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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모래를 '모시는' 사람들, 이유가 이렇습니다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을 위한 기도행동...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를 위하여

등록 2023.01.09 09:44수정 2023.01.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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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개방으로 드러난 낙동강과 회천의 합수부 모래톱. 그 위를 흘러가는 물결이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며 흘러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합천창녕보(아래 합천보) 개방으로 낙동강의 수위가 떨어져 낙동강에 은백의 모래톱이 훤하게 드러났다. 지난 12월 22일부터 합천보의 수문 완전 개방에 따른 결과다. 

은백의 모래톱이 보여주는 풍광은 너무 아름답다.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간다. 햇볕이라도 내리쬐면 물결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흘러간다. 시가 절로 흘러나오게 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낙동강 모래톱이 돌아오다

그 모습은 전형적인 우리 모래강의 모습이고, 4대강사업 이전 낙동강의 원초적 모습에 가깝다. 우리가 되찾아야 할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가 그곳에 있다. 물론 모래톱이 과거보다는 좁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것이 어딘가. 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지금 낙동강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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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박석진교 아래 넓은 은백의 모래톱의 돌아왔다.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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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모래톱을 찾은 천연기념물 독수리와 고리니 두 마리. 모래톱은 생명을 부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거기에 천연기념물 독수리와 멸종위기종 황새를 비롯한 수많은 겨울철새들까지 찾아와서 낙동강이 너른 품으로 뭇 생명마저 품어 안고서 춤을 추면서 비로소 되살아나고 있다. 그렇다. 강은 원래 그런 존재다. 철새를 비롯한 수많은 야생의 생명을 품어 기르는 곳 그것이 바로 강이다. 

그런데 그런 낙동강이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초대형 보로 막혀 최소 6미터 이상 깊어져(깊은 곳은 10미터가 넘는다) 그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강 고유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수많을 생명을 품어 기르는 그 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죽음의 향연이 그곳에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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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성주대교 아래 낙동강의 모습이다. 녹조가 창궐했고 그 안에 죽은 야생동물의 해골이 놓였다. 녹조 독이 든 강물을 먹고 죽은 고라니의 사체로 추정된다. 낙동강의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조개와 다슬기와 같은 강바닥 생명들이 자취를 감추고 삵과 너구리,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은 깊어진 강으로 인해 강을 건널 수 없어 서식처가 반토막 나버렸다. 극심한 녹조는 동물들에겐 더욱 치명적이었다. 강물을 그대로 마실 수밖에 없는 야생동물들에겐 강은 독이 된 것이고, 깊어진 강물은 거대한 장벽으로 기능을 해온 것이다. 

그랬던 낙동강에 보의 수문이 열리자 강은 비로소 생기를 되찾았다. 마치 막혔던 숨통이 터지듯 드라마틱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 변화의 핵심은 모래톱이다. 수위가 내려가고 그동안 수장돼 있었던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강의 기능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모래는 수질을 정화시키는 천연 필터이자 생명의 터전

모래는 수질을 정화시키는 천연 필터다. 강물은 모래톱을 거치면서 각종 유기물들을 모래에 흡착시키고 그 흡착된 유기물은 모래톱의 미생물 작용에 의해서 분해되면서 강물은 정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강의 자정작용(self-purification)이다. 모래는 강의 자정작용에 필요한 핵심 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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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낙동강의 모습이다. 모래톱을 거쳐가면서 물은 맑아진다. 이것이 모래를 통한 강의 자장작용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또한 모래는 많은 생명을 기른다. 참길앞잡이 같은 모래에서 사는 곤충이 있고 그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흰목물떼새와 같은 새가 있다. 또 그 새를 잡아먹고 사는 삵과 같는 포유류가 강을 기반으로 살아간다. 생태계 시스템이 강의 모래를 기반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낙동강과 같은 모래강의 강 생태계 시스템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이 바로 모래인 것이다. 이런 모래가 돌아왔으니 얼마나 반가운 것인가? 그동안 낙동강 재자연화를 바라는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되돌아온 모래톱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동안 낙동강 재자연화 즉 낙동강 회생을 위하여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을 노력해온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네트워크가 '2023 낙동강 모래톱 밟기와 모래 모시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 그런데 이 아름다운 풍경도 곧 사라지게 생겼습니다. 환경부 계획에 의하면 1월 17일부터 다시 합천보 수문을 닫기 때문입니다. 그래섭니다. 수문이 닫혀 낙동강 모래톱이 사라지기 전에, 황새와 독수리를 비롯한 뭇 생명들이 사라지기 전에 모래톱을 두 발로 밟아보고 두 손으로 떠서 만져도 보면서 낙동강 모래를 모시는 행사를 가져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되찾아야 할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가 그곳에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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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을 따라 걷고 있는 사람들. 2022년 낙동강 모래톱 걷기와 모래 모시기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합천보 상류 모래톱을 걷고 있다. ⓒ 박용훈

 
이 행사를 기획한 낙동강네크워트의 설명이다. 환경부 계획에 의하면 합천보의 수문은 17일 다시 닫히게 된다. 하지만 가뭄이 심하지 않거나 이른 봄비라도 내린다면 합천보의 수문은 조금 더 오래 열릴 수 있다. 적어도 독수리가 다시 몽골 등으로 돌아가는 3월 초순까지는 수문을 열어둘 수가 있다. 

거룩한 기도의 행위이자 참회의 시간 

이를 위해서 환경부가 수문을 닫기 전인 1월 14일(토) 이들은 낙동강 모래톱에 모여서 그 모래톱을 따라 맨발로 걸어도 보고, 수문개방 연장 퍼포먼스도 펼쳐도 보고, '낙동강 생명평화 절명상'을 통해 참회의 시간도 가지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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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모시기 되돌아온 모래톱 위에서 낙동강 회생을 염원하고, 4대강사업을 막아내지 못한 참회의 마음을 담아 생명평화절명상을 하고 있다. ⓒ 박용훈

 
또한 낙동강 찾은 멸종위기종 황새도 만나고, 얼마 전 문을 연 '낙동강 독수리식당'도 방문해 천연기념물 독수리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시간도 가져보려 하는 것이다.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말한다. 

"이날 우리의 행위는 거룩한 기도의 행위이자 참회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4대강사업이란 '생태 테러' 행위를 막아내지 못해 수많은 생명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데 대한 반성을 수반하는 것으로서 두 번 다시는 이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영남의 젖줄이자 핏줄과도 같은, 뭇 생명들의 공동의 집인 생명의 강 낙동강의 회생을 염원하는 많은 이들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그곳엔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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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와 모래톱 걷기와 생명평화절명상을 하고 있다. 2022 낙동강 모래톱 밟기 모래 모시기 행사의 모습이다. 이를 활용해 만든 포스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 #모래톱 #합천보 수문개방 #자정작용 #수질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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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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