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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가려 적용하는 인권은 인권 아냐, 학생 인권은 시민 인권"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규탄 기자회견

등록 2023.01.27 09:15수정 2023.01.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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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2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지역 253개 시민사회·인권·교육·노동 단체가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참석한 관계자들이 서울시의회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규탄했다 ⓒ 위정량

 
2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지역 253개 시민사회·인권·교육·노동 단체가 서울시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전국학생협회 안병석·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 이예은·전교조 서울지부장 김성보·평등교육실현 위한서울학부모회 박은경, 아래 공대위) 결성 및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규탄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여는 발언을 통해 ″꼰대라는 말 들을 수도 있겠지만 ′라떼는...′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 교직 생활 초기에 학생이라면 흰색 양말만 착용해야 하고 구두는 신을 수 없었다. 학교 체육복을 체육 시간 외에 입으면 벌점을 받았다. 머리카락은 귀에 닿을 정도로 길면 안 됐다. 염색이라도 했다면 선도위원회 열어 보호자를 학교에 소환했다″고 했다.

계속해서 김성보 지부장은 ″불시에 소지품 검사했고 때때로 위생검사 하며 손톱 길이 검사했다. 출석부에 남학생은 1번부터, 여학생은 21번부터 번호 받았다. 공부 못하면 너무나 쉽게 미래를 저주당하거나 장애인 혐오 발언을 들어야 했고 본인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면 버릇없다며 부모님 모욕 감당해야 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10년간 학교를 많이 바꿔놨다. 소위 ′라떼는...′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아득한 과거 같다. 저는 2017년부터 5년간 중학교 생활부장 역임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없었다면 저는 절대로 생활부장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생활지도라는 이름으로 학생 인권을 제일 앞장서 탄압해야 했던 학생주임 역할은 점차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옹호관′으로 변하고 있다. 어쩌면 학생인권조례는 선생님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물론 아직 충분하지 않다. 시대 변화보다 학교 변화는 더디다. 서울학생인권조례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폐지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생인권법을 제정해 조례 효력 다 했을 때나 검토해야 한다″면서 ″우리 집 학생 자녀에게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했더니 ′서울시의원들에게 10년 전 ′학생생활규정′을 일주일만 적용하면 그런 이야기 쏙 들어갈 것′이라 답했다″고 했다.

끝으로 김성보 지부장은 ″사람을 가려 적용하는 인권은 인권이 아니다. 학생 인권을 시민 인권과 구별하지 않는 그 날까지 학교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은 규제와 탄압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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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2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지역 253개 시민사회·인권·교육·노동 단체가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참석한 관계자들이 서울시의회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규탄했다 ⓒ 위정량

 
현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전국학생협회 수도권통합지부 안병석 부지부장은 ″저희는 서울시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대위라는 이름으로 오늘 출범식을 진행했다. 저희 공대위가 출범하지 않았으면 했지만 많은 사람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고 달려드는 와중에 학생 당사자로서 가만히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게 생각돼 전국학생협회 수도권통합지부 부지부장이 아닌 중학교에 재학 중인 중3 학생 입장으로 이 자리에서 견해를 밝히려 나섰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없으면 저희 학생들은 선생님들한테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저도 작년에 이성한테 고백받았을 때 담임선생님이 방과 후 교무실에 불러 ′그걸 보여주지 않으면 집에 안 보내겠다′고 하여 16시 30분까지 남아있었던 적이 있다. 이게 인권조례가 있을 때 있던 일인데 없으면 얼마나 더 큰 인권침해가 있을지 안 봐도 뻔하다. 따라서 당사자로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안병석 부지부장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겠다. 학생인권조례 당사자인 학생이 요구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없으면 안 되는 조례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어 다음 발언에 나선 허율(서울시 관내 고교 재학 중)은 ″저는 오늘 학생인권조례에 얽힌 어떤 정치적 의도나 정쟁의 이유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또한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교육받아야 할 학생들을 위해 최소한 학교에서는 인권이 존중되고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배우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사람을 배려하고 차별하지 않는 세상이길 바라면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사회는 언제부터 소수자를 배척하고 상대방 권리를 얻어내야만 하는 사회가 된 것인가. 또한 이 사회는 언제부터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규제하고 이제는 없애버리려 하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허율 학생은 ″정말 당연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이제는 요구해야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학생들은 규제와 탄압의 대상이 아니다.  이 사회를 지탱하고 짊어질 소중한 미래 세대″라면서 ″그런 미래 세대에게 사랑과 배려를 가르쳐야지 규제와 탄압을 가르친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단순히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만을 정해놓은 규칙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받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발판이다. 당연히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배려와 사랑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학생인권조례는 중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허율 학생은 ″그런 의미에서 만약 학생인권조례가 잘못됐다면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지, 무슨 의도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없애버린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충분히 더 좋게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을 어찌하여 정쟁의 소재로 만들어 학생들의 권리를 이용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제 그 시작을 멈추고 학교라는 공간을 학생들이 함께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또한 배려하고 존중함으로써 참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다음 발언에 나선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박은정 활동가는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청소년 노동인권이 증진되고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노동자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면서 ″그 활동 중에는 저희는 학교에서 또 다양한 지역사회 공간에서 청소년을 만나 노동인권을 함께 공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다

박은정 활동가는 ″그런데 학교에서 청소년노동인권 교육을 할 때마다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이렇게 교육을 한다고 해서 정말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라면서 ″교복을 입고 일렬로 앉아 노동인권 수업을 듣는 청소년들을 보면 꽉 막힌 교실 안에서 어떻게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했다.

그는 ″저는 수업 시간 전에 항상 한 가지를 부탁한다. ′여러분, 혹시 수업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거나 물 마시고 싶으면 손들어 허락 구하지 말고 자유롭게 다녀오세요. 제 수업에서는 그렇게 서로 약속합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가 10년 동안 노동인권교육을 했으나 저에게 말하지 않고 나가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늘 손을 들고, 저에게 허락을 구하고 간다. 아무리 괜찮다 해도, 이 수업 시간 동안 만큼은 그렇게 하자고 당부해도 오랫동안 길들여진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했다.

끝으로 박은정 활동가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에게 시민·정치적 권리·표현의 자유·학교 운영 등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폐지가 아니라 학생인권법으로 학교 밖 모든 청소년을 담아내는 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결국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서울시바로잡기위원회 김영배 국회의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학생·청소년들과 이 자리에 서게 돼 부끄럽다″면서 ″교육은 자유로운 인간이 자유롭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에서 학생인권 보루였던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참담하다″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오세훈 시장에게 묻는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찬성하는가. 다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님들, 이 청구안 가결할 것인가″라고 캐묻고는 이 질문에 분명히 답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그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서울시바로잡기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일부 보수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이 구성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가 동성애와 왜곡된 성적 지향을 유도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청구했고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 중 3분의 2를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어 가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 청구가 서울시의회 심의를 통과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된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당선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주도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졌다. 성별과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학생들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발과 복장 규제, 체벌, 일괄적 소지품 검사 등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종교과목 수강이나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할 수 없도록 했고, 강제 야간자율학습이나 방과후수업도 금지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서는 직접민주주의뉴스(www.ddnews.io)에도 송고합니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규탄 #민주주의 교육 시금석 서울시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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