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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 저를 무너뜨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공청회 발언] 지휘의 부재, 2차 가해... 부디, 이들이 책임지길 바랍니다

등록 2023.01.12 14:11수정 2023.01.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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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시민기자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현장에 있었습니다. 참사의 생존자인 그는, 지난 11월 2일 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참사 이후 자신이 받은 상담 기록을 일기와 대화 형태로 정리해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독자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그 기록을 그대로 옮깁니다. 그간 '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으나, 이제는 실명을 밝히고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번 글은 12일 김초롱씨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나와 발언한 내용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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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 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생생한 그날의 기억

저는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서 이태원 상인들의 도움으로 운 좋게 살아남은 김초롱입니다. '왜 살아남았는가, 살았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다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국정조사특위 2차 공청회)에 나온 이유는, 참사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오해를 알리고 유족분들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2017년부터 매년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참사 당일 이태원은 사람이 많았지만 이전보다 특별히 많지 않았습니다. 핼러윈의 이태원은 늘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9시 30분 세계문화 음식 거리에 도착했고 사고 현장 근처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이태원에 왔으면 한 번쯤은 가볼 법한 유명한 식당과 술집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밤 10시, 사고 현장 근처 와이키키술집 앞에 도착했고, 압박이 점점 심해져 발이 동동 뜰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조금 버티고 기다리다 보면 풀리겠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를 잃어버렸고 주변에 키 큰 성인 남성들로만 둘러싸여서 시야 확보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상황이 펼쳐지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와이키키 술집에서 1층 문을 열어주셔서, 그 공간으로 들어가 대피한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뒤로, 뒤로' 하는 외침이 있었고 한번 큰 흐름이 바뀌면서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가게 바로 옆 가게에서 잃어버렸던 친구가 대피하고 있길래 함께 그 술집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보지 못했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대피하던 술집에서 그냥 기다리지 말고 놀아보자 하고 신나게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각이 밤 10시 40분부터 11시 20분이었습니다.

그러다 한 경찰관이 혼자서 목이 터져라 '앞에 사람이 깔려 죽었어요, 제발 통제에 협조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을 보았고, 이내 곧 1초에 4~5명씩 사람이 들것으로 실려 나오는 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지만, 실려 가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을 수도 있다는 걸 감히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가 있던 술집의 상인들과 아르바이트생 모두 가게를 내팽개치고 경찰을 도와 거리를 통제하고,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막았습니다. 자신을 가지 못하게 하는 것에 화가 나 상인분의 얼굴을 가격하는 외국인도 있었지만, 그렇게 맞으면서도 통제를 열심히 도운 상인들이었습니다.

'참사 당시 왜 일부 가게에서 음악을 끄지 않았나'라는 댓글에 대답합니다. 가게를 버려두고 모두 거리에 나가 구조를 돕기 있었기 때문에 음악을 끌 사람이 없었고, 12시가 넘어서야 상인들이 가게에 잠깐 들어오셔서 음악을 끈 것입니다.

저는 밤 12시 30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태원역 큰 거리로 나왔을 때, 거리를 보고 있으면서도 믿지 못하는 순간이 이어졌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 사람들이 거리에 다 누워있는 장면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뉴스 속보가 뜰 때마다 사망자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도대체 내가 무슨 현장에 있었던 것인지 피부로 느꼈고 죄책감과 후회로 서서히 제 일상은 모든 것이 망가졌습니다.

살고 싶었기에,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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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1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부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권우성


저는 300여 명의 사상자 안에 드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행정안전부 등에서 별도로 연락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살고 싶었기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심리지원을 알아보았습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민간 단체인 심리학회 전화상담을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국가트라우마센터보다 심리학회의 전화상담으로 많은 치료가 되었습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어요'라고 말하는 제게,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딜 가든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나라인 게 맞다.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다'라는 상담 선생님의 말을 듣고, 가슴 울리는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상담은 전문가들의 상담이라고 느낄 수 없었지만, 거주하고 있는 구청의 정신상담 프로그램을 연계해주었고, 구와 연결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참사와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 이를 담당할 수 있는 트라우마센터 내의 전문가 배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던 저에게는 도움이 되었지만, 더 큰 슬픔을 겪는 유족분들이나 중증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들은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전혀 알 수 없고, 도움받을 수 없는 체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강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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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5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지난달 31일 이후 엿새 연속으로 조문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조문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박진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안보실2차장, 김용현 경호처장, 김일범 의전비서관, 천효정 부대변인이 함께 조문했다. ⓒ 유성호


저는 강한 사람입니다.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잘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 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들이 2차 가해였습니다. 참사 후 행안부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제게는 이 말이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이다'라는 얘기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몇 주 전 이태원 참사를 경험한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습니다. 그런 결정을 했을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기에 슬펐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선생님을 찾았고, 약 복용량을 늘렸습니다. 그때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납니다.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습니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합니다.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 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습니다. 잘못한 사람을 찾아서 벌주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극복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치료와 상담을 통해 아무리 개인적으로 노력해도 결국 바뀌지 않는 사회와 매번 쏟아지는 망언들이 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듭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도 없고 아직까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자신의 '무지함'과 '비열함'에 스스로 '열등감'을 가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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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진술 도중 흐느끼고 있다. ⓒ 남소연

 
저는 올해도 이태원에 갈 겁니다. 우리는 반드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원과 핼러윈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일상이었던 이태원과 누군가에게 일상이었던 핼러윈이 왜 아직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사람 많은 곳은 가는 게 아니야'라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사람들은 혐오 문화를 생성해 내는지를 다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그렇게 후지지 않았습니다. 재난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도 아니며,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참사 현장에서 본 모두는 3류가 아닌 1류였습니다. 3류는 그 위에서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지휘를 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참사의 원인은 유흥과 밤 문화, '외국 귀신 파티 문화'가 아닙니다.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 밀집 관리의 실패'입니다.

[관련 기사]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이야기> 연재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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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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