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퇴행시키려 하는가? 경기도 학교 평가!

정량 평가 중심으로 바뀐 학교평가, 학교에 혼란 가중

검토 완료

서우철(newopen)등록 2023.01.11 15:09
2023년 1월10일 경기도교육청은 전체 학교로 20203년 학교 평가(안)에 대한 공문을 발송하였다. 학교 평가 내용이 바뀌었으니 이에 대한 의견을 1월13일까지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학교 평가 지표를 받아 본 학교장들은 공모교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23년 평가지표 2023년 경기도교육청 학교 평가지표(안) ⓒ 서우철


2023년 학교 평가지표의 문제점 

공모교장 커뮤니티에서는 경기도교육청이 바꾸려는 학교 평가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평가항목들이 작년과 크게 바뀌었는데 상당수가 교육청의 정책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에듀테크 활용 학력 향상, 디지털 시민 역량 수준, 세계시민 의식 수준 및 증감률 등 현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을 반영한 평가지표를 대거 설정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자율을 강조한다고 해 놓고는 결국 평가로 경기도교육청 정책을 반드시 따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학교 평가의 목적이 학교 자체 성찰을 통한 개선에서 객관성을 가지고 학교를 외부에서 평가하겠다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10여년 이상을 학교공동체가 스스로 성찰과정을 통해 발전방향을 찾아나가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일순간에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학교는 성찰하는 존재에서 평가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셋째, 실적으로 수치화되고 학교간 비교가 용이한 방식인 정량평가로 대부분의 항목이 바뀌었다. 12년전 학교 자체 평가가 도입되기 이전에 학교 평가유형이 대부분 실적 중심의 정량 평가이자 학교 간 경쟁평가였기 때문에 학교 평가에 대한 원성이 높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바꾼 것이 정성 평가 중심의 학교 자체 평가였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전처럼 학교 평가를 통해 줄을 세우고 예산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 방식이 곧 부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대부분이 정량평가인데 항목들 중에 정량화 하기 힘든 내용이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학생 핵심역량 수준, 진로 자기 효능감 등은 수치화하기 힘든 정의적 영역이거나 평가 준거가 명확하게 세워지기 힘든 내용인데 이를 정량평가로 하겠다고 하고 있다. 
다섯째, 평가지표화가 되면 문제가 되는 내용까지 포함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 폭력 발생률 및 증감률이 포함되어 있는데 평가지표에 넣을 내용이 아니라 어떻게 학교가 갈등과 관계를 회복하여 학교 폭력을 줄여나갈 수 있게 지원해야 하는 내용인 것이다. 이것이 포함될 경우 오히려 학교 폭력 발생률을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한 다양한 편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 학교 폭력 예방에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여섯째, 학교 평가 공문 발송 시기와 의견 취합 방식에도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하라고 했지만 학교가 모두 방학에 들어간 시점에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 항목들이 예년에 비해 큰 변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당성에 대한 공청회나 포럼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의견 취합은 형식적으로 받고 있는 것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처사이다. 
 

2022년평가지표 학교 자체 평가 지표 ⓒ 서우철

 
학교의 교육력 제고를 위한 학교 평가 필요

2022년과 2023년 학교 평가 지표를 비교해 보면 학교 평가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교육 철학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학교 평가지표가 2023년 평가지표에 비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스스로 성찰하고 평가해서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지표들로 더 많게 구성되어 있다. 
2022년 학교 자체 평가 지표는 나오기까지 10여년에 걸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듬어 왔다. 학교에서도 그동안 잘 정착되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이렇게 큰 틀을 바꾼다면 학교의 혼란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2023년 학교 평가 지표를 보고 공모교장 협의회 소속의 부천 송내초 양동준 교장은 "교육청이 학교 평가를 통해 학교의 문제점들을 알고서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학교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평가지표 항목들이 학교의 교육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년 경기교육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학교 평가가 스스로 학교의 교육력을 성찰하여 개혁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모교장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