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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 솎아내는 국민의힘..."'멸망의 길'로 가는 거다"

[이슈] '비윤' 허은아 탈락, '친윤' 김경진 낙점... 유승민 "'진박 감별사'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등록 2022.12.29 12:40수정 2022.12.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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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청년 대상 특강을 하는 유승민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29일 오후 3시 13분] 

"이런 식으로 가면 '멸망의 길'로 가는 거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당의 앞날을 우려했다. 2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유 전 의원은 "우리가 불과 7년 전에, 6년 전에 겪어본 일이다. 그걸 다 망각하고 지금 다시 이런다"라며 과거 새누리당 시절 공천 파동으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패한 때를 상기시켰다.

유 전 의원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진박 감별사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자기들 멋대로 공천"했다며 "진짜 근원적인 잘못은 이한구 위원장이라는 그런 분을 내세워가지고 공천 전횡을 한 친박들의 잘못이다. 그거를 100%, 어떻게 보면 200% 이번에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친윤'의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일반 여론조사 없이 '당심(당원 투표) 100%'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이 역시 '비윤'인 유승민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공천의 바탕이 되는 지역구별 당협위원장 자리에도 '칼바람'이 불었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사고' 당협을 채우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정상적으로 서울 동대문 을에 내정됐던 허은아 의원이 이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당내 소수로 남아 있는 '비윤'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용산의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작용한다는 게 중론이다.

허은아 "친윤 아니면 다 나가라는 건가?"... 김웅 "친윤의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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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원선거구 조직위원장으로 서울 7명, 인천 4명, 광주 2명, 대전 2명, 세종 1명, 경기 15명, 강원 1명, 충북 1명, 충남 2명, 전북 4명, 전남 2명, 경남 1명 등 총 42명의 조직위원장을 선임했다"라고 알렸다. 68개의 사고 당협 중 42곳을 채우고 26개는 보류로 남겨둔 것이다.


서울 동대문 을은 허은아 의원 대신 김경진 전 의원이 차지하게 됐다. 검사 출신인 김 전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지만, 낙선 이후 정치적 행보의 방향을 바꿨다. 윤석열 국민캠프 대외협력특보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임공보특보단장을 거치며 대표적인 '친윤' 인사가 됐다. 여러 시사 방송에서도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스탠스를 취해왔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친윤'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건가?"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허 의원은 "의정활동 3년간 재보궐, 대선, 지선까지 3번의 선거가 있었고, 저는 늘 최전방에서 민주당에 맞서 국민과 당의 승리를 위해 싸웠다"라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내정된 조직위원장도, 모두 다시 하라고 해서, 당인으로서 모두 따랐다. 그런데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되지 않았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저는 친윤도 아니고, 검사 출신도 아니다"라며 "친윤이고 검사출신이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이러저리 당협 쇼핑도 할 수 있는, 당의 현실이 부럽기보다는 부끄럽다"라고 꼬집었다. 이번 심사의 기준으로 언급된 '인지도와 경쟁력'에 대해서도 "동대문 구민과 동대문 당원이 아니라, 친윤만 아는 인지도와 경쟁력인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허 의원과 친한 김웅 의원 역시 같은 날 새벽 페이스북에 "'조강특위'가 결국 허은아 의원을 내쳤다. 정상적인 당대표가 내정한 자리를 박수로 내정된 비대위원장이 갈아치운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 갑이 보류 처리된 걸 두고 "마포갑은 현수막을 내걸지 않아도 괜찮은가?"라고 비꼬았다. 조강특위는 앞서 '당협위원장이 공석이라 현수막도 제대로 걸 수 없다'라며 사고 당협을 조속히 채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막상 동대문 을은 교체하고 마포 갑을 비워둔 건 사실상 '친윤'을 위한 자리를 남겨둔 것 아니냐는 게 김 의원의 의혹 제기이다. 그는 "결국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이번 결정이 친윤의 마녀사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비윤 솎아내기' 지적에 "말이 안 된다"라지만...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석기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윤 솎아내기' 관련 질문이 나오자 "말이 안 된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동대문 을의 경우 "김경진 전 의원은 지역구 의원이었기에 지역구 관리 경험이 있다. 당원을 어떻게 배가할지, 조직 관리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라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김 전 의원이 더 있는 것 같아서 조강특위 위원 면접 결과 만장일치로 그렇게 판단했다"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강특위 결정이 몰고 온 후폭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동 갑은 윤희석 전 대변인 대신 전주혜 의원이 손에 쥐게 됐다. 윤 전 대변인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헌신했던 사람은 희생되고, 혜택받은 사람은 또 특혜를 받는 것"이라며 "공정과 상식이라 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바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 출신인 윤희석 전 대변인도 '친윤'으로 꼽히는 인사이다. 그러나 판사 출신 현역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자 비상대책위원이며, 이준석 전 대표 관련 법정 공방에서 앞장 서 당의 입장을 변호해온 전주혜 의원이 그를 눌렀다. '누가 진짜 친윤인가'의 맞대결에서 전 의원이 승리한 셈이다.

그 외에도 윤창현(대전 동구), 노용호(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 갑) 두 현역 '친윤' 의원도 무사히 위원장 자리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 출신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서울 관악 갑), '윤석열 캠프' 정무특보 출신 이학재 전 국회의원(인천 서구 갑), 현 비상대책위원인 김종혁 비대위원(경기 고양 병) 등도 위원장 자리에 앉게 됐다.

"윤 대통령의 조바심" vs. "아직은 과도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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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도 아니고, 당에 뿌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바심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 윤 대통령은 확실히 당을 장악해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엄 소장은 "지금 용산의 입장에서 총선 승리는 차후의 문제"라며 "지금의 국민의힘이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에는 못 미덥기 때문에, 완전히 윤석열 당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다만,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의 '멸망의 길' 발언에 대해서는 "너무 거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당대표의 역할은 국정 운영 동력을 뒷받침하는 것과 총선 및 차기 대선의 승리를 위해 당을 확장시키는 것"이라며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잘 매칭시키는 게 여당 전략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친윤도 비윤도 너무 한쪽으로만 나가고 있다"라는 이야기였다.

반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허은아 의원의 사례 한 가지만 가지고 '비윤 솎아내기'라고 단정짓기는 조금 섣부른 것 같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는 게 (심사에서) 도움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허 의원은 음주운전 전력도 있지 않은가"라며, 경쟁력 측면에서 김경진 전 의원에 비해 허 의원이 지닌 약점이 있음을 짚었다.

또한 유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스탠스인지, 당권을 잡겠다는 스탠스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라며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못하고 있다는 것과, 대통령이 '유승민을 몰아내는 데 정신이 팔렸다'는 좀 다르다"라고 이야기했다.

당헌·당규 개정부터 이어진 일련의 흐름이 유승민 전 의원으로 대표되는 '비윤 배제'라는 해석이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국민의힘 조강특위가 이날 당협위원장 임명을 단행한 지역구와 보류한 지역구는 아래와 같다. 

*임명 지역구

서울 광진을(김진수 한국부동산학회 부학회장), 서울 동대문을(김경진 전 국회의원), 서울 성북을(민병웅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특임교수), 서울 양천을(이승복 서울시의원), 서울 강서병(김진선 전 강서구 부구청장 직무대행), 서울 관악갑(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서울 강동갑(전주혜 국회의원), 인천 동구미추홀갑(심재돈 변호사), 인천 계양갑(이병학 전 계양구의원), 인천 계양을(윤형선 전 인천의사회 회장), 인천 서구갑(이학재 전 국회의원), 광주 서구갑(윤종록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광주 서구을(하헌식 조선대학교 외래교수), 대전 동구(윤창현 국회의원), 대전 유성을(정상철 전 충남대학교 총장), 세종시을(송아영 전 공주영상대학 교수), 경기 수원정(홍종기 변호사), 경기 성남수정(장영하 변호사), 경기 안양만안(최돈익 변호사), 경기 안양동안을(김필여 전 안양시의원), 경기 부천을(서영석 경기도당 수석대변인), 경기 부천정(송윤원 전 경기도의원), 경기 광명갑(권태진 경기도당 부위원장), 경기 평택갑(최호 대한 스카우트연맹 경기남부연맹 부연맹장), 경기 안산상록갑(김석훈 전 안산시의장), 경기 고양병(김종혁 비상대책위원), 경기 의왕과천(최기식 변호사), 경기 시흥을(장재철 전 시흥시의장), 경기 군포(최진학 전 경기도의원), 경기 용인을(김준연 전 경기도의원), 경기 파주을(한길룡 전 경기도의원),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노용호 국회의원), 충북 청주서원(김진모 전 대통령실 민정2비서관), 충남 천안갑(조미선 광성전력 대표이사), 충남 당진(정용선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전북 전주을(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북 전주병(정선화 전북도당 홍보위원장), 전북 군산(이근열 전 군산중앙신문 본부장), 전북 익산을(임석삼 전 한국폴리텍대학 전북캠퍼스학장), 전남 목포(윤선웅 목포 새마을문고 이사), 전남 영안·무안·신안(황두남 전 신안군 기초의원), 경남 양산을(한옥문 전 양산시의장)

*미임명 지역구

서울 노원병, 서울 은평갑, 서울 서대문갑, 서울 서대문을, 서울 마포갑, 서울 관악을, 인천 남동갑, 인천 서구을, 대전 유성갑, 대전 대덕, 세종시갑, 경기 성남중원, 경기 성남분당을, 경기 의정부갑, 경기 안산상록을, 경기 고양을, 경기 남양주병, 경기 오산, 경기 시흥갑, 경기 용인병, 경기 화성갑, 강원 원주을, 충남 아산을, 부산 북·강서갑, 울산 북구, 경남 김해갑, 제주을
#허은아 #비윤 #친윤 #유승민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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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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