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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한국 운동' 들어봤어요? 중국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주장] 부분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 보이는 한국 언론, 균형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등록 2023.01.07 11:45수정 2023.01.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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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및 홍콩·마카오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Q-CODE·큐코드) 의무 등록 시행 첫날인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중국어로 '중국에서 온 여행객'으로 교체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중국에서 '가지도 사지도 말자 NO한국(韩国) 운동'은 실재할까? 시작은 한국을 비롯한 약 14개 국가의 '중국에서 온 여행자' 대상 방역 강화 조치다. AFP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호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이 방역 문턱을 높였다.

한국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는 지난 1월 2일부터 시작됐는데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에 도착한 모든 단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후 1일 내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5일부터는 중국에서 출발한 사람 모두 비행기 탑승 기준 48시간 이내에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조치는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한국 언론은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 시작 즈음부터 '중국 내에 반(反) 한국 기류가 퍼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으며 이른바 'NO한국 운동'을 전했다. 한국 언론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 인터넷 여론을 인용해 전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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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베이징의 한 병원 응급실 복도에서 환자가 침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AFP=연합뉴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내가 교류하는 중국 현지 거주 한국인 사업가들과 중국인 친구들은 'NO한국 운동'을 아느냐 물어보니 이구동성으로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중국 인구는 공식적으론 14억 명(2022년 10월 기준)이 넘는다. 인구 수가 워낙 많기에 내가 접촉한 사람들의 말을 '중국 여론'이라고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출처가 불분명한 소셜미디어 계정의 말들을 인용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5일 필자와의 대화에서 "중국에서 NO한국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국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면서 "항저우에선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실시된 후, 환자가 급증해 사람들이 전혀 외출을 하지 않아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힘든 기간을 겪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상황이 좀 좋아지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이 위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광동성에 거주하며 제조업을 하는 사업가 B씨도 "NO한국 운동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업체와 중국 기업 사이의 사업상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중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어났는데, 중국사람들은 지금 자신과 가족의 건강문제에 신경쓰느라 바쁘다. 그 외에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고도 말했다.

부분을 전체로? 일부 한국 언론의 확실하지 않은 보도들


중국 내 한국인만 'NO한국 운동'을 모르는 건 아닐까? 필자가 중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교류한 중국사람 C씨는 "최근에 '한국 상품 불매 운동'이나 '한국 여행 가지 말자' 같은 이야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혹시나 해서 중국 바이두와 웨이보를 검색해 봤는데, 2017년과 2020년 관련 자료가 검색됐다"라고 말했다.

실제 필자도 한국 언론에 인용 소개된 중국 소셜미디어 속 말들을 찾아봤다. 한국 인터넷 매체인 <더리포트>는 지난 4일 중국 내 NO한국 운동을 소개하면서 한 중국인 네티즌이 "奥密克戎是一场全世界范围的病毒,中国也是受害者(코로나는 전세계적인 바이러스고, 중국도 피해자다)"라면서 한국에 불만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해당 게시글을 찾아보니 한국을 대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게 아니라 모로코의 방역 강화 조치를 비난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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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매체 <더 리포트>가 인용해 소개한 중국 네티즌의 게시글. 그런데 이 네티즌은 모로코의 방역 강화 조치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었다. ⓒ 웨이보 갈무리

  
또다른 사례도 있다. <동아닷컴>도 3일 같은 사안을 보도하면서 "안 사고, 안 간다, 중국여행객NO한국운동"이라는 중국 웨이보 게시글을 인용했다. 그런데 이 게시글의 반응은 공유 13건, 댓글 83개, 좋아요 1351개(1월 6일 기준)이었다. 좋아요 1300개가 넘는 글이 한 국가 여론의 대세라고 보긴 어렵다. 네이버나 다음의 댓글에 수천 개의 좋아요 표시가 눌렸다고 해서 이것을 여론이라고 규정하기 어렵지 않겠나.

중국 내 NO한국 운동이 소개되면서 자주 인용되는 매체가 있다. '화성방진(火星方阵)'이란 곳이다. 화성방진은 개인 혹은 소규모 단체가 운영하는 사설 언론매체로 2023년 1월 3일 기준으로 664만 명이 가입해 있다. 중국 공식 언론인 인민망(人民網) 가입자가 8353만 명인 데 비춰보면 가입자 수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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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 자주 인용된 중국 온라인 매체 '화성방진'. ⓒ 화성방진 갈무리

  
한국 언론은 '화성방진'이 "많은 나라가 중국 입국을 규제하는 것은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의 정치 논리를 따른 것이다. 당장 코로나19 변이 이름만 '알파', '델타' 등 모두 서구의 것"이라고 비판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화성방진'의 원문 기사를 찾아보면 해당 기사는 미국 등 서구 여러 국가의 중국인 여행객 입국 제한 조치를 비판한 내용이다. 큰 범주로 보면 한국도 중국에서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했기 때문에 '화성방진'이 이에 대한 비판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원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한국만 콕 짚어서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본문 내엔 '한국'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한국 언론이 '중국 내 NO 한국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과연 중국 내 여론을 정확히 반영한 걸까? 필자가 직접 물어보고, 조사한 결과 '온전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현재 한국 내 횡행하는 혐중 정서에 편승한, 조회수를 노리는 기사 발행 행위는 아닐까.

언론은 한 국가와 다른 국가의 가치가 맞부딪히는 상황, 상대 국가에 대한 혐오가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다룸에 있어서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중국 내 긍정적·부정적 여론을 균형적으로 취재해 보도하는 기사가 필요해 보인다.
#NO한국운동 #노한국운동 #중국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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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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