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파크골프장 수 1위 대구에 또 골프장을?... "탐욕 멈추라"

[현장] 금호강 공대위, 1일 대구시청 앞 기자회견 ... 항의 서한 전달 과정 몸싸움도

등록 2023.02.02 10:23수정 2023.02.02 11:41
3
원고료로 응원
a

환경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파크골프장 증설계획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멸종위기종들의 집 금호강에 삽질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1월 대구광역시가 대구의 대표 하천인 금호강을 시민이용중심의 강으로 대개조하겠다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그 일환으로 대구 금호강 둔치에 파크골프장 6곳(108홀 규모) 추가 증설한다고 지난 1월 26일 밝혔다.

그러자 대구 지역의 환경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대구지역 환경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1월 30일 대구시 규탄 성명을 낸 데 이어 지난 1일엔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파크골프장 증설계획을 중단하고 '탐욕과 약탈의 행정'이 아닌 자연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길'로 나아갈 것"을 요청했다.

대구 파크골프장 수 압도적 1위... 그런데 또?
 
a

전국 광역시와 특별시 중 독보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광역시의 파크골프장 보유 현황. 2022년 12월 현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공대위가 대구시의 골프장 증설 계획을 문제 삼는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는 대구엔 파크골프장이 이미 너무 많다는 것. 대구시는 타 시·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파크골프장을 가지고 있다.

공대위는 "대구의 파크골프장 수는 현재 28곳(대한파크골프 협회 자료)으로 인구수가 대구보다 월등히 많은 서울(11곳)과 부산(10곳)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수치"라면서 "인구수가 대구와 비슷한 인천(5곳)에 비하면 5배가 많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종합하면 현재도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파크골프장을 갖고 있는데 추가로 골프장을 더 짓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
   
대구 내 파크골프장 28곳 중 금호강에 들어선 것만 14곳이다. 공대위는 "주로 강 둔치가 이용됐다"면서 "이용가능한 하천둔치는 죄다 파크골프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금도 많은데 금호강에 여섯 곳이나 더 파크골프장을 짓겠다는 것은 탐욕"이라고도 꼬집었다.

"탐욕의 길이 아닌 공존의 길로"

공대위가 문제 삼는 두 번째 근거는 둔치의 생태적 가치다. 공대위는 "둔치는 하천 생태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며 "야생생물들이 둔치를 기반으로 살아간다. 말하자면 이곳이 야생동식물들의 집"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런 곳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면 이들 야생생물들은 살 곳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들을 보고 도대체 어디로 가란 소리냐"라고 되물었다. 


또한 "사람이 사는 민가와 떨어진 금호강과 같은 국가하천은 인간보다는 야생의 세계와 더 가까운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대구시는 금호강 둔치를 모두 인간에게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야생생물 입장에선 끔찍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이날 공대위는 대구시에 "탐욕의 길이 아닌 공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래서 "대구시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더 이상의 파크골프장이 금호강에 허용돼선 안 된다" "골프장 증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금호강을 야생동물들에게 그대로 내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a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활동가와 회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크골프장 증설하려는 대구시를 규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시 파크골프장 증설 반대에 대한 세 번째 근거는 "이제 우리나라도 개발에 목매는 시대는 지났다"는 데 있다. 공대위는 "시민들 또한 자연생태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행정이 오히려 뒤쳐지고 있다. 대구시는 시민의식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공대위는 "그것이 대다수 대구 시민과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라면서 대구시의 생태적 각성과 홍준표 시장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했다. 

멈출 때는 멈춰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대구시의 파크골프장 증설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고 인간이 문명인일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역지사지 능력이다. 누군가가 우리집에, 내가 밥 먹는 부엌에, 식당에, 수돗가에 모르는 사람들이 막대기 하나씩 들고 와서 1m 간격으로 우리 집을 포위하고 웅성거리고 소리 지르고 딱딱 소리 나고 하면 한순간도 살 수 없을 거다.

대구라고 해서 파크골프를 특별히 더 즐기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게 아니다. 자동차도로를 많이 보급하면 자동차가 늘어나듯이 쓸데없이 파크골프장 토건 세력에 행정이 놀아나 파크골프를 치게 된다. 과연 우리 대구시민들이 그것을 원할까?"

 
a

금호강 공대위 공동대표 조규천 목사가 대구시의 반환경적 파크골프장 증설 계획에 강한 어조로 성토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어 발언자로 나서 공대위 공동대표 조규천 목사는 아래와 같이 지난 3년간의 암흑기인 코로나 사태에 빗대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 추구에 대해 성토했다.

"코로나 사태 왜 왔는가? 야생동물과 자연 생태계를 멸절시키는 인간만의 개발과 욕망 추구의 결과로 온 것이다. 그것이 현대 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가 아닌가. 지금도 기후위기로 인해서 겨울이 불규칙하고 이상기후가 생기고 그러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생태환경을 파괴하는가? 코로나처럼 강제 안식년을 둬서 우리를 살리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멈출 때는 멈춰야 한다."
 
a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공동대표가 대구시 행정국장에게 홍준표 시장께 드리는 항의서한을 대신 전달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른 시간 안에 공대위와 홍준표 시장의 면담을 주선하기로 합의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홍준표 시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사로 향했다. 그러자 대구시 공무원과 청원경찰들이 가로 막았다. 청사 진입은커녕 청사 경내 마당으로도 들어가지 못했다.

30분간의 대치와 실랑이가 이어진 후 대구시 행정국장이 나와서 공대위의 항의서한을 받았다. 공대위와 대구시 행정국장은 '서한을 홍준표 시장에게 전달한다' '이른 시일 내에 홍준표 시장과 공대위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a

금호강 공대위 소속 활동가와 회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금호강을 자연 그대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호강 르네상스 #홍준표 #대구시 #파크골프장 #멸종위기종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