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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습지의 날에 낙동강 습지를 떠나게 생긴 철새들, 왜?

[주장] 하필 이날 수문이 닫히는 합천보... 풍부한 생물 다양성 지키려면 환경부가 나서야

등록 2023.02.02 11:00수정 2023.02.0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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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 위에서 쉬고 있는 천년기념물 독수리 무리. 이 모래톱이 사라지면 독수리들이 내려서 쉴 장소가 사라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오늘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1971년 2월 2일 람사르 협약 체결을 기념해 제정됐으니 올해로 53년째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았다. 람사르 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이다.

물새 서식지로서의 습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53년 전에 체결된 국제 협약이다. 그만큼 습지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습지에는 물새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새들이 살고 더 다양한 야생의 생명들이 습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그야말로 생물 다양성의 보고가 바로 습지다.

이런 습지를 보호하고자 지난 53년 전부터 국제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는 것이다. 습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이날, 거대한 습지였던 낙동강을 떠올려 본다. 낙동강 중에서도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와 달성보 사이 모래톱이 시원하게 드러난 전형적인 강 습지의 모습을 보이는 이 구간의 낙동강을 떠올려 보게 된다.

'세계 습지의 날' 합천보 수문 닫는 환경부

그러나 이 모습은 이제 곧 사라진다. 2월 2일 오늘부터 정식으로 닫기는 합천보(환경부는 지난 1월 18일 수문을 닫았지만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요구로 2월 2일까지 수문 폐쇄가 연기됐었다-기자 주)로 인해서 합천보 상류 낙동강의 모래톱은 곧 모두 수장될 가능성이 크고, 아름다웠던 은모래강 낙동강 또한 거대한 호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일종의 거대한 수로가 된 낙동강의 모습을 곧 만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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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이 다시 닫혔다. 이렇게 되면 드러났던 모래톱은 곧 모두 수장될 것이고, 이곳을 찾았던 뭇 생명들도 모두 떠나게 될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나 그것은 습지가 아니며, 거대한 물그릇이자 거대한 수로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더 이상 생명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문이 열려 은백의 모래톱이 드러났을 때 찾아오던 그 다양한 생명들을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 풍부했던 생물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독수리, 흰꼬리수리, 잿빛개구리매,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털발말똥가리, 큰말똥가리, 큰기러기, 원앙, 황새, 댕기물떼새, 깜짝도요, 노랑부리저어새, 백로, 왜가리, 호사비오리까지 이렇게 다양한 철새들과 텃새들이 찾아온 것이 이 일대 낙동강과 회천의 모래톱이었다(관련 기사: 수문 열자 찾아온, 귀한 낙동강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일순간 풍부했던 생물 다양성은 일순간에 사라지게 생겼다. 희귀 조류 호사비오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래서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의 연대조직인 낙동강네트워크는 합천보 수문개방 결정권을 쥔 환경부를 향해 "철새들이 돌아가는 3월 초까지만 합천보 수문을 개방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수문을 닫는 이유는 인근 농가들의 마늘밭과 양파밭에 물을 대야 한다는 민원 때문이다. 그러나 낙동강네트워크에 따르면 그 민원은 지난해처럼 양수기를 동원해 우선 급하게 물이 필요한 농가에 물을 대주고, 주변 대다수 농민들이 3월 중순부터 물을 대줘도 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를 들어, 그때까지는 합천보 수문을 개방해 어렵게 낙동강을 찾아온 겨울 철새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만 합천보 수문을 열어두자는 것이 낙동강네트워크의 간곡한 요구였던 것이다.

생태 보전 책임 있는 환경부에 묻고 싶다 

물론 양수기를 설치한다는 것은 번거럽고도 수고로움이 드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서 낙동강 습지가 유지되고, 그 낙동강 습지에 수많은 생명들이 와서 평화롭게 머물다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어떤가. 이 사실만으로도 기꺼이 그런 수고로움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나라의 생태환경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서 책임이 있는 환경부로서는 말이다.

그러나 하필 세계 습지의 날인 2월 2일 오늘, 환경부가 합천보 수문을 완전히 닫아건다. 습지의 날에 습지를 수장시키는 행위를 환경부가 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행정이란 말인가. 어렵게 찾아온 겨울 철새와 물새들을 보호해도 시원찮을 환경부가 이들을 다 내쫓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이런 모순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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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이 드러난 낙동강의 지천 회천을 찾은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호사비오리. 수문을 닫아걸면 이 희귀한 물새들을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이인식

   
오늘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되돌아왔던 낙동강 모래톱과 강 습지를 다시 생각한다. 그 모래강 습지에서 만났던 다양한 생명들 또한 생각한다. 이들 겨울 철새들이 내년 겨울엔 낙동강 모래 습지에서 평화롭게 쉬었다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선 양수장의 취수구를 저 아래로 내리는 구조개선 사업을 시급히 벌여야 한다. 올해 반드시 이 공사를 마무리해서 내년부터 합천보 수문을 열어 수위가 떨어지더라도 양수장을 가동할 수 있게 돼 더 이상 합천보 수문을 닫지 않아도 되게끔 환경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겨울 철새들이 큰 혼란 없이 낙동강 모래톱에 편히 머물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환경부가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깊이 새겨야 할 낙동강의 중요한 숙제다. 환경부의 건투를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뢀동가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다니면서 낙동강의 변화상을 기록하고 4대강 사업의 폐해에 대해서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 #모래톱 #겨울철새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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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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