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집값 하락, 시작도 안 해... 법 개정으로 부양책 쓰는 거 막아야"

[2023 경제 어떡해 ①-부동산 하] 장석호 공인중개사 "무주택자 고정금리전환 필요"

등록 2023.01.09 13:32수정 2023.01.09 23:34
8
원고료로 응원
코로나 19로 인한 침체를 벗어나나 싶었는데, 치솟은 이자 부담, 드러나는 거대 전세 사기, 연료비·전기료·교통비에 밥값까지 줄줄이 인상. 그 와중에 법인세는 깎아주고 노동시간은 늘리겠다는 정부. 성장률도 낮고 수출도 부진한 가운데 서민들은 어떻게 한 해 살림살이를 꾸려가야 할까? 각 분야 전문가들의 제언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a

장석호 공인중개사 ⓒ 이희훈


  "지금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다.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려면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하는데, 집값 하락을 막는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니 말이다. 그는 "집값이 반토막 나면, 허그(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망하게 되고, 이는 정부가 지급을 못해준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모든 건설회사들의 공사는 중단된다. IMF 외환위기 사태나 다름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걸까.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문제는,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에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점"이라며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을 핑계로 부동산 경기 부양책까지 내놓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관련기사 : "앞으로 '오피스텔왕' 전세 사기 터진다... HUG 모를 수 없다" ) 

장 공인중개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법 개정을 통해 아파트에 대해서도 주택임대사업 등록을 허용하는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으로 등록하면 해당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85㎡ 이하 아파트의 장기 임대 등록 복원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해 장 공인중개사는 "법 개정으로 하는 건 안 된다. 부동산 경기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 모르는데, 법 개정으로 부양책을 쓰면 차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위한 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무주택 전세 세입자들은 방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 공인중개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무주택자를 위해 내놓은 정책은 하나도 없다"며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무주택자를 위해 3.7%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집값 하락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단언한 그는 임대 수요자를 향해선 "지금은 차라리 월세로 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집값 반토막 나면 HUG 망한다" 
 
a

장석호 공인중개사 ⓒ 이희훈

-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규제를 대부분 완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명분인데, 타당한가.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됐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가장 중요한 건 HUG 문제다. HUG 반환보증보험 가입액이 지난해 70조 원에 육박한다. 2021년에도 약 60조 원이었다. 집값이 반토막난다고 가정하면, 확정적으로 HUG는 망한다. 심각한 상황에 빠질 거다. HUG가 부실해지면 정부가 지급을 못해준다는 얘기여서, 대한민국 모든 건설사들의 공사는 중단된다. IMF 외환위기 사태나 다름 없는 상황으로 가는 거다.  그때는 아마 HUG에서 지급을 아예 유예할 것이다. 정부가 그런 상황은 막을 거다. 그것까지 못 막는다면 윤석열 정부는 정말 무능한 정부다."

- 어느 정도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는 건가. 

"일부 경제학자나 시민운동가는 규제 완화를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집권자라면 지금은 당연히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을 거다. 문제는 규제 완화에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면 규제 완화에서 멈췄을 거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추가로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거다. 아무리 늦어도 오는 6월에는 발표할 거라고 본다."

- 왜 그렇게 확신하나.

"6월까지는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누구나 예측하고 있지 않나. 6월 이후면 금리 인상을 멈출지 여부를 결정할 텐데, 정부는 그때까지의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 할 거다. 대표적으로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부활이다. 아파트도 포함하려 할 거다. 이미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하지 않았나. 

여기에 추가 혜택이 나올 거다. 장기보유특별공제(부동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제도) 비율이 지금은 최대 70%다. 아마 80%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해 대출을 전면 시행할 거다. 문재인 정부 때는 (주택가격의) 80%까지 허용했는데, 더 확대할 수 있다."

"보증보험·전세대출 확대, 절대 서민 위한 것 아니다"
 
a

장석호 공인중개사 ⓒ 이희훈

 
  - 아파트 소유자도 주택임대사업자에 포함시키면, 아파트를 수백 채 보유해도 종부세를 전액 감면받을 수 있지 않나. 여기에 대출까지 확대하는 건 과도한 부양책 아닌가. 

"민주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 아파트도 포함하려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데, 민주당이 반대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어느 정권이든 부동산 침체기에는 주택가격 폭락을 막으려 한다. 정부 권한 내에 있는 시행령 선에서 움직이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하는 건 안 된다는 거다. 부동산 경기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 모르는데, 부양책을 법 개정으로 추진하게 되면 차후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제어할 방법이 없다."

- 윤석열 정부 들어 전세자금대출 한도도 확대했다. 예를 들어, 버팀목 전세대출의 경우 청년은 기존 최대 7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하는 식이다. 어떻게 보나. 

"HUG 반환보증보험이나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건 절대 서민을 위한 게 아니다. 전세 사기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그걸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나. (지난 정부에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면서 서민들이 전세자금대출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매매가가 실제로 많이 뛰었다. 그런데 (금리인상으로) 지금 집값이 많이 떨어져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한 것 아닌가. 전세 세입자들은 집값이 떨어져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못 빼줘서 집을 구입할 수가 없다. 전세자금대출 받아 고가에 전세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집을 사기 어려운 구조다. 

또 윤석열 정부는 반환보증보험을 축소하겠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서민들에게 가장 안전한 거니 가입하라고만 한다. 만약 반환보증보험이 없었다면 세입자들은 높은 가격에 임대차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매매가에 거품이 끼지도 않았을 거다. 1억 원짜리 집이 순식간에 1억5000만 원으로 오르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그런데도 반환보증보험이 임차인 입장에서 좋은 것인가? 그 임차인은 계속 세입자로 살아야 하나?"

- 무주택자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무주택자를 위해 내놓은 정책은 하나도 없다. 사실 정부는 다주택자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갭투기의 경우) 다주택자가 대출 이자를 내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리 혜택 대신 세제 혜택을 준다. 주택임대사업제도로 세금 다 면제해주지 않나. 그럼 누가 남는가. 1주택자다. 1주택자들에게 혜택을 많이 줬다.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라고 홍보한다. 4억 원 이하 집을 가지고 있으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3.7~4%짜리 고정금리로 전환해준다고 하지 않나.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1주택자들을 위해 내놓은 정책 아닌가. (그런 기준으론) 무주택자는 서민도 아니다. 무주택이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서민들은 정부의 서민 기준에서 빠져 있다. 이게 뭔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무주택자를 위해 3.7%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집값 급락을 막아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안심전환대출을 전세자금대출에도 해주는 것이 맞다. 전세가가 유지돼야 매매가를 받쳐줄 것 아닌가."

"부동산 가격 하락 핑계로 다주택자들에게 혜택 주면 안돼" 
 
a

장석호 공인중개사 ⓒ 이희훈


- 향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 집값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주택공급량이 갑자기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전쟁이 나서 인구가 소멸된 것도 아니다. 금리가 오른 것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서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고금리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하진 못할 텐데,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중고차 가격도, 주택가격 지수도 내려가고 있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 우리도 올해 연말에는 금리 인하 신호를 주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도 움직일 거다. 윤석열 정부는 그 이전에 모든 규제를 해제하고 추가 혜택도 줄 것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2~3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기본세율이 1~3%였는데, 이마저도 아예 감면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까.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느냐고, 지금 사야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저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 일반 시세가 2021년 1월 시세라고 보면 된다. 집값 하락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부동산 경매를 하면 시세 전망이 가능한데,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매에 나온 물건은 한 건도 없다. 경매로 나오는 물건은 최소 6개월 전 사건으로 나온 경우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나오는 물건은 올해 6월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본다. 언론에서 금리가 인상돼 경매 물건이 늘었다는데,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을 옹호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 집을 사고 싶은 무주택자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지금은 차라리 월세로 가는 게 낫다. 1억 원짜리 집에 대해 연 6% 금리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한 달에 50만 원씩 내지 않나. 월세나 마찬가지인데, 보증금은 최대한 줄여놓는 게 좋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못 빼줄 수도 있어서다. 올해 6월까지는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주춤할 거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정말 싸게 나온 게 있다면 6월 전에 사는 게 맞다고 본다."

- 부동산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부동산 경기는 하향 국면으로 갈 수도, 상승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런데 하향 국면에서 시행령도 아닌 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완화해버리면 이후 활황기 때 대응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IMF 외환위기 사태 때는 양도세 면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그런 식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위기인가?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고, 이제 겨우 2021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위기는 오지도 않았는데, 과도하게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또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의 부작용은 지난 5년 동안 이미 검증됐다고 본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핑계로 다주택자들에게 추가 혜택을 주면 안 된다."
#부동산 #윤석열 #허그 #전세 #주택임대사업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