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평소보다 20만원 더... 난방비 폭탄이 불러온 후폭풍

실내 온도 설정 1도 낮추고 온수 사용 줄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야 할 3개월

등록 2023.02.02 07:04수정 2023.02.02 07:04
12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엔 숫자를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다음으론 내가 지난달 관리비를 깜빡 잊고 안 냈던가? 싶었다. 관리비는 카드 자동이체 신청되어 있는데? 그럼 도대체 이 숫자의 의미는 뭐지?


이달 관리비 청구서에 찍힌 숫자를 해독하느라 오랜만에 뇌 구석구석이 활성화 되었다. 셈이 느리고 숫자를 싫어해 웬만한 숫자는 그냥 넘기는 내가 이번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숫자를 관리비 청구서에서 만난 것이다!

본 적 없는 관리비 청구서
 
a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난방비 관련 항목이 표시돼 있다. 한편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1월에 더 추운 날이 많아서 난방의 수요가 높고, 사용량도 많다"고 설명하며 한파로 인한 난방비 증가 우려를 시사했다. ⓒ 연합뉴스

 
우리 집이 30년 된 빌라이다 보니 냉난방에 취약한 점은 있다. 부동산 가치를 생각하면 아파트를 선택해야 했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겪었던 아파트 살이의 고단함을 더는 겪고 싶지 않아 관리비를 조금 더 내더라도 마음 편히 살고 싶어서 택한 게 이 빌라였다.

같은 비용으로 코딱지만 한 아파트에 사느니 더 넓은 공간에서 조금은 여유를 부리며 살고 싶었던 우리 부부의 배짱은 겨울철 난방비 앞에서는 매번 심하게 쪼그라들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 치 관리비가 청구되는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난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난방비 좀 적게 나오소서.

이제 아이들도 컸으니 추우면 슬리퍼도 챙겨 신고 겉옷도 하나 더 챙겨 입어가며 그런대로 무난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겨울철 난방 온도 21.5도를 넘겨본 적 없으니 그런대로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평소 겨울철 관리비보다 20만 원 가까이 더 나온 청구서 앞에서 좌절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추가된 비용은 온전히 난방비와 온수 사용비에서 더해진 것이었다(작년 1월보다 난방비 16만 원, 온수비 4만 원 정도가 추가되었다).  


막막했다. 일 년 중 관리비가 최고치를 찍는 세 달 중 첫 달이 이 정도면 이어질 두 달을 어찌 살아야 한단 말인가?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더 드는 관리비는 고즈넉한 생활의 만족도로 상쇄한다 여겨 왔건만. 이번엔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이사를 가야 하나? 난방비 폭탄으로 이 집에 이사 온 이래 처음으로 진심 진지하게 이사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a

난방비 폭탄에 실내 난방 온도를 최대 19.5도로 낮췄습니다. ⓒ pixabay

 
그렇다고 당장 이사를 할 수도 없고, 다음 달 난방비마저 손 놓고 폭탄을 맞을 수는 없는 노릇.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일단, 각 방의 난방 온도를 1도씩 낮췄다. 우리 집 최대 설정 온도인 21.5도를 19.5도로 내렸다. 우리 부부 침실은 19도로 더 낮췄다.

주방은 19도로 맞춰놔도 불을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항상 20도로 올라가 있다. 그러니 앞으로 주방엔 난방 돌 일이 없겠다. 온수 사용비도 대책이 필요했다. 하루에 두 번씩 샤워하는 아들에게 철퇴를 내렸다. 이제부터 샤워는 하루 한 번! 온수 사용 시간 줄이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 건 고무적

이번 난방비 폭탄을 계기로 관리비 청구서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리 집 열 에너지 사용량이 동일 면적 대비 2배 가까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은 대체 몇 도에 맞춰놓고 사는지 확인할 순 없지만, 수치가 거짓말을 하진 않을 테다.

정직한 우리 집 에너지 사용 현황판(관리비 명세서)을 냉장고 앞에 붙여두고 다시 한번 공손히 조아린다. '우리 식구들의 노력을 어여삐 여기사, 제발 다음 달엔 좀 덜 나와 주세요.'

난방비와 온수비를 줄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다음 달 관리비에 변화가 없으면 어쩌나. 아니, 줄기는커녕 더 나오면 진짜 세대 많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나... 걱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도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에너지 절약 문제를 다시 돌아보고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 실행해 본 점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평소보다 1.5도 낮아진 내 방 화장대 위에서 노트북에 이 글을 쓰는 데 발이 살짝 시려 양말을 신었다(열이 많은 체질이라 겨울에 실내에서 양말을 신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면 난방이 문제가 아니라 나이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부부, 추워서라도 꼭 붙들고 자느라 50에 제2의 신혼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난방비 폭탄이 불러온 후폭풍 가운데 낮춘 실내온도를 가족의 체온으로 채우며 이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함께 게시될 글입니다.
#난방비폭탄 #실내적정온도 #난방비절약방법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