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착용 일부 해제... 마스크와 함께 한 시간들

등록 2023.02.01 11:47수정 2023.02.0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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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오늘부터 마스크 쓰고 학교 가지 않아도 돼~."


아들이 좋다며 쾌재를 부른다. 사실 그동안 아들은 마스크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얼굴이 작아서 마스크 착용이 불편할 뿐더러 볼품까지 없다는 것이다.

"형, 마기꾼(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 착용 모습을 통해 외모가 잘 생겼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스크 벗은 모습에 속았다는 뜻을 담고 있다)이지?"
"마기꾼이라니, 무슨 소리야?"


동생이 형에게 '마끼꾼'이라 말하자, 형이 정색하며 자신은 '마기꾼'이 아닌 '마해자'라 말한다. 마해자. 마스크가 미모를 가려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엄마인 내가 봐도 확실히 마스크가 아들의 미모를 방해하고 있다. 아들 또한 그렇게 느꼈는지 거울 앞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착용했다 하는 일이 많았다.

마스크 종류가 다르면 좀 나으려나 싶어 학교에서 마스크를 나눠주는 날이면 하나하나 살펴보기 바빴고, 마트로 편의점으로 약국으로 향해 마스크를 눈여겨보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마스크를 구입하고 착용해 봐도 역시나 아들 마음에 드는 마스크를 만나기란 쉽지가 않았다.

미리 착용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마스크가 뭐길래. 이제 막 외모에 신경 쓰기 시작한 아들에게는 마치 여드름 뽀루지처럼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지난 반장선거 때도 그랬다. 얼굴을 드러내 자신감 넘치게 친구들 앞에서 연설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속상했다 말한다. 마스크로 인한 여러 제약들로 자신의 매력을 친구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아들이었기에 실내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소식(부분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은 빅뉴스일 수밖에 없다.

아들은 믿기지 않는다며 직접 확인하겠다더니 TV 앞에 앉아 뉴스 채널을 돌렸다. 그리고 엄마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얼마만에 보는 미소인지.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마스크 뒤에 미소를 가리고 살아왔다. 미소가 아름다운 이들이나 미소로 소통하는 이들에게는 마스크가 그야말로 훼방꾼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마스크 의무 착용이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언젠가 신혼여행을 준비하던 후배가 사무실 직장 동료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신혼여행 다음으로 미루지 그래. 마스크 착용한 채 사진 찍어야 할텐데, 그렇게 얼굴 가리고 사진 찍고 싶어? 얼마나 웃길 거야."
"다 추억이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했던 시절이었다면서 언젠가는 이 시기를 추억할 날이 찾아올 거야. 신혼여행 사진 보면서 추억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후배는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추억이 될 거라 버텨온 시간들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실외 마스크 의무착용 해제에 이어 이번에는 실내마스크 착용 자율 권고 방침이 내려졌다. 특정 장소를 제외하면 반드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의 선택은 어떨까? 주변을 봐도 여전히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 예방 차원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 말하는 이들도 있고, 또 어떤이들은 독감 등 다른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라도, 위생 차원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지난 2년여 동안의 생활로 오히려 마스크 착용이 더 익숙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가하면 얼굴을 가릴 목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겠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초등교사에 따르면, 제자들이 선생님인 자신 앞에서 급식을 먹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이유는 선생님 앞에서 마스크 벗은 자신의 외모를 보여주기 부끄러워서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마스크가  외모지상주의를 대변해 주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마스크 착용이 어색했던 지난날. 그리고 오히려 마스를 벗고 실내에 들어서는 일이 어색해진 지금. 그렇게 마스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 일상의 모습과 생각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늘 나는 실내 공간 안에서 마스크를 벗어본다. 그리고 추억의 사진첩 한 페이지를 기념하기 위해 카메라를 켜 활짝 웃으며 V자를 그려본다. 언젠가는 지금의 이 시기 또한 사진첩 들춰보며 추억으로 돌아볼 날이 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도 게시할 예정입니다.
#마기꾼 #마해자 #실내마스크의무착용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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