래 산업 선제적 육성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청 조직을 개편하고, 관련 예산도 확보했다.

경제외교와 혁신성장을 내세운 김동연 지사는 고물가와 고유가, 고환율 등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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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 ⓒ 권우성

 
[에피소드] '10월 위기설' 걷어낸 김동연의 '워싱턴 경제외교'

지난 2017년 10월 북한의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결정에 이목이 쏠렸다.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경우 한국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외부문 불확실성으로 '10월 위기설'까지 번졌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무디스(Moody's), 피치(Fitch),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신용평가사 본사를 찾아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지 한 달 만이었다. 경제 총사령탑인 부총리가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본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우리 경제의 주요 현안 등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특히 김 부총리는 알라스테어 윌슨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을 만나 "북 핵실험 이후에도 한국 금융시장과 경제는 안정적이며 경제 펀더멘털(기틀)도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바람대로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한동안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세로 돌아섰다.

'10월 위기설'의 또 다른 한 축은 미국 정부의 환율보고서였다. 미국은 매년 4월, 10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계속 '관찰대상국'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후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됐다. 김동연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직접 만나 "(한국은) 환율을 조작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설득했다. 김 부총리의 '워싱턴 경제외교'는 성공적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환율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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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월 11일 집무실에서 폴 베르하겐(Paul Verhagen) 에이에스엠 인터내셔널(ASMI) 재무총괄이사(CFO)와 면담하고 있다. ⓒ 경기도

 
'경기도 세일즈' 나선 김동연, 투자유치·경제교류 등 광폭 행보

지난 7월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김동연 지사는 경제부총리 시절 성공적으로 펼쳤던 '경제외교' 역량을 경기도정에 유감없이 구현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 반도체 장비 기업이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김동연 지사는 해당 기업 투자유치에 직접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10월 11일 집무실에서 폴 베르하겐(Paul Verhagen) 에이에스엠 인터내셔널(ASMI) 재무총괄이사(CFO)와 면담하고, 도내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 증진과 활성화를 위한 제도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표명했다. 에이에스엠 인터내셔널(ASMI)은 반도체 증착장비 제조 부문 세계 10위권인 네덜란드의 대표적 글로벌기업이다.


김 지사는 면담에서 "경기도는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반도체 산업의 허브"라며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 환경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미 반도체 세계 1~4위 기업 연구소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규제나 인프라나 인력 확보에서도 야심 찬 계획이 있다. 에이에스엠이 투자 의사 결정 시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라며 "오늘을 계기로 좋은 투자파트너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최대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2030년 경기도 온실가스감축목표(GDC) 달성을 위해 해외기업 투자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집무실에서 카를로스 몬레알(Carlos Monreal) 영국 플라스틱에너지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경기도에 투자를 요청한 것. 영국 플라스틱에너지는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열분해유 제조시설을 운영 중인 탄소 저감 기술 기업이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기후변화 대응을 아주 중요한 정책 방향점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에 (플라스틱 에너지사에서) 탄소중립 투자 검토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좋은 방향으로 결정이 나고 많은 투자가 이뤄져 경기도가 기후변화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투자 진행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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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월 2일 도담소에서 북미.유럽지역 주한상공회의소 대표들과 소통간담회를 열고, 경기도와의 협력을 요청했다. ⓒ 경기도

 
김동연 지사는 또 투자유치 지역을 물색 중이거나 경기도에 투자 추가를 검토 중인 세계적인 혁신기업 대표들과 직접 만나 적극 지원을 약속하며 투자 결정을 요청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4일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서 총 2조 5천억 원 규모의 투자 결정을 앞둔 5개 미래 성장 혁신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투자유치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김동연 지사는 "다른 어떤 지방정부나 심지어는 중앙정부보다 앞서서 각종 규제나 여러 가지 제약을 선제적으로 개선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으로 구애를 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수소, 반도체, 탄소 저감 등 3개 분야 5개 기업의 대표들이 참석했고, 이들의 투자가 모두 실현될 경우 경기도는 물론 국내 경제 발전과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투자 실현 시 신규고용은 직접 930명, 고용계수 산출 시 4,930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이 예상되며, 도의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연 지사의 '경제외교'는 지난 2일 도담소에서 열린 북미·유럽지역 주한상공회의소 대표들과의 소통간담회로 절정에 달했다. 이날 간담회는 주한상공회의소와 협력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청년 고용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저의 도정 방향은 제가 경기도지사가 되기 전 경제부총리까지 하면서 해왔던 저의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과 정책 기조를 일관성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권오형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부회장, 박현남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David-Pierre JALICON) 한불상공회의소 회장, 로버트 랭(Robert Laing) 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장, 크리스토프 하이더(Christoph Heider)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총장, 오은정(Grace Oh) 주한스웨덴상공회의소 회장, 프란체스코 푸시(Francesco Fussi)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 회장, 헤이키 란따(Heikki Ranta) 주한핀란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했다.

김동연 지사는 특히 미래성장산업국 신설 등 도청 조직개편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미래 먹거리라 할 수 있는 산업들을 개별과로 만들어서 원스톱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6개 과로 구성돼 있는데 4개 과는 반도체산업과·바이오산업과·AI빅데이터산업과·첨단모빌리티과이며 나머지 2개 과는 규제개혁하는 과와 창업·창직을 도와주는 과"라며 "규제 완화와 혁신생태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서 기업들이 경기도에서 아주 편하게 또 시장원리에 맞출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는 "경기도에 훌륭한 청년들이 많으니, 경기도 청년들을 위해서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제가 경기도에 있는 아주대 총장을 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김동연 지사는 참석자들에게 앞으로 정례적인 만남을 제안했으며, 참석자들도 경기도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화답했다. 

경기도 측은 "투자빙하기 속에서 김동연 지사의 '경제외교'를 통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부터 약 2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약 2.5조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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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 분석 ②] '글로벌 마당발' 김동연의 세일즈 외교... '투자혁신 생태계 촉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동연경제외교 #경기도반도체 #미래성장산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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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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