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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진짜 비판받아야 할 '침묵'

[取중眞담] 피의자와 정치인의 차이... 노란봉투법·안전운임제·정치개혁 등에 답해야

등록 2023.01.31 07:10수정 2023.01.3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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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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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사법 정의' 누구보다 외쳤던 李 대표의 정반대 처신

1월 30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이다. 지난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조사 태도를 비판하며 그 사례로 "미리 작성한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고는 12시간 넘게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는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꼽았다. 또 다른 기사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형사사건에서 검찰이 장기간 수사한 뒤 소환 조사를 할 경우, 반대 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묵비권, 즉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권리다. 평가는 달리 하더라도 이재명 대표의 진술거부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엇나간 비판이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등 과거 사례도 결이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시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2022년 1월 1일부터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어차피 말해야 한다면 법정에서'란 전략은 유무죄를 다투는 사람이라면 써봄직한 방법이다. 

<조선일보>의 엇나간 비판, 그러나 

정작 이재명 대표가 비판받아야 할 '그의 침묵'은 따로 있다. 지난해 8월 31일 민주당은 '이재명호'의 출발을 알리며 '국민우선 민생제일'이라는 기조를 내세웠다. 이때 당이 발표한 22개 민생입법과제에는 '노란봉투법(하청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를 막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도 있었다. 민주당은 이후 정기국회 7대 입법과제에도 이 법안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이 시각에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몇몇 노동자들은 국회 앞에서 한 달 가까이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민주당 당사까지 점령했지만, 당은 외면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연말 화물연대 파업 당시 노조를 악마화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규탄했지만, 그들 또한 2022년 여름 화물연대 1차 파업이 끝난 뒤 가을 국회에서 제대로 안전운임제를 다루지 못한 책임이 있긴 마찬가지다.


'난방비 폭탄'은 어떨까. 이 또한 민주당에게 기회가 있었다. 이미 당 내에서도 목소리가 나왔던 사안이다. 지난해 6월 17일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불가피하지만 물가는 올라갈 것 같고, 정부가 발표했듯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며 취약계층을 보호할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꾸준히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민주당은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한 올 1월에서야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치개혁은? 민주당은 2022년 2월 27일 정치개혁을 결의했고, 3월 1일 이재명-김동연 단일화 때도 정치개혁을 약속했고, 8월 28일 전당대회에선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논의가 없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하자 부랴부랴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당이) 정말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당이 정말 그러리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실망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1월 17~19일 물어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6%, 부정평가는 55%다. 그런데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37%, 민주당 32%, 무당층 25%다.

거칠게 말하면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이들의 절반은 민주당을 지지해도, 나머지는 민주당이 싫다는 뜻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반윤석열'로 점수가 따지겠나"라고 말했다. 안에서 알면, 밖에선 더 잘 안다.

'정치인 이재명'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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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위례·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가운데, 청사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이재명 사수, 정치검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물론 야당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이재명 대표도 30일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께서 저를 검찰청으로만 자꾸 부르지 말고 용산으로도 불러주면 민생과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나. 연이은 기자간담회에선 "국정의 동반자로서 국정의 한 부분을 맡고 있고, 국회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나눠 갖고"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제1야당과 그 대표는 사람들이 '나라가 왜 이 모양이냐'고 한탄할 담벼락이라도 되어야 할 신세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좀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회의장 안의 말과 회의장 밖의 행동으로 평가받는다. 이 두 가지를 연결해주는 것 중 하나가 취재진의 질문이다. 그런데 한때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던 '정치인 이재명'은 당대표가 된 뒤 매번 묵묵부답을 반복하고 있다. 그가 취재진에게 '답'을 했던 경우는 대장동, 성남FC 등 대부분 검찰 수사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다. 갑작스레 자청한 30일 기자간담회도 비슷했다. 

반면 '국민우선 민생제일'이라는 약속에서 나온 노란봉투법과 안전운임제, 꾸준히 결의했던 정치개혁, 한 발 먼저 제기할 수 있던 에너지 대책 등은 그의 입에서 좀처럼 먼저 나오질 않는다. 기자들이 질문할 기회조차 드물다. '피의자 이재명'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 이재명'은 다르다. 침묵을 가장한 외면과 회피는 결국 정치인의 기본 자산, 국민의 신뢰를 흔들 수밖에 없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닐까. 

[관련 기사]
민생 내건 '이재명 민주당', 노란봉투법 등 22개 법안 추진 https://omn.kr/20ilx
윤 대통령이 던진 중대선거구제... 정치개혁 신호탄될까 https://omn.kr/227nf
이재명, 또 검찰 간다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 패배 대가" https://omn.kr/22j32
덧붙이는 글 이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조사기간 : 2023년 1월 17~19일
-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 표본오차 : ±3.1%포인트(95% 신뢰수준)
- 응답률 : 8.6%(총 통화 11,686명 중 1,000명 응답 완료)
#이재명 #민주당 #검찰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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