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당시 나이 24) 어머니 김미숙씨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성욱
민주노총과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과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첫 1년 동안 총 229건의 사건 중 검찰은 달랑 11건만 기소했고, 윤석열 정부는 노골적으로 친기업적인 법 개정 TF를 발족했다"라며 "고용노동부도 11월 말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하더라도 노사추천 전문가로 된 TF를 구성하겠다고 하더니, 한 달도 안 돼 오직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TF를 일방적으로 띄웠다"고 했다.
문은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작년 1월 29일에 채석장 작업 중 3명이 사망한 삼표산업 사건의 경우 지난해 6월 노동청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기소하지 않고 있고, 작년 3월 2일 발생한 현대제철 사망 사건의 경우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수사 중이다. 검찰이 대기업 수사는 왜이리 굼뜨고 더딘지 알 길이 없다"라며 "지난 1년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은 전혀 엄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또 "윤석열 정부는 마치 기업의 불만 처리 창구라도 되는 듯 처벌보다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자율 규제를 해야 한다며 그에 걸맞은 법령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이 법을 사문화하고 무력화하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책임자 처벌해야 또 다른 아들들 죽음 막아"
▲ 화일약품 산재사망 유족 고 김신영씨 아버지 김익산씨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김성욱
현장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의 가족들도 한 목소리로 중대재해처벌법의 후퇴 움직임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9월 30일 화일약품 공장 폭발사고로 사망한 고 김신영(29)씨의 아버지 김익산씨는 "아들이 일하고 있던 바로 옆 작업장에서 위험천만한 밸브 수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아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라며 "화일약품 대표에 대한 처벌은 또 다른 아들들의 죽음을 막는 길"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15일 파리바게뜨의 빵을 만드는 평택 SPL 제빵 공장에서 사망한 A(23·여)씨와 함께 일하는 강규형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은 "SPL 노동자들은 동료가 사망한 날에도 바로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해야 했을 정도로 SPL은 노동자를 마치 감정 없는 기계 부속처럼 취급했고, 이것이 바뀌지 않는 한 같은 사고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말만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정말 처벌받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돼야 한다.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이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을 때 사업주는 물론 원청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지난해 1월 27일부터 적용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행 첫 해였던 지난해 1년간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611건, 사망자는 644명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사망사고 54건, 사망자 39명이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아직 사업주가 처벌된 예는 한번도 없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총 229건 중 노동부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34건, 이중 검찰이 실제 기소한 것은 11건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경영자 처벌을 완화해달라는 재계의 줄기찬 요구에 윤석열 정부도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노동부는 처벌 중심이 아닌 자율 규율 중심으로 중대재해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출범시켰다. 노동계에선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처벌 규정 완화 등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당시 나이 24) 어머니 김미숙씨, CJ E&M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SPL 평택 제빵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23세 여성 A씨의 동료 강규형씨, 화성 화일약품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29세 고 김신영씨의 아버지 김익산씨 등이 참석했다.
김성욱
[관련기사]
"남편 죽었는데 기소조차 안돼... 중대재해법 후퇴 안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공유하기
"만신창이 돼 죽은 아들... 가해자는 책임 면할 시간 벌고 있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