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에 로컬푸드 식당이 문을 열었습니다

등록 2023.01.31 16:07수정 2023.01.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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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자욱히 낀 두물머리의 풍경으로 유명한 양수리에 조그마한 한 식당이 소문도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가게는 작고 소리가 낮지만 그래도 뜻은 자못 크다. 본격적인 로컬푸드 식당을 지향하는 곳이다.


양수리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양수리 지역의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농부시장이 주말마다 열리는 등 여러 지역 활동들이 활발하게 실천되어왔다. 지난 연말 문을 연 '뭇순' 식당도 그 활동의 일환이다.

양수리 농민들의 생산물을 재료로

메뉴는 상순, 중순, 하순으로 열흘마다 바뀐다. 가게 이름 '뭇순'의 '순(旬)'은 그런 의미인 모양이다. 제철 음식의 충실한 실행이다. 모든 음식 재료는 철저하게 친환경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었고, 특히 로컬푸드를 지향하는 가게답게 양수리 그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를 우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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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 메뉴 곤드레밥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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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하순의 메뉴 솥밥과 시래기무침 그리고 미역국 ⓒ 소준섭


이번 1월 하순에 나온 시래기무침 비빔밥의 시래기와 된장은 양수리에 거주하는 김명자 농부님이 생산한 시래기와 된장이었다. 뜨거운 여름 양수리를 황홀하게 빛나게 하는 연꽃의 뿌리, 연근도 나왔다. 그밖에도 달걀이나 두부, 돼지고기 등 각종 재료들은 모두 신선한 친환경 식품이다.

흔히 친환경식품 하면 맛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는 사람들의 선입관이 있다. 물론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으니 시중의 그 자극적인 맛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는 미역국이며 시래기조림 그리고 돼지고기불고기 등 모두 집에서 먹는 편안하면서도 은근한 깊은 맛이 있다. "저무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닌 강릉 수제 밀맥주 즈믄블랑을 곁들여 마셨다. 맥주 외에도 막걸리나 전통 방식으로 빚어낸 소주도 있고 각종 과일 음료도 있다.

권력자와 국가가 아니라, '뭇 시민'들의 활동을 응원한다


며칠 전 손석희 전 앵커가 진행한 기후위기 프로그램 <세 개의 전쟁>에서는 인류멸종이 어쩌면 이번 세기 내에 도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었다. 사태는 이미 위중하다. 하지만 미국 등 강대국들은 각국이 이미 기후위기의 한복판에서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는데도 더욱더 전쟁과 패권만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 사정은 더욱 어둡다. 기후위기에는 단 한 치의 관심도 없고 온통 권력의 자유만을 만끽하는 모양새다. 도무지 국가와 권력자들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희망은 오직 깨어있는 뭇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과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농업이 살아나는 것은 기후위기 극복에 큰 몫을 담당한다. 화학비료에 시달리는 땅이 되살아나야 하고 대자본에 휘둘리는 농업과 농민이 살아나야 한다.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할 일이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도 답답하고 허망하다. 그러나 이 절체절명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오히려 차근차근 기본부터 다져나갈 때이다. 무릇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시작이 반이다. 이 가게는 그 여러 출발점의 하나인 셈이다. 그 앞날을 응원한다.
#뭇순 #로컬푸드 #양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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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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