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몬의 단면. 관심을 기울이면 세상은 사랑스러운 것들 천지다.
박미연
아일랜드에서는 루게릭병 환자에겐 인공호흡기를 연결하지 않는다고 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돕는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삶을 연장한다. '왜 그렇게까지 살고 싶은가?' 자문하며 '진실한 사랑'이라고 자답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 아이들에 대한 사랑. 친구와 가족에 대한 사랑. 인생 전체에 대한 사랑. 내 사랑은 여전히 빛나고, 굴복하지 않으며, 깨지지 않는다. 나는 살고 싶다. - 113p <어둠이 오기 전에> 중에서.
암 이후 나는 '왜 살지?'라고 묻지 않는다. 닥치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죽음보다 삶을 더 사랑한다! "인생이 안겨주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려는 의지,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려는 의지, 사랑을 품고 살아가려는 의지. 인생의 길을 찾으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의지." 이것이 암이 나에게 준 크나큰 선물이다.
일전에 옆지기가 큰 귤처럼 생긴 것(아마도 황금향)을 들고 퇴근했다. 누군가에게 받은 거란다. 어찌 되었든 푸근했다. 세 남자가 나누어 먹도록 일렀다.
그의 말. "어떻게 먹는지 몰라~" 나는 "귤처럼 까먹으면 돼~"라고 했다. 그는 내 말을 싸악 무시했다. 그 다음 말이 클라이맥스다. "칼로 잘라서 먹어야 되나?" 결국 내가 까서 그의 손에 쥐어주고 말았다.
삶은 이렇게 블랙코미디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사랑과 미움이 엇갈리며, 불안과 위로가 숨바꼭질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고 싶다. 죽음보다 이 모든 것이 더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옆지기의 아리송한 말과 행동조차.
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은이), 정성민 (옮긴이),
흐름출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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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일깨워 주었다, 내가 얼마나 삶을 사랑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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