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풍자전시 비난' 국힘, '무슨 작품 문제냐'고 묻자 "작품 전체 못 봐"

강제철거된 '굿바이전' 두고 주호영 "언론에 한두 개 보도된 것 정도만 봤다... 풍자 아닌 야유"

등록 2023.01.10 11:19수정 2023.01.10 11:20
9
원고료로 응원
a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작품 전체는 보지 못하고 언론에 한두 개 보도된 것 정도만 봤는데…."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시회 작품이 '비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철거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일 날을 세웠다(관련 기사 : 국힘 "대통령 조롱? 표현의 자유를 헌법 파괴 도구로 사용" http://omn.kr/22adr). 해당 전시회가 민주당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12명이 주관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엔 "작품 전체를 보지 못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앞서, 서울민족예술총연합회와 굿바이전 조직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국회의원회관 로비 2층에 <굿,바이전 in 서울展>을 열 예정이었다. 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회 작품들은 주로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당초 전시회를 허락했던 국회 사무처는 뒤늦게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데 해당한다며, 내규 위반으로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 작가들이 이에 따르지 않자 사무처는 직접 철거에 나섰고, 주관한 국회의원들과 작가들이 사무처에 항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회 사무처의 강제 철거, 당연한 것이고 제대로 된 것"
 
a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본인들은 예술 작품이고, 표현의 자유라고 이야기하지만, 국민 누가 보더라도 저질스런 정치 포스터이고, 인격 모독과 비방으로 가득 찬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 사무처의 강제 철거는 당연한 것이고, 제대로 된 것"이라며 "2017년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이 유사한 일로 전시회를 한 다음에,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 12명의 의원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윤리심판 해주실 것을 요청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 역시 "일부 작품을 보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저질 선정성 내용도 있고, 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도 포함되어 있다"라며 "표현의 자유와 인권 모독·인권 유린, 또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훼손, 표현의 자유와 비방·비판, 이런 것들을 구별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되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후안무치한 사람들의 입에서 헌법정신, 표현의 자유, 이런 단어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예술과 국민들 모독해도 유분수 아니겠느냐"라며 "오죽했으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오죽했으면 민주당 출신인 국회의장 그리고 사무총장이 이 전시물을 철거했겠느냐"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집단적으로 저질·선정·인권유린적 비방 그림이나 전시·기획할 때인가?"라며 "그렇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을 더 이상 괴롭히고 갈라 치는 일은 제발 그만 두기를 바란다"라고 발언을 마쳤다.

국민의힘은 해당 전시회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연결짓는 듯한 발언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 처럼회 의원 12명이 초청하는" 전시회라고 언급했고,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안병길 의원 역시 "저질·삼류·막장 전시회"로 규정하고 "이재명 대표의 측근세력인 처럼회가 기획했던 전시회"로 몰아갔다.

해당 전시회는 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민형배 의원 등 12명이 공동주관했다. 이들 중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처럼회가 공식적으로 주관한 전시회는 아니다.

2017년 '더러운 잠' 논란 다시 꺼낸 국민의힘

이번 전시회를 6년 전 전시회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논란의 중심은 여성 정치인을 향한 누드 풍자를 수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 전시 예정이었던 작품 중 윤 대통령의 신체가 노출된 작품은 다수 있으나, 김건희 여사의 신체를 노출하거나 희화화한 작품은 찾기 어렵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언급한 전시회는 2017년 1월,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곧, BYE! 展>이라는 풍자 전시회이다. 이름의 유사성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전시회의 주최 역시 민예총 산하 민족미술인협회였다. 해당 전시회의 경우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문제가 됐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그리고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으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나체 상태에서 잠을 자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해당 작품은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새누리당만이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여성 의원들과 온건파를 중심으로 비판론이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런 일"이라며 "품격과 절제"를 언급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표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고 민주당의 징계를 수용했다. 다만, 당시에도 작가 집단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발이 나왔다.

정작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그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작품 전체는 보지 못했다"라면서도 "무슨 나체 사진들이 나오고, 저질적이고 외설적인 게 얼핏얼핏 한두 작품에도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하는 목적이 그게 무슨 풍자인가"라며 "야유, 인신공격 이런 게 아니겠느냐"라며 애초 전시회 목적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서울민예총은 지난해 <굿,바이전 시즌2>의 주제로 문재인 정권 및 민주당 인사들에 비판적이었던 기자들을 희화화하는 캐리커처를 전시해 한국기자협회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표현의자유 #굿바이전 #풍자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